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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를 뒤흔든 다양성 영화들의 선전, 어떻게 성공했나?

16.03.02 18:27


적은 상영관 숫자 속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다양성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들의 선전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극장가 흥행 판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담은 [귀향]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이며, 다양성 영화에 위치한 [캐롤]이 누적관객 30만 명을 동원, 연기로 검증된 배우들이 출연한 [동주]도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으로 누적 관객 6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영화들은 대부분 흥미 위주의 성향보다는 작품성, 정치적 이슈, 따뜻한 감성을 지닌 작품들로, 양질의 작품을 선호하는 특정 관객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시사회를 통한 영화의 후기와 의견을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로 적극 공유하고 추천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으며, 이를 통해 일반인 관객들도 다양성 영화에 호기심을 갇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최근 아카데미 시즌까지 더해지면서 관객들이 보다 많은 다양성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도 크게 한몫했다. 

독과점 논란과 같은 불안정한 극장 시스템 속에서도 나름의 개성과 작품관으로 관객들의 선호를 얻고있는 영화들의 특징과 이후 또 다른 흥행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기대작들을 살펴보려 한다. 


도발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아름다운 감성 [캐롤][대니쉬 걸]

현재의 다양성 영화들의 선전에 크게 이바지한 작품으로 [캐롤]과 [대니쉬 걸]을 빼놓을 수 없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작품은 공교롭게도 성(性)에 대한 다른 시각을 두고 있는 작품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동성애, 트랜스젠더에 민감한 관객층의 이목을 끌만했다. 하지만 두 작품은 소재가 지닌 의미를 강조해 이슈 몰이를 하는 자극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로맨스, 드라마와 같은 '감성'을 강조한 장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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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의 두 주인공 테레즈(루니 마라)와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관계는 연인의 로맨스로 다루지 않고 동정, 공감, 위로와 같은 '따뜻함'을 내포하고 있어, 감성적인 관객층의 높은 선호도를 얻게 되었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의 강인함과 우아함이 섞인 연기와 루니 마라의 순수함이 깃든 가녀린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는 묘한 조화를 이뤄내며, 남녀의 로맨스 보다 애틋한 관계를 형성해 특정한 관계에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관객층도 영화를 달리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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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성전환자 에이나르 베게너의 이야기를 담은 [대니쉬 걸] 또한 [캐롤]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 

베게너가 남성에서 여성이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기보다는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여성의 성(性)을 섬세한 시각에서 조명해 그의 결정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서는 여정임을 강조한다. 또한 그러한 남편의 여정을 바라보는 아내 게르다(알리시안 비칸데르)의 시선을 부각해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정의를 이야기하며 [대니쉬 걸]을 도발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로맨스로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캐롤][대니쉬 걸]은 민감한 소재를 지녔지만, 정서와 공감이 우선시된 장르 영화의 방향을 추구한 작품관으로 다양성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비극의 역사를 위로와 공감으로 다룬 [귀향][동주]

해외 영화들이 도발적인 성을 감성적인 시각에서 다루었다면, 현재의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한국영화 [귀향]과 [동주]는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한 위로와 공감이라는 주제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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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1위의 [귀향]은 일제의 만행인 '위안부'에 대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접근법으로 다가섰지만, 이를 통해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우리 세대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극 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관공서에서 피해자 신고를 망설이는 대목과 관공서 직원의 문제적인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현시대의 시각에서 정의해 내면적인 상처를 통한 아픔을 공유하려 했다.

이처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던 영화는 무당, 굿 등의 전통신앙의 분위기를 전반에 깔아 과거와 현재의 상처를 이어주면서, '씻김굿'과 같은 전통적 치유 방식을 통해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고 씻겨주고 싶은 진심을 강조하며 많은 이들에게 큰 공감과 감동을 전해주게 된다.

크라우딩 펀딩을 통한 국민 참여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과 최근의 위안부 합의 논란과 같은 정치적 이슈도 영화의 흥행에 크게 적용되었지만, [귀향]이 말하고자 한 진심이 담긴 메시지는 일반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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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또한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픔을 다루는 작품으로 당시 시대를 살아간 청춘의 아픔을 다뤘다.  

일제의 전쟁에 대한 광기가 전체주의가 되어 시인을 꿈꾸던 청년 윤동주의 꿈을 좌절시키는 과정을 흑백 영상을 통해 시대의 비극과 아픔을 절실히 담아내려 했다. 그러한 절망 속의 아픔을 윤동주의 시를 통해 표현하는 대목은 청춘으로서의 순수함과 자신이 지키고자 한 신념을 의미 있게 그려냈다.

절망의 시대를 살아간 아픈 청춘의 이야기는 현시대의 청년들과 이를 경험한 성인들의 마음을 흔들며 세대를 초월한 '청춘의 아픔'을 공유하려 한다. 


아카데미 수상 여파를 타기 시작한 [스포트라이트][사울의 아들]

박스오피스의 상위권에 새롭게 올라온 작품 중에는 이번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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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개봉 일주일 만엔 14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불러모았으며,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사울의 아들]도 적은 상영관 속에 누적 관객 1만 명을 돌파하며 선전하는 중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 특유의 강렬한 작품관과 주제를 지니고 있다.

가톨릭 사제들의 성 추문 사건을 폭로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포트라이트]는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순기능에 대한 책임감과 신념을 지닌 기자들을 인간적으로 다루며 거대 권력에 맞서 정의 언론의 위대한 승리를 기념비적으로 다루고 있다. 

실제 기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현장감 넘치는 연출력과 투철한 기자정신을 지닌 인물들을 생생하게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과 진실의 조각을 맞추는 과정은 진실추적극 특유의 긴장감을 불러온다. 

무엇보다 영화가 강조하는 '정의'에 대한 주제는 부정부패가 은밀하게 진행되는 현시대에 던진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아카데미가 세상을 향해 고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진정한 정의 사회를 갈망하는 관객과 언론 분야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언론 교과서와 같은 영화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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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상징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사울의 아들]은 전쟁이 가져다주는 참상을 동족의 시신을 처리하는 유대인 포로 한 개인의 시선을 통해 담아내며 관객들을 생생한 비극의 현장으로 인도한다. 죽음과 절망이 담긴 비극의 현장에서 죽은 아들을 유대인식 장례를 통해 떠나보내려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절망의 현장 속에서 부성애과 자존감을 지키려 한 인간의 투쟁을 의미 있게 조명한다. 


기대해 볼만한 다음 타자들 [룸][트윈스터즈][설행_눈길을 걷다][아노말리사]

[귀향][캐롤]의 흥행으로 이후에 개봉할 다양성 영화들의 행보도 기대해도 좋을듯 싶다. 앞선 작품들이 저마다의 특징으로 관객들의 공감도를 이끌어냈듯이, 개봉을 앞둔 대기작들 또한 그런 면모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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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개봉을 앞둔 [룸]은 전자에 언급한 [스포트라이트][사울의 아들]과 함께 이번 아카데미상을(여우주연상-브리 라슨) 받은 작품. 

7년 전, 한 남자에게 납치돼 작은 방에 갇히게 된 열일곱 살 소녀가 세상과 단절된 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아들 ‘잭’을 낳고 엄마가 된다. 두 모자는 7년이라는 시간을 작은 방에서 보내며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감금'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지니고 있지만, 엄마와 아들이라는 두 주인공의 관계와 심리를 부각해 상처에 대한 치유와 극복을 순수한 시각으로 그려내려 한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고난을 겪고 엄마로서의 모정을 발휘하는 브리 라슨과 세상을 처음 접하게 되는 아들 잭을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호흡이 감동적인 감성을 불러오며 따뜻한 드라마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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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개봉하는 [트윈스터즈]는 25년 전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한국인 쌍둥이 자매가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만남을 주고받게 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실제 쌍둥이 자매가 극적인 만남을 이뤄내는 장면과 서로가 몰랐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자아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게 되는 과정이 모두 담겨있다. 다큐의 실제 주인공인 사만다 푸터먼이 공동 연출을 맡아 다소 슬플 수도 있는 입양에 관한 개인사를 유쾌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 드라마틱한 재미와 긴 여운이 담긴 감동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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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행_눈길을 걷다]는 알코올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남자와 그녀를 도우려는 젊은 수녀 마리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워지지 않는 잔상 같은 상처를 종교적인 구원으로 정의하려는 특징을 지닌탓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만, 몽환적이면서 신비스러운 영상과 상징성이 강한 일부 장면을 통해 강렬한 여운과 의미심장한 주제를 남긴다. 

[검은 사제들]로 신들린 연기를 펼친 박소담의 순수함과 신비함을 오가는 열연과 [아저씨]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태훈의 연기만으로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다.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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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개봉하는 [아노말리사]는 작년 [이터널 선샤인]으로 재개봉 열풍을 불러온 찰리 카우프만 감독의 신작이다. [이터널 선샤인]을 비롯해 [존 말코비치 되기][어댑테이션]의 신비스러운 세계관을 창조한 그답게 이번에도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했다.

한 남자의 긴 밤 동안 펼쳐지는 꿈같은 여행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 '즐거운 일탈'을 유쾌하면서도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완성한 것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지닌 캐릭터 다양한 표정 연기와 배우들의 실감 나는 목소리 연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 실사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영상미와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올해 열린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후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수작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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