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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플레이스] 리뷰: *경고* 이 영화를 보면 '질식 死'를 당할 겁니다 ★★★★☆

18.04.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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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플레이스, 2018]
감독:존 크래신스키
출연: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노아 주프, 밀리센트 시몬스

줄거리
소리를 내는 순간 공격받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가족의 숨막히는 사투를 그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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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몇 가지 중요 사항을 말하자면, 상영 시간이 90분인 만큼 되도록 팝콘과 콜라를 마시는 것을 참아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핸드폰은 '진짜'로 종료 버튼을 눌러 완전히 꺼야 한다. 이 영화는 팝콘을 씹어먹는 소리와 핸드폰 진동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큰 민폐다. 스크린 속 등장인물들이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위협받는다면, 이 모든 관경을 지켜봐야 하는 관객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피가 말라 쓰러져 버릴지 모른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제목 그대로 등장인물과 관객 모두를 조용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간만에 느끼게 될 긴장감과 진귀한 체험의 묘미를 전해줄 올해의 스릴러임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는 첫 시작부터 작품이 지닌 특징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아무도 살지않는 마을. 폐허가 된 한 상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찾고있는 다섯 명의 가족. 하지만 그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은 채 수화로만 이야기한다. 가족 모두 벙어리 인듯 하지만 이들의 행동에는 다가올 무언가를 조심하려는 듯한 두려운 표정이 역력하다. 가족을 보호해야 하는 '가장'인 아버지를 필두로 모두가 조용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이 위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천진난만한 행동만 반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아슬아슬한 기분을 자아내게 한다. 결국, 그 행동이 베일에 싸인 위협을 불러오게 되는데…

'압권'에 가까운 오프닝은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지니고 있는 주요 특징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숨소리 마저도 함부로 낼 수 없는 분위기, 소리를 통해 다가오는 위협적 존재, 단 한 번의 소음이 불러오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 그리고 하나로 단합되어야 하는 가족의 존재…극강의 서스펜서와 베일에 싸인 공포, 그 안에서 펼쳐지는 가족 드라마가 영화가 지니고 있는 주요 소재이자 볼거리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물) 영화의 정서와 전형을 따르고 있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규모의 배경과 인원으로 진행되는 공포 영화의 공식을 따르며 영화가 보여주려 한 선택과 집중에 몰두한다. 전 인류를 몰살한 한 위협적 존재의 정체와 공격 목적에 대한 설명은 애초부터 필요 없는 요소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소리 나는 것에 대한 몰살이며, 이는 곧 <엑소시스트>를 기반으로 한 공포 영화 속 악령에 대한 정의 (악은 악일 뿐 이유는 없다)와도 같다. 이유 없이 공격을 감행한 생명체인 만큼 그것들에 대한 외형적 모습도 기괴하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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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협적인 존재에 맞서는 대상은 오프닝에 등장한 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들이다. 생존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자급자족 방식을 택한 만큼 이들의 모습은 고전 영화에서나 볼법한 전통적 가족의 전형성과 근본을 보여주고 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이러한 강자와 약자의 구분이 명확한 대치 상황을 통해 무조건 위협으로부터 숨어야 할 가족들의 처절한 '숨바꼭질'을 긴박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불리해 보이는 일방적인 게임 같지만, 영화는 나름의 몇 가지 규칙을 설정해 가족들이 생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려 한다. 위협적 존재들은 소리에 의존하는 생명체인 만큼 시각이 발달하지 않아 바로 앞에서 숨만 참으면 살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단한 외피와 기괴한 형체, 엄청난 스피드를 지니고 있어 발견되는 즉시 순식간에 몰살당하게 된다. 설정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상황이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잔인하게도 이러한 상황을 한정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하우스 호러 영화의 전형으로 풀어낸다.

오로지 소리만 듣고 다가오는 위협적 존재들은 지하실, 창고, 대피실, 건물 천장과 같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만든 장소까지 자유자재로 들어올 정도로 끈질긴 본성을 지니고 있기에 등장인물들 모두 이 괴생명체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등장인물과 위협적 존재가 바로 앞 또는 뒤, 옆에 마주하게 되는 전면적인 상황을 자주 등장시킨다. 괴수들은 앞을 보지 못하지만, 인물들은 숨소리도 내지 말아야 하기에 손으로 입과 코를 막으려 하지만, 그러한 최후의 방어 수단마저 무용지물 하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들이 더해져 보는 이로하여금 안타까움과 탄식을 불러오게 하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주연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존 크래신스키는 이러한 대치적 순간을 유명 서스펜서 호러 영화의 래퍼런스적 장면과 연계시켜 그 영화에서 느꼈던 익숙한 느낌의 긴장감과 섬뜩함을 유도했다. 위협적 존재와 가족들이 바로 앞에서 대치하고, 지하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죽음의 숨바꼭질을 하는 장면들은 <맨 인더 다크>에서 맹인 살인마와의 추격전과 <쥬라기 공원>의 벨로시랩터와의 식당에서의 고군분투 장면이 새롭게 재해석 된다. 대망의 추격전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미로속 추격전을 연상시키며, 모든게 끝나다 생각할때 쯤에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와 같은 섬뜩한 장면이 오마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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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청각을 활용한 공포 유발도 수준급으로 묘사되었다. 바람, 물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와 식탁과 책장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일상의 소리마저 위협적으로 들려올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예상치 못한 조그마한 소음으로 인해 위협적 존재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과정은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모든 오감을 자극시킨다. 특히 극중 청각 장애를 지닌 딸로 등장하는 밀리센트 시몬스의 시점으로 화면이 전환될때 모든 소리가 차단된 순간은 기존의 긴장감과 다른 묘한 분위기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서스펜서 스릴러, 호러물이 지니고 있는 모든 장점적 요소를 총투입해 '역대급' 긴장감을 전해준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관객마저 영화 속 장면처럼 90여 분 동안 저절로 숨죽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장점은 무서운 상황속에서도 꼭 전하려 한 가족의 화합과 정서 같은 따뜻한 메시지를 왜곡없이 그대로 전달했다는 점이다. 

위협적 상황으로 인해 말할 수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가족이지만, 서로의 눈빛과 행동 만으로도 진심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설정들은 후반부 등장할 영화속 큰 감동을 완성하기 위한 복선이 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이를통해 가족이라는 의미가 지니고 있는 따스한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과 인간이 지니고 있는 유기적 관계와 끈끈한 유대감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공포와 긴장감이 연속적으로 불어닥친 상황에서도 이렇듯 눈물짓게 만드는 가족 드라마의 정서까지 끌어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대담한 시도였다. 

스크린 바깥의 관객을 현장의 긴박한 분위기로 인도해낸 성인, 아역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 영화는 소리를 통한 공포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또 하나의 공포적 유발 효과를 언급하자면 바로 배우들의 표정에 있다. 위기의 순간 인간이 느끼게 될 절망적인 상황과 두려움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 그 자체를 상징한다. 실제 부부인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의 다정한 부부 연기와 남매로 출연한 노아 주프, 밀리센트 시몬스의 연기는 그 어떤 가족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장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충실한 재미와 드라마적인 여운과 무난한 메시지를 전해줬다는 점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올해 개봉한 상업 영화중 가장 최고의 수작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4월 1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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