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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리뷰: 23번의 소름, 충격적인 단 한번의 놀라움 ★★★☆

17.0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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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2016]
감독:M.나이트 샤말란
출연: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베티 버클리

줄거리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제임스 맥어보이). 그는 언제 누가 등장할지 모르는 인격들 사이를 오가며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는‘플레처’ 박사(베티 버클리)에게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어느 날, ‘케빈’은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는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3명의 소녀들을 납치하고 오래도록 계획했던 비밀스러운 일을 꾸민다. 소녀들이 그에게서 도망치려 할수록 ‘케빈’의 인격들은 점차 폭주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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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는 예전 기사를 통해 소개한 적 있었던 실제 23개의 다중인격을 지닌 빌리 밀리건의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 이 소재는 과거 여러 유명 감독들이 도전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23명의 인격을 지닌 한 인물의 전기를 다룬다는 게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샤말란 또한 이 모든 인격이 등장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그들에게 납치된 제삼자인 소녀다. 영화는 애초부터 다중인격을 전문으로 다루려는 계획이 없었다. 특정한 인격들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과 납치된 소녀가 문제의 인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심리전을 펼치는 장면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럼에도 영화의 초반과 중반은 조금은 산만한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특정 인격의 개성을 강조하고 소개하는 대목이 지나치게 길고, 납치된 소녀 주인공 케이시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다소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다중인격 존재들과 소녀를 동등한 위치에 두려 한 탓에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이 영화에 불길한 느낌을 감지하게 되지만, M.나이트 샤말란의 영화는 중반까지 봐야 한다. 부실해 보인 설정과 산만한 이유로 지나치게 되는 요소들을 반전과 극적 전환요소로 활용하는 과정이 그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법칙이다. [23 아이덴티티]는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그러한 요소를 장점으로 승화시켜 긴장감 높은 서스펜서를 완성한다. 어색하고 빈약해 보였던 설정에 대한 답은 후반부에 들어나고, 모든 것이 결말의 의미를 높여줄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다소 산만해 보인 케빈의 인격들의 등장은 정신적 주도권을 뺏기 위한 싸움이었으며, 곧 등장할 24번째 인격을 위한 예고였던 셈이다. 24번째 인격에 대한 미스터리한 설정과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된 소녀들이 탈출하기 위해 인격들과 대항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심리 스릴러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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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의 인격과 심리전을 펼치는 소녀들의 대표는 여주인공 케이시. 다중인격의 주인 케빈이 어렸을 적 상처로 정신분열을 알았듯이, 케이시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과거의 상처를 지니고 있어 납치된 피해자 중 가장 침착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케이시는 케빈의 인격들과 과감하게 대립해 묘한 긴장감과 공감의 정서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케빈의 인격이 냉철한 성인 남성, 다소곳하지만 섬뜩한 분위기를 지닌 귀부인, 천진난만한 소년을 오가는 탓에 영화는 그때마다 다른 분위기와 정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기반에는 다중인격이 지닌 돌발적인 성격이 포함돼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길한 느낌을 시종일관 불러오게 하고 결국 영화의 후반부 문제의 24번째 인격의 존재를 선보임으로써 샤말란 영화에 보기 드문 액션이 가미된 강력한 호러 서스펜서를 선보인다. 

결과적으로 심리물과 서스펜서를 적절히 배분한 연출력과 전개 방식이 치밀하며서도 인상적으로 구현돼 [23 아이덴티티]를 흥미롭게 볼수 있는 심리물로 표현했다. 압권은 다양한 성별, 나이, 성격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어준 제임스 맥어보이의 섬뜩한 다중인격 연기로 

향후 제작될 것으로 보이는 빌리 밀리건 영화와 앞으로 다중인격 영화에 참고될 만한 표본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개성 있는 연기와 열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여기에 [더 위치][모건]을 통해 헐리웃의 차세대 연기파 기대주로 떠오른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연기도 훌륭했다. 다양하게 변하는 맥어보이에 맞서 자신의 슬픈 과거를 떠올리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케이시는 그 어떤 걸크러쉬 캐릭터 보다 더 용감하고 멋있는 여전사 캐릭터를 보는 것 같다.

최고의 압권은 엔딩 타이틀이 올라오기 전 공개되는 마지막 결말부. 스포가 될 수 있어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식스센스] 이후 샤말란 영화를 본 그의 팬이라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결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완성한 영화 세계를 향한 확장이자 오랫동안 숨겨온 야심을 드러낸 대목이란 점에서 앞으로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부분은 영화가 개봉하고 시간이 지난 이후 특집 기사를 통해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23 아이덴티티]는 2월 2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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