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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리뷰: 대한민국의 현실을 부끄럽게 만드는 영화 (★★★)

15.06.19 15:57

 
 
[소수의견, 2015]
감독: 김성제
출연: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 이경영, 김의성
 
줄거리
지방대 출신, 학벌 후지고, 경력도 후진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게 된다. 그러나 구치소에서 만난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니라 경찰이라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변호인에게도 완벽하게 차단된 경찰 기록,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듯한 검찰, 유독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오는 신문기자 수경(김옥빈). 진원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선배인 이혼전문 변호사 대석(유해진)에게 사건을 함께 파헤칠 것을 제안한다. 경찰 작전 중에 벌어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살인사건, 진압 중에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국가에게 잘못을 인정 받기 위해 진원과 대석은, 국민참여재판 및 ‘100원 국가배상청구소송’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데…
 
 
[소수의견]은 용산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영화에 영향을 준 것은 원작인 손아람 작가의 동명의 소설이다. 하지만 원작과 영화 모두 용산 참사가 일어났던 그 날의 사건이 지닌 의미를 강렬하게 내포하고 있다. 개인과 국가의 관계, 평등해야 할 법조계의 참담한 현실 등 상식이 사라진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재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많은 의문과 시사점을 남겨준다. 그 점에서 볼 때 [소수의견]은 [도가니] [변호인] [부러진 화살]처럼 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한국 법정 영화의 명맥을 이어나갈 작품임이 틀림없다.
 
사실 영화의 출발은 조금 불안했다. 전경과 시위대의 충돌을 생생하게 표현한 장면까지는 괜찮았으나, 느리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단순한 편집 탓에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쉽게 풀이할 수 있는 사건을 일일이 나열하며 풀이하는 과정과 주인공 진원의 주변 인물 소개에 시간을 할애하면서부터 지루함이 느껴졌다. 철거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과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충돌을 세세하게 그리려 한 나머지 이 영화가 갖추고자 하는 장르적 초점이 무엇인지 혼동을 주고있다. 진원의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돋보이게 해야 할 윤계상의 연기도 평이해 전체적인 극을 이끌어 가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였다.
 
이러한 답답한 분위기와 느린 전개는 유해진의 존재감으로 인해 활기를 찾게 된다. 극 중 이야기 전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은 동시에 무거운 영화의 분위기를 특유의 유머와 입담을 통해 강약 조절을 해주면서 연민이 담긴 연기를 보여줘 [소수의견]의 드라마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유해진의 존재감으로 활기를 찾게된 영화가 법정물의 형태를 띠기 시작하면서, 긴박한 전개를 이어가게 된다.
 
[소수의견]은 기존 법정 영화들이 지닌 대립 방식처럼 변호사와 검사간의 공방전에 집중하지만, 국가가 개입하게 되는 전개를 은연중에 드러내며 거대 권력에 맞서는 소수의 반격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변호인들이 사실에 입각한 내용만 준비한 것과 달리 검찰은 프레젠테이션 화면, 방송 MC를 연상시키는 국민참여재판 전문 검사의 언변, 공권력, 정보의 힘으로 변호인과 피고를 옥죄려 한다. 중후반 내내 검찰의 압박에 시달리던 변호
인들은 자신들이 내세울 수 밖에 없는 진실에 입각한 증언, 증거를 통한 반격을 가하게 되면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법정 물의 묘미를 발휘한다. 
 
이러한 긴장감 있는 영화적인 이야기가 몰입도를 높여주게 되면서, 감독은 우리의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주제와 메시지를 이야기 속에 첨가하려 한다. 재판의 방식이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점을 이용해 자극적인 방식으로 배심원단을 자극하는 검사들, 로펌, 경찰, 검찰 그리고 정치권이 연계된 권력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 윤진원이 정의와 현실 사이에서 잠시 방황하는 모습을 통해 현실적인 이야기와 공감대를 유도하려 한 것이다.
 
특히 공안, 법조계, 정치권이 하나로 결탁한 권력구조가 사건과 법정 공방의 중심에 떠오르게 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사실적 이어서 사실상 현재 대한민국의 추악한 현실에 대한 고발임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의 말미 김의성이 연기한 홍재덕 검사가 윤진원에게 전하는 마지막 대사는 [변호인]의 곽도원의 철학과 일치해 스스로를 정의라 생각하며 '부정'의 개념을 상실한 권력층의 부패를 상징하려 한다. 이는 전자에 언급했던 법정 영화들보다 심오하고 광범위한 비판이었다.  
 
 
영화의 후반, 치열한 법정 공방 사이에서 피고, 증인 그리고 피해자의 부모가 법정에서 진술하는 장면들 또 한 그러한 비판 대열에 합류한다. 거짓으로 증언을 고집하다 드러나는 진실에 울부짖으며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증인들, 왜곡된 사실에 울분을 토하지만 이를 냉정히 바라보는 배심원과 법정 안 기운에 짓눌리는 소시민 피고의 모습에서는 서글픔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후반부 피해자의 부모와 피고가 서로에 대해 공감하는 대목은 지금까지 진행된 긴장감과 답답한 현실을 정화시켜주는 감동적인 대목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게 된다. 
 
난해하고 어두울 수 있는 주제와 분위기를 동반하고 있지만 이를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적인 특징을 고집하며 영화적 흥미와 주제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며 원작 소설이 지녔던 메시지와 주제를 보다 의미있게 전달하게 된다. 아쉬운점은 바로 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산만한 탓에 전체적인 이야기와 주제를 정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반전과 결말을 위해 너무 많이 풀어버린 복선과 실타래 같은 이야기를 극적으로 마무리하는 방식도 조금 아쉽다.
 
전반부에 불안한 위치를 보여주던 윤계상의 캐릭터는 시간이 흐르면서 의도했던 본 캐릭터의 특징을 완성하며, 한층 진일보된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여줘 영화의 정점을 찍는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다. 유해진의 인간적인 연기는 매우 돋보였으며, 홍재덕 검사를 연기한 김의성은 매우 악덕한 모습을 보여주며 새롭게 부각될 악역 전문 배우의 등장을 예고했다. 김옥빈도 존재감을 보였지만, 영화의 설정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점이 아쉽다. 무엇보다 짧지만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조연, 단역 배우들의 연기가 [소수의견]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데 일조했다. 특히 증인 역으로 출연한 엄태구, 압박하는 검사 중 일부로 등장한 조복래는 짧은 출연분에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천재적인 연기로 주연 못지않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리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과 절망적일 수도 있는 설정에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씁쓸함의 여운은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소수의견]과 같은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여전히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이 그나마 이 사회에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것 같다. 슬프지만 이것이 진실임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작지만 의미 있는 희망을 갖게 된다.
 
[소수의견]은 6월 2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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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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