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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효주, 그녀의 반성 "그동안 안정된 연기만 했다"

18.08.0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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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가 <인랑>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로맨스의 여왕으로 불린 그녀지만, 남모르게 자신만의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싶었다. 물론 그녀의 그 도전과 노력을 알아줄지는 대중의 선택에 달렸다. 역대 촬영 중 가장 긴 작업이었지만, <인랑>은 결과를 떠나 배우이자 사람인 한효주 본인의 고민과 생각이 깊게 베인 작품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정말 유난히도 길었던 촬영이었다. 아마도 내가 촬영했던 영화 중 가장 길었던 작품일 것이다.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함께한 길었던 촬영이었기에, 영화를 볼 때마다 촬영장에서의 느낌이 생각났다. 대부분 장면에 CG가 많이 사용될 예정이어서, 그린 세트장에서 촬영되었고, 그 때문에 어떻게 완성될까 궁금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신기한 것도 있었고, 감탄을 불러오게 한 장면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한효주 본인은 이 영화를 멜로로 이해했다고 들었다.

맞다. 사실 이윤희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처해 있던 상황도 일방적이지 않고 처연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이 캐릭터는 그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인물이었으며, 살기 위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었다. 그러다 임중경을 만남으로써 흔들리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래서 참 어려운 캐릭터였다. 게다가 하필 내 첫 촬영장면이 섹트 활동할 때 사람들을 암살하고 우는 신이었으니, 첫 촬영부터 이 영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웃음) 


-원작과 다른 영화 속 이윤희를 어떻게 이해하려 했나?

일단 이윤희라는 캐릭터는 극 중에서 모든 캐릭터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섹트에 있다가 떨어져 나왔는데,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 흔들렸을까? 고민하다가 혼돈의 시대가 만들어낸 희생자라는 생각이 크게 와닿았다. 섹트에 들어간 것도 신념보다는 동생과 살아가기 위해서였다. 그 시대에서 자기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윤희 같은 흔들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어려운 캐릭터라고 했는데 어떻게 몰입했나?

내가 감정 잡기 힘들 때마다 감독님이 원작 음악을 틀어주시면서 몰입도를 높여주셨다. 무엇보다 원작 캐릭터를 참고하며 좋은 부분을 살리고 살을 붙여서 다채롭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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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강동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워낙에 두 작품을 연달아서 함께 한 일은 드문 일이 아니기에 나는 참 편했다. <골든슬럼버> 때는 만난 적이 없어서 어색했는데, <인랑>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힘든 캐릭터를 연기하고, 흔들릴 때가 있었는데,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고맙게 느껴졌다. 


-원작자인 오시이 마모루가 원작과 싱크로율이 높다고 했는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시나?

나는 잘 몰랐는데 오시이 마모루 감독님이 오셨다 해서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그때 오시이 감독님이 자기가 그린 캐릭터와 닮았다고 해서 참 고마웠다. (웃음) 김지운 감독님 사무실에 원작 <인랑> DVD가 있었는데 장난삼아 그 표지 모습과 비교해서 찍은 게 있었다. (웃음) 지금 보니 참 똑같은 것 같다. 


-배우로서 힘들지만 좀 더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안 해본 게 너무 많다. 나름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싶다. 아직 안 보여준 얼굴들이 참 많다. 스릴러도 많이 안 해봤고, 액션도 많이 안 해봐서 장르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 보고 싶다. 


-<인랑>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겨질까?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한다. 나 스스로 여러 번 틀을 깨려고 노력했고, 개인적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줘 앞으로의 내 연기 이력에 있어 변화의 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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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틀을 깨려고 했다는데, 본인이 생각한 틀은 무엇인가?

내가 겁이 많아서 그런지 안정된 역할만 하려고 한 것 같다. 감독님도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안정된 것만 보여주려 한 것 아닌가 해서 이번 영화에서는 그것을 벗고 감독님을 믿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맨스의 여왕으로 계속 불리다가 <뷰티 인사이드> 이후로 좀 더 새로운 성향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것 같은 열망이 보인 것 같다. 멜로를 하더라도 좀 더 다른 멜로를 하려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새로운 것을 하려고 했다. 다음 작품을 정하는 입장에서 사람 한효주로 남아있다 보니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도 답을 찾아가고 있다. 배우 한효주와 사람 한효주로서의 갈급함이 남아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는 최선을 다한 느낌이었는데, 사람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살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나를 성숙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의 시간을 잘 보내야 배우로서 좀 더 단단해 질 거라 생각한다. 


-<감시자들>에 이어서 정우성 배우하고는 계속 살갑지 않은 배역으로 만나고 있다. 연기자일 때와 실제 촬영 후의 모습은? 

그러네! 원래는 참 친한데…(웃음) 언제 봐도 반갑고 좋은 선배님이시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시는 선배님이셔서 늘 고마웠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는 밥 잘 사주는 멋진 선배님이다. (웃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액션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지니게 되었나?

옆에서 강동원 씨가 액션 하는 걸 보면서 장난 아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배우로서 도전하기 쉽지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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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도전해 보고 싶은 액션 영화가 있다면 어떤 성향의 액션물을 촬영하고 싶은가?

나는 액션 영화 중 <본>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중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참 인상적으로 봤다. 누미 라파스가 1인 7역을 연기했는데, 그 와중에 액션이 있어서 참 대단했다. 무엇보다 출연료를 얼마나 받았을까 궁금했다. (웃음) 얼마 전에 제니퍼 로렌스가 한 <레드 스패로우>도 참고 대상이다. 한국 영화에서 아직 여배우 액션 영화가 없으니 제작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 


-<인랑> 원작과 이번 영화를 통틀어 두 조직에 이용당하면서 임중경을 이용하려 했던 이윤희도 인간 늑대로 보는 해석이 많이 있었다. 

처음들어본 이론이다. (웃음) 역시 영화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글쎄, 좀 도발적이고 당돌한 면이 이윤희에게도 있다. 상황 때문에 이끌려 가지만 그 일에 있어서 선택은 본인이 했다. 수동적이지만 굉장히 능동적인 면이 있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그런 도발적이고 당돌한 모습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데 마냥 또 연약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구미경과 스파크가 튀겼던 것 같다. 


-만약 나에게 영화 기획, 제작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리즈 위더스푼이 <와일드>라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의 취지가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에서 여성 연기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해서 제작사를 설립하고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 취지가 참 좋았다. 그런 <와일드> 같은 취지가 좋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BH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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