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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리뷰: 첩보물에 따뜻한 감동을 받게 될 줄이야…★★★☆

18.08.0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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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2018]
감독:윤종빈
출연: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김홍파

줄거리
1993년,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도 그의 실체를 모르는 가운데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 주재 북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한 흑금성. 그는 수 년에 걸친 공작 끝에, 리명운과 두터운 신의를 쌓고 그를 통해서, 북한 권력층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1997년. 남의 대선 직전에 흑금성은 남과 북의 수뇌부 사이 은밀한 거래를 감지한다. 조국을 위해 굳은 신념으로 모든 것을 걸고 공작을 수행했던 그는 걷잡을 수 없는 갈등에 휩싸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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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관객에게 첩보물이라면 <본><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화려하면서도 은밀한 액션물을 연상시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가상적인 '첩보물'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첩보 드라마'가 제작되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냉전 시대에 대한 이면을 돌아보는 현실적인 시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영화계 전반에 통틀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는 곳 사실상 아직 '냉전의 여파' 속에 살고있는 현재의 대한민국 관객에게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공작>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스파이 브릿지>과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첩보 드라마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다소 느린 전개와 역동적인 볼거리조차 없는 장르지만, 역사를 바꾼 비화이자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대립과 그에 걸맞은 분위기 형성만큼은 강점으로 다가오는 장르다. 북한 핵개발, 남북 경협 그리고 총풍 사건 같은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두면서 흑금성을 비롯한 남북한의 소수의 인물을 통해 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과정이 긴장감과 흥미를 불러오게 만든다.  

영화는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흑금성(황정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조국을 위해 평생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친구, 가족에게조차 본모습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 첩보원으로서의 숙명이 언급되고, 세일즈맨으로 위장해 북한의 고위 간부와 접촉하게 되는 과감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전개되는 치밀한 움직임과 심리전이 (호텔 머릿카락,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 등) 디테일하게 묘사돼 첩보물이 지니고 있는 주도면밀한 구성과 긴장감을 높여주기에 이른다. 

중반부 들어 흑금성이 북한 고위 간부와 접촉하게 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흐름을 이어나간다. 흑금성만큼 더 속을 알 수 없는 세 명의 북한 간부들과의 만남과 그로 인한 각각의 관계유지가 스릴러와 드라마를 오가게 된다. 정체를 숨기던 본인과 달리 속마음마저 알 수 없는 북한 측 고위 관료들과 만남은 언제나 심리전이 된다. 서로 패를 숨기고 있지만 이를 간파하고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게되는 과정이 지속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시킨다. 이는 후반부 김정일과 만나게 되는 장면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하루하루가 긴장된 일상 속에사는 상황에서 흑금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남한 정보기관의 공작이 이어지게 되면서 흑금성은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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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해 정체를 숨기며 자신을 희생해 왔지만, 자신이 맡은 임무가 조국의 안위가 아닌 정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첩보원의 혼란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흑금성이 상부와 다른 단독적인 움직임을 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기게 되고, 이어지는 새로운 위기 상황과 위태로운 그의 처지가 새로운 긴장 국면을 예고하게 된다. 국가 대 국가의 첩보전이 개인의 생존과 갈등을 담은 심리 드라마로 이어지게 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이용해야 할 상대이자 형, 동생 같은 협력 관계를 유지한 리명운(이성민)과 인간적인 정(情)을 나누는 대목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 영화의 따뜻한 정서를 부각하는 요인이 된다. 때로는 적이 나의 동료이자 친구로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첩보물과 영웅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난 드라마에서 유심있게 그려진 설정으로, 조국을 위해 희생해야 하지만 은밀하게 버려져야 했던 첩보원들의 비참한 현실과 인간성을 강렬하게 담고있다. 리명운과의 관계는 남북한의 관계 형성 의지와 비정한 세상속의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담은 드라마로 <공작>이 지니고 있는 평화적 메시지와 자연히 연결돼 영화의 감동으로 이어진다. 

디테일한 묘사, 세밀하게 촬영된 북한 장면을 비롯해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김홍파로 이어지는 출연진의 수준 높은 연기와 윤종빈 감독의 연출력은 <공작>의 품격과 완성도를 높여주는 매력적인 요인이 된다. 하지만 압도적인 도입부와 달리 중후반부로 이어지는 루즈한 전개 방식과 대화 한 번으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게되는 마무리, 드라마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인물 관계의 대립과 긴장요소가 하락하는 단점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아쉬움을 전해준다. 

이 부분이 <공작>을 평가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지만, 근래 보기드문 첩보 드라마라는 장르적 전형성을 유지하며 작품의 정체성을 지켜낸 점과 역사적 비화와 그에 어울리는 메시지를 어설프지 않게 전했다는 점에서 완성도를 떠나 소유하고 싶은 매력을 지닌 작품임은 분명하다. 

<공작>은 8월 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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