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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소드] 윤승아, 두 게이 남자 사이에 놓인 여인의 아픔을 표현하다

17.11.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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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러블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녀가 이번 작품을 통해 가련한 여주인공을 맡게 되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존재감이 미미할 수 있었던 역할이었지만, 윤승아는 희원을 마지막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지고지순한 캐릭터로 재해석하며 파격적인 스토리 안에 가려진 순수한 정서를 되살렸다.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 이 막중한 역할을 담당해야 했던 그녀의 기분은 어땠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은?

부산 국제 영화제 때 처음 봤다. 모든 스태프와 감독님들이 바짝 긴장하면서 봤다. 그래서 목에 담이 왔을 정도였다. (웃음) 처음 봐서 그런지 우리 작품이 이렇게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촬영 순간에 대한 회상을 많이 했다. 


-어떻게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나?

처음에는 영화속 연극인 '언체인' 이라는 줄거리의 각본으로 제안이 왔었다. 그것을 보고 방은진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희원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마침 감독님께서 내 고향인 광주와 강원도 양양에서 어떤 촬영할 것인지 설명해 주셨다. 감독님의 설명이 너무 묘하게 끌렸고, 희원의 캐릭터도 매력적 이어서 하기로 했다. 


-두 남자 사이에 끼어있는 캐릭터가 어렵지 않았나?

시나리오상의 희원의 감정이 슬프게 다가왔다. 첫 촬영장면이 두 남자가 무대 위에서 키스를 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텍스트로 받아들였던 희원의 감정과 현장에서 눈으로 보던 감정이 정말 달랐다. 실제로 보니 너무 크게 혼란스러웠다. 되도록 감정을 추스르며 연기해야만 했다. 촬영중에도 너무 질투가 나더라. (웃음) 


-영우에 빠져드는 재하의 모습이 조금 의아스럽지 않았나?

아마 희원은 그랬을 것 같다. 재하를 8년 동안 만나면서 여러 개의 히스토리가 있었을 것이다. 둘은 아마 과거에도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을 것이라 본다. 영우라는 캐릭터는 희원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재하는 언제나 메소드 연기를 하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했지만, 그것이 진짜인 것을 알았을 때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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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희원의 매력은 무엇인가?

두 남자의 감정은 거침없다. 반면에 희원은 그런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그런 감정들을 추스르는 모습이 희원의 모습이었다. 희원까지 감정으로 흔들리면 영화가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재하같은 '남친'이 있으면 힘들지 않은가?

감독님께 시나리오를 받으면서 드렸던 말이 "나라면 떠났을 꺼예요" 였다. (웃음) 메소드 연기를 하는 재하도 힘들었지만, 그것을 옆에서 보고 있는 희원도 힘들었을 것이다. 희원은 재하를 선택하면서 남았지만, 실제의 나였다면 떠났을 것이다. 


-희원의 감정 표현 연기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바닷가에서의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지쳐있었고, 바닷가에서 참아왔던 감정을 표출해야 해서 부담감도 컸다. 촬영하기 전에는 부담감이 컸는데 현장을 가보니 파도가 너무 쌨다. 그 파도에 의해 내가 넘어진 장면이 실제로 내가 넘어진 장면이었다. 


-윤승아 하면 '러블리'한 캐릭터인데 이번 영화를 통해 이미지의 변화를 주려 했던 것 같다. 평소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이었나?

러블리한 캐릭터는 전작에서도 많이 했다. (웃음) 그러한 이미지 변화에 대한 갈증도 컸고 [메소드]란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시놉시스를 처음 보면서 그런 갈증을 풀 수 있는 기회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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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살인의뢰]에서 박성웅은 윤승아 배우를 공격한 피의자였다. 이번 영화에서 연인으로 만나서 재미있었을 것 같다.

(웃음) 우리 둘도 만나면서 웃었다. (웃음) 전작에서 나를 죽인 살인자였는데…(웃음) 그런데 연인으로 만난다니 너무 웃겼다. 오빠하고도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래도 안면도 있고, 함께하던 선배님이다 보니 더 깊게 와 닿았다. 


-재하와 영우가 너무 빨리 빠져드는 과정이 이해가 되었나?

사랑에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나는 오히려 옆에서 그걸 봐서 그런지 그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둘의 사랑은 불같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희원이  두 사람을 인정했다면?

극 중 희원이 기자들이 많이 모인 가운데서 재하를 데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 부분에서 희원은 영우를 사랑한 것은 재하가 아닌 그의 캐릭터인 월터라 생각했다. 희원이 이해하는 것은 극 중 재하와 사랑에 빠진 월터를 이해하는 것이다. 재하는 메소드 배우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기다리고 쟁취하려는 게 사랑이 아닐까? 


-영우가 희원에게 접근하는 장면이 다소 의아해했다. 희원은 영우에게 단 한 번의 감정도 없었나?

많은 분들이 그신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런데 그런 것 같다. 영우는 희원에 대한 관심보다는 재하에 대한 관심과 재하가 사랑한 여자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다. 희원도 재하의 초반 반응처럼 영우에게 호기심 적인 관심만 가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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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진 감독님은 어떤 분이셨나?

처음에는 사람에 대한 느낌을 보고 촬영을 했다.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하셨고 신들에 젖어 들어서 함께 눈물을 흘리고 하셨다. 


-남편 반응은?

(웃음) 고생했다고 칭찬해 줬다. 


-[메소드]를 찍기 전, 두 개의 단편영화에 참여했다. 이유는?

두 편의 단편 작업을 하며 느낀 게 많았다. 영화 아카데미 작품에 참여하면서 내 연기 모습과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세이버]라는 단편 영화에서는 소방공무원으로 등장하는데, 심폐소생술을 하고 사람을 살리는 내용이다 보니, 배우로서 감정이 많아졌다. 


-방은진 감독님 영화 속 여주인공들을 가련하고 불쌍한 존재들이다. [메소드]의 희원도 그런 존재다. 만약 방은진 감독의 여성 캐릭터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사연을 털어놓게 된다면 희원은 어떤 영화 속 캐릭터와 더 깊은 공감을 나누게 될까?

전부 다 다른 캐릭터이지만, 희원은 아마 전도연 선배님이 연기한 [집으로 가는길]의 송정연 캐릭터와 공감을 느꼈을 것이다. 다른 의미의 처절함이지만, 희원의 입장에서는 정연의 그러한 처절함을 더 이해해 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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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후에도 앞으로 어떤 방향의 연기를 지향하고 싶은가?

결혼은 내 삶이고 배우는 내 직업이다. 우리 부부는 그것에 대한 구분은 확실히 하며, 서로를 응원해 주는 입장이다. [메소드] 또한 나한테는 도전이었고 참여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만나며 연기하고 싶다. 


-방은진 감독님이 배우 시절 연기했던 [301 302] 같은 파격적인 연기 제안이 온다면?

개인적으로 스릴러를 좋아한다. 감독님이 하셨던, 그런 과감한 캐릭터도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대신 캐릭터가 이해되어야 한다. 이해만 된다면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스릴러물은?

미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녹터널 애니멀스] 처럼 시각적인 매력이 담긴 영화가 참 좋았다. 그리고 [분노]도 참 좋았다. 동안 각각 배우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일본 배우들의 다른 이미지가 참 좋았다. 무엇보다 극 중 심리전이 너무 좋았다.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범인을 만들어가는 연출력이 너무나 소름 돋았다. 


-앞으로의 행보는?

아직 차기작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아서 더 열심히 할것 가다.


-배우로서 [메소드]는 어땠나?

아무래도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찍을 때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더 깊게 다가왔다. 찍고 나니 더 여운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내 스스로도 이 작품 이후로도 얻는 게 많았다. 방은진 감독님 통해서 오히려 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프레인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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