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ising

[토르:라그나로크] 리뷰: 마블, 너무 많은 '약'을 과다 흡입하다 ★★★

17.10.25 10:31


11.jpg

[토르:라그나로크, 2017]
감독:타이카 와이티티
출연: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테사 톰슨

줄거리
죽음의 여신 ‘헬라’가 아스가르드를 침략하고, 세상은 모든 것의 종말 ‘라그나로크’의 위기에 처한다. 헬라에게 자신의 망치마저 파괴당한 토르는 어벤져스 동료인 헐크와도 피할 수 없는 대결을벌이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12.jpg

영화의 오프닝 부분, 캡틴 아메리카 다음으로 진중한 이미지를 지녔던 토르가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다혈질에 무작정 쳐들어가던 그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적과 악당들을 시원하게 응징한다. 판타지에 가까웠던 [토르] 시리즈도 마블 시네마틱이 지니고 있었던 유머 적 세계관에 자연히 편승하며 부담 없이 볼만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가벼운 작품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토르:라그나로크]의 유머는 미국식 너드 코미디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강한 개성과 우스꽝스러운 면모가 강한 캐릭터들이 출연하는 만큼 주인공을 비롯한 조연들까지 유머 적 소재와 도구로 적절히 사용된다. 여기에 유기적인 인물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을 활용한 유머 적 상황이 한층 배가된다. 

기존의 캐릭터와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활용하는 방식도 재미있다. 로키는 여전히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문제아로 등장하지만, 이로 인해 더욱 망가지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로키의 잔꾀에 당하기만 했던 토르가 이번 시리즈에서는 오히려 반격을 가하고 있어 두 형제의 주고받는 모습이 의외의 유머를 불러오게 한다. 여기에 진중해야 할 캐릭터와 배역들을 망가뜨리는 점도 신선했다.

'오딘' 안소니 홉킨스는 짧지만 잠시나마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이번 시리즈에서 악역에 위치한 그랜드 마스터역의 제프 골드블럼이 심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특히 그동안 분노하면 큰 사건을 저질렀던 헐크가 이번에는 단순하지만 순수한 반전 매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배가시켰다. 특별출연이었지만 강렬한 웃음을 남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닥터 스트레인지의 활약상도 인상 깊다. 

13.jpg

특히 이번 시리즈는 편집 방식이 그동안의 마블 영화서 보기 힘든 요소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긴 설명과 진중한 부분이 등장해야 했던 장면들을 간략하면서도 강렬하게 축약시켜 하이라이트 위주의 전개를 유지해 빠르지만 산만하지 않는 흐름을 유지해 나갔다. 유머적 분위기와 활발함을 더해주기 위한 이번 영화의 편집 방식은 에드가 라이트식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가져다줘 시종일관 유쾌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코미디만큼 볼거리에서도 '신들의 전쟁' 다운 화려함과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토르의 강적 수르트가 있는 지옥도를 비롯해 전투 경기장이 있는 그랜드 마스터의 행성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헐크와 토르의 대결 장면 모두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다. 특히 헐크와 토르의 격돌은 절대 죽지 않는 신과 신의 대결처럼 그려졌으며, [어벤져스] 1편의 재연이자, 이를 패러디한 장면까지 등장해 유쾌함을 더해준다. 

토르, 헐크, 발키리, 로키가 죽음의 여신 헬라를 상대하게 되는 아스가르드의 마지막 전투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 대목을 통해 전체적으로 이번 영화가 SF와 판타지가 결합된 독특한 액션 서사물이었음을 증명하며, 그동안 [토르] 시리즈에서 보지 못한 비주얼과 세계관을 보여주게 된다.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액션물이지만, 마블의 고질적인 문제와 장점으로 여겨졌던 요소들이 이제는 한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경고가 담긴 작품이었다. 전자서 언급했듯이 너무 많은 유머 요소 덕분에 작품의 분위기가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히어로 물 이지만 코믹 액션물을 보는듯한 여운이 더 강해 보이는 건 아마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유머의 분위기와 강도도 같은 패턴을 유지하고 있어, 신선하고 활발했던 초반 분위기와 달리 중반 이후부터는 평이한 느낌을 주고 있다. 

14.jpg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된 카리스마 넘치던 악역에 대한 활용도 아쉬움을 더해준다. 그나마 케이트 블란쳇의 헬라는 역대 마블 히어로들과 달리 강렬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위압감을 선보여 역대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적임을 드러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등장하는 분량이 예상보다 적어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분위기 만큼 강렬했던 만큼 그녀의 헬라는 마블 시리즈에서 지속해서 봤으면 한다. 

[토르:라그나로크]는 10월 25일 개봉한다. 

P.S: 쿠키 영상은 두 개다. 당연히 마블의 후속 시리즈를 위한 거대한 예고이자, 이번 영화의 유머 적 분위기를 잘 전달해준 무난한 마무리가 담긴 영상이다. 

P.S 2: 맷 데이먼이 깜짝 출연했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아스가르드의 극장 장면을 유심히 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