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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 리뷰: 여덟 번째에서 과열돼 버린 영화의 엔진 ★★☆

17.04.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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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2017] 
감독:F. 게리 그레이
출연:빈 디젤, 드웨인 존슨, 샤를리즈 테론, 미셀 로드리게즈, 제이슨 스타뎀

줄거리
마침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 리더 ‘도미닉’(빈 디젤)과 멤버들. 그러던 어느 날, 멤버들은 도미닉이 첨단 테러 조직의 리더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사상 최악의 테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리더의 배신으로 위기에 놓인 멤버들은 한때 팀을 모두 전멸시키려 했던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까지 영입해 최악의 적이 되어버린 도미닉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두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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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시작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지금까지 생명 연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맥스와 3D 기술이 극장 시스템에 적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피드한 액션, 튜닝된 자동차의 매력, 누구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 분방함을 지향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날 것'의 묘미가 [분노의 질주] 만의 기본 골격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맥스 화면에 걸맞은 스케일과 영상미를 선보이려 함으로써 [분노의 질주]는 익스트림 블록버스터의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시리즈가 진행 될수록 산으로 가는 설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분노의 질주]가 사랑받는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스피드함을 기반으로 한 볼거리와 빠른 전개를 지닌 이야기, 개성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라이벌 대립 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흥미 요소를 지속해서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지속시킨 '엔진' 이었으나, 그 원동력은 이번 8편에서 다소 과열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은 기본적인 볼거리 제공에 충실했다. 수십 대의 자동차들이 해킹으로 인해 자동으로 움직여 '도시 대참사'를 만들어 내는 장면과 잠수함과 미사일까지 동원된 스피드한 액션은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 자동차 버전의 [미션 임파서블]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은 자동차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씬을 동원하려 한 노력이 돋보였다. 

문제는 바로 이러한 볼거리에 매진한 탓에 [분노의 질주]가 가진 시리즈의 기반을 허망하게 망쳤다는 점이다. 2003년 [이탈리안 잡]을 통해 자동차 범죄 액션의 진수를 보여줬던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정말 메가폰을 잡은 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아마도 그는 이번 영화를 시리즈를 통한 유기적 연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점에서는 성공한 것 같지만,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시선에서는 큰 실망감을 안겨줄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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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분노의 질주] 시리즈 특유의 강렬한 악역과 라이벌 관계가 흐지부지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새로운 악역 사이퍼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은 지능적인 면모와 카리스마 있는 표정을 보여줄 뿐 [분노의 질주] 특유의 활동적인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대립 관계에 있어 자동차가 소재로 등장하고, 그에 못지않은 강력한 타격 액션을 선보이며 스피드와 파워풀함을 보여줬던 전작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1편의 빈 디젤과 폴 워커를 시작으로 드웨인 존슨, 루크 에반스, 제이슨 스타뎀을 라이벌 관계로 형성시키며 긴장 관계를 유지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샤를리즈 테론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영향력은 상당히 약하다. 세계를 위협하는 첨단 테러 조직의 리더지만, 영화가 그를 표현하는 방식은 강렬한 액션과 지능적인 면모가 아닌 다소 지루한 긴 대사를 읊는 것이다. 

강렬한 라이벌 관계와 선악 구도의 실종은 정체불명의 인물과 캐릭터 관계를 형성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도미닉의 멤버들과 루크 홉스(드웨인 존스)라는 드림팀에 전작의 악역인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까지 이 진영에 포함되면서 선역쪽으로 초점이 기울어지게 된 것이다. 너무 많은 캐릭터가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려 한 탓에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은 기존 캐릭터의 장기 자랑 무대를 보는 것 같다. 이는 빈 디젤의 또 다른 작품인 [트리플 엑스 리턴즈]와 근래의 성룡 주연의 영화들에 등장하는 설정으로 영화의 장점 대신 단점만 부각시킨 대목이었다. 

전작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데카드 쇼를 아무렇지 않게 도미닉의 진영에 포함하려는 설정과 구도도 작위적으로 보일수 밖에 없다. 이러한 기본적인 개연성을 무시한 채 이야기를 진행하려 한 탓에 나머지 이야기 구도도 온전할 리 없다. 뜬금없는 가족사와 정체성이 부각되면서, 지나친 감정적인 정서가 강조된다. 영화의 메인 구도인 주인공의 악역 전환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허무한 결론을 향해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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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장점인 시각효과와 액션 연기도 평범한 수준이었다. 자동차 액션은 스케일만 커졌을 뿐 별다른 스피드함과 파괴력을 선사하지 못한다. 그 점에서 본다면 완벽한 볼거리와 극적인 재미를 보여준 전작 [분노의 질주:더 세븐](이하:더 세븐)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관객 입장에서 평범하게 느껴질 자동차 추격신을 다양한 카메라 구도와 완벽한 초점을 통해 실감나는 액션의 향연을 만들었던 세심함이 이번 시리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타격, 총기 액션의 장점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새로운 볼거리를 보여줬던 [더 세븐]과 달리 이번 시리즈의 볼거리는 산만하고 어지러운 스케일을 난립하는 수준이다. 

애초부터 말도 안 된 자동차 액션을 그럴듯하게 보여주었던 시리즈만의 세심함이 물량 공세에 의해 묻히게 되면서 더 말도 안 되는 산만한 영화로 전략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리즈는 전작 시리즈의 명성으로 인해 흥행에 성공할 것이며, 지속적인 프랜차이즈화를 기획할 것이다. 

하지만 시리즈 유지를 위해서는 이번 흥행 성적에 도취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영화는 결과적으로 역대 시리즈 사상 실패작 이란것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하며,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다가는 [분노의 질주]의 엔진은 동력은 완벽하게 꺼지게 될 것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지닌 본연의 초심을 발견하고, 멋진 스피드 오락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은 4월 12일 개봉한다. 

P.S: 故 폴 워커에 대한 헌사가 이번 영화에서도 의미있게 언급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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