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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리뷰: 잔인한 [보이후드]…가슴을 울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성장기 ★★★★☆

17.02.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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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2016]
감독:배리 젠킨스
출연: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 나오미 해리스, 알렉스 R.히버트, 에쉬튼 새너스, 트레반테 로데스

줄거리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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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를 떠올리게 하는 소년의 성장을 담고 있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있다. [보이후드]가 현실적 시각을 바탕으로 소년과 세상을 향한 희망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보였다면, [문라이트]는 그러한 삶은 허상에 불과한 '백인'들의 판타지임을 냉정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배리 젠킨스의 [문라이트]는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담고 있다. 성장기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담았던 [보이후드]와 달리 영화는 소년의 삶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유년기, 청소년기 그리고 청년이 된 시기만 에피소드로 담아냈다. 에피소드는 리틀, 샤이론, 블랙이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으며, 그 시기 주인공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명칭이다.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의 시선에서 그려져 관객 모두가 그의 감정에 동화되게끔 한다.  

유년기 시절, 주인공은 주변 친구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힘없고 약한 존재로 '리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는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와 아들의 상처를 보듬어줄 겨를이 없다. 그런 그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는 존재는 또래 친구 케빈, 동네 마약상 후안(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그리고 그녀의 애인 테레사다. 케빈은 형제처럼 리틀을 친근하게 대해주고, 후안은 그런 그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며 편안한 잠자리와 음식, 그리고 소중한 추억 거리를 선사한다.

청소년기, 리틀로 불리던 주인공의 이름은 샤이론. 하지만 그에 대한 괴롭힘은 여전하고 더 거칠어졌다. 여기에 유년 시절부터 마약에 손을 댄 엄마는 완전한 중독자가 되어버린 상태. 모든것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샤이론의 마음을 흔드는 치명적인 사랑이 다가온다. 삶의 희망이자 낙과 같은 따뜻한 순간이었지만 뒤이어 이를 뒤엎는 비극적인 사건이 다가오게 되고, 이는 곧 그의 성인 시절로 연결된 어두운 성장기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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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가 보여준 주인공의 삶은 현실 속 누군가 겪었을 법한 성장기의 상처를 집약시켜 놓은 것 같아 보다 현실적인 체감을 느끼게 한다. 

미국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상하리 만큼 단 한 명의 백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의도된 것일 수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보이지 않는 인종 계층에 대한 차별과 소외감을 자행하는 오늘날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만약 유년시절의 주인공이 백인 계층이 받고 있는 사회적 혜택과 보호를 제대로 받았다면 어두운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보호와 위로를 받지 못한 채 흑인 마약상에게 인간적인 위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아이러니함은 오늘날 미국의 냉정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여기에 주인공이 십 대 시절 접하게 되는 사랑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성 소수자들만의 감정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이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대목에 대한 진심 어린 대사가 의미하듯 어쩌면 이것은 타인들의 편견어린 시선으로 인해 소외된 모든 이들의 감정일 것이다.  

이렇듯 [문라이트]는 이 세상에 소외받고 억압된 소수자의 아픔을 다루는 동시에 사회의 어둠으로 취급받는 인생들에 대한 슬픈 내면을 조명하고 있지만, 그들의 내면마저 피폐하게 그려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향한 위로를 전하려는 듯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정서를 유지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이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게끔 한다. 그러한 서정성은 마약상인 후안을 통해 전해지는 '달빛'(문라이트)에 대한 정의에 담겨있다. 평범한 검은 피부를 지니고 있지만, 달빛에서면 아름다운 색깔을 지닌 인간으로 비춰진다는 의미는 그 누구보다 특별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지녔던 상처받은 모든 영혼을 위한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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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가진 인간이 타인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는 이야기는 전자서 언급한 [보이후드]와 비슷한 설정 방식이지만, [문라이트]는 이 부분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보이후드]의 주변인들이 소년의 인생에 긍정과 부정의 영향을 끼친 캐릭터로 양분되었다면, [문라이트]는 주인공의 주변 인물 모두가 그에게 큰 상처를 준 부정적 존재였다는 셈이다.

아버지이자 친구였던 후안과 케빈과 같은 긍정적인 인물들이 결과적으로 그에게 어두운 삶을 선사했던 존재들이란 점이다. 후안이 판 마약이 주인공의 엄마를 중독에 빠드렸고, 케빈의 선택이 주인공 인생 최대의 상처로 직결된 점이 대표적이다. 흥미롭게도 그들 모두 그러한 자신들의 행동에 자책감을 느끼며 주인공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친구와 배신자를 오가는 타인과 자아의 관계는 결국 우리 모든 인간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소수자의 시선에 초점을 둔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슬프고 추한 이면을 조명하는듯 했으나[문라이트]는 함축적인 묘사와 대사를 통해 소수자와 가해자인 모두가 함께 포옹하고 위로하는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타인들을 기억하며 자신의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는 대사는 단순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아픔을 목격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어쩌면 달빛 아래 빛나는 색깔을 띤 것은 소수자가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은 것에 아픔을 느끼고, 상처를 준 것에 괴로워한 모두가 함께 포옹하는 장면은 그 어떤 달빛보다 아름다운 빛깔을 낸 순간일 것이다. 결국 [문라이트]의 이야기는 바로 나와 우리의 이야기였던 셈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감독 배리 젠킨스는 냉정한 성장기를 함축적이면서 서정적으로 다루며 기억에 남을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사회 비판과 메시지를 전하는데 그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인간 전체의 삶과 귀결시킨 이야기로 연결함으로써 [문라이트]는 한동안 접하기 힘든 위대한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영화 홍보문을 통해 전해지는 152관왕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처럼 아름답고 강렬한 작품을 이 시대에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팬의 입장에서 큰 행운일 것이다.  

[문라이트]는 2월 2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오드(AUD)/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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