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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리뷰: 그들은 어떻게 대한민국의 비선실세 OR 양아치가 되었나 ★★★☆

17.01.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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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2017]
감독:한재림
출연: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아중, 김의성, 정채연

줄거리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는 우여곡절 끝에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 핵심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 하게 된다. 정권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 새로운 판을 짜며 기회를 노리던 이들 앞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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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은 시기상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관객들에게 남다르게 다가올 작품이 될 것이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일과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시국이기에 영화의 내용은 그다지 신선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에 [더 킹]은 현시대에 대한 고발을 담기보다는, 이제는 모두가 알게 된 권력의 민낯을 풍자와 해학으로 비웃으며 지금의 아픈 시대를 향한 남다른 위로를 전하려한다.

한재림 감독이 제작보고회를 통해 예고한 대로 [더 킹]은 권력과 그에 맛들린 검사들을 향한 강력한 웃음과 적나라한 풍자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지니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적 분위기를 유지하며, 익숙하면서도 신비로운 권력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다.

[더 킹]의 전개구조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연상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분위기, 지향점, 연기 방식에 있어서 방향은 다르지만, 상류 문화와 사회 그리고 생소하게 보일 수 있는 권력 기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풍자적으로 다루려 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고정된 주인공의 시선과 독백, 그의 인생 연대기를 담은 진행 방식도 비슷하다.  

주인공으로 선정된 박태수는 고교 시절 대책 없는 양아치에서 검사가 된 특이한 캐릭터. 한 인물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전개 방식을 고수한 만큼, 다수의 비중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해도 산만해지는 위기를 최대한 배제하려 했다. 그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연대기적인 장면에는 성장기, 고시원 생활과 같은 공감대적인 일상의 모습을 담은 대목과 선배 검사에 의해 권력의 맛을 알게 되고 그 세계의 실체를 은밀하게 그려낸 호기심 적인 대목들로 나누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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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맛들린 검사들의 추악한 세계와 본질을 담은 장면들이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거대한 전략수사본부의 사무실과 사건 파일이 수북히 싸인 비밀 자료실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와 암울한 현대사를 주도한 중앙정보국(지금은 국정원)의 은밀한 권위를 보는듯한 위압감을 주고 있다. 단순한 종이 문서들로 보이는 이 파일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흔드는 권력의 힘이다. 이 파일들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치, 경제계를 뒤흔드는 장면들은 오랫동안 숙성된 김치와 질 좋은 스테이크 고기의 부위처럼 비유된다. 

어둡게 묘사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영화는 이를 빠르고 재치있는 전개과 역동적인 편집으로 표현하며, 영화가 강조하고자 한 해학적인 유머를 부각한다. 그로 인해 그려지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추악하게 그려진다. 멋진 양복과 헤어스타일로 치장된 화려한 겉모습에는 이러한 추한 이면이 강조돼, 강도 높은 풍자의 묘미를 보여준다.  

그와 함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이 이야기의 배경과 소재가 되어 시대를 대변하는 장면들도 의미심장 있게 표현된다. 그동안의 현대사 배경 영화가 암울했던 7, 80년대의 독재 시절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것과 달리 [더 킹]은 90년대, 2000년대의 주요 사건을 담아내며 현세대의 관객들의 공감적 정서를 담으려 했다.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그 시절의 복고 문화(가요)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흥미 요소다. 

검사들의 권력 유지 방식은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만나게 되면서 더욱 상세하게 그려진다.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권 교체 시기에 맞춰 정치권의 라인을 탄 검사들이 대통령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캔들과 사건을 터뜨리는 모습이 적나라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특히 예고편 공개부터 화제가 된 굿 장면 등 이번 국정논단 이슈를 연상시키게 하는 풍자적 장면들이 간혹 등장해 묘한 웃음을 불러오게 한다. (물론 촬영했던 시기는 국정농단 사건과는 한 참전으로 의도한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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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부분에 유머만 담은 것은 아니다. 시대의 아픔과 권력의 참담함을 표현한 강렬한 장면 또한 등장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주인공의 현재 상황을 연결하는 장면에서는 묵직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이 영화만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전달된다. 그동안 영화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그들의 모습이 바로 이 시대를 병들게 한 악행이었음을 전하는 강렬한 대목이다. 

그들의 악행이 분명하게 그려진 부분은 검사와 조폭 조직 간의 연계가 담긴 부분으로, 현대사의 권력이 조폭들의 이권 다툼과 다를 바 없음을 의미하고 있다. 영화의 이해를 높여준 대목이지만, 이 부분에서 주요 이슈적인 사건들을 극대화 시킨 나머지 중반까지 안정적인 이야기가 후반부에 들어서는 산만해지게 되는 문제를 불러오게 된다. 연대기적인 설정을 자세히 담으려다 보니, 후반부의 호흡이 너무 긴 탓에 마지막의 카타르시스적인 여운도 약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무난한 완성이었다. 현대사에 대한 재치있는 풍자와 비유는 묘한 쾌감을 줄 정도로 흥미를 가져다 준다. 의미는 약했지만, 마지막 대목에서 영화의 제목인 [더 킹]의 진정한 정의를 말하는 장면은 지금의 시국과 잘 연결돼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다.

한재림 감독 특유의 연출, 이야기 구성, 편집의 묘미가 잘 담겨있어 그의 전작의 묘미를 이해하고 재미있게 본 영화팬이라면 긴 러닝타임에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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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판에 복귀한 조인성은 주인공 으로서의 비중성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권력에 쩌든 시대의 악역 한강식을 연기한 정우성의 변신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배성우를 비롯한 모든 주조연이 고른 활약을 보여준 가운데,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조폭다운 묵직함과 카리스마를 선보인 류준열의 활약 또한 인상적이었다.   

현대사에 대한 적나라하면서도 통쾌한 풍자를 담은 [더 킹]은 1월 1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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