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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케이지] 리뷰: 극장에 '닥터'가 있다면, VOD에는 '그'가 있다! ★★★★

16.11.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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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케이지,2016]
총감독:체오 호다리 코커
출연:마이클 콜터, 사이몬 미씩, 테오 로씨,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 로사리오 도슨

줄거리
실험 도중에 일어난 사건 때문에 강한 근력과 강철 피부를 갖게 된 루크 케이지가 도망자가 되어 뉴욕 할렘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찾기 위해 악의 세력과 맞서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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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닥터 스트레인지]의 흥행 호조가 이어지면서 다시금 마블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MCU)의 흐름이 궁금한 이들에게 넷플릭스의 신규 시리즈인 [루크 케이지]는 마블 히어로와 세계관에 대한 또 다른 흥미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마블은 극장판을 통해 선보인 MCU 세계의 일부를 TV와 VOD 버전을 통해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ABC 채널을 통해 방영한 [에이전트 오브 쉴드]가 있으며, 넷플릭스 VOD를 통해 선보인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다. 그중 넷플릭스의 두 작품을 접해본 이들이라면 극장판 마블 영화의 성향과 전혀 다른 두 작품만의 색채에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영화 버전의 MCU가 유머러스함과 감성적인 요인을 지향했던 것과 달리 [데어데블]은 MCU의 하드보일드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어둡고 냉혹할 정도로 잔인하다. 여기에 [제시카 존스]는 액션 장르로 점칠 되어있던 마블 시리즈가 탐정물과 심리 스릴러로 바뀔수 있음을 보여주며, 예상 밖의 충격적인 비주얼과 수위 높은 잔혹 묘사를 선보인다.

분명 같은 세계관을 지니고 있지만, 넷플릭스의 마블 시리즈는 영화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스타일을 지향하며 MCU의 세계관과 장르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마블의 [루크 케이지] 또한 그러한 방식과 색채를 지향하고 있다.

루크 케이지는 초인적인 힘을 기반으로 어떤 총과 무기도 뚫을 수 없는 강철 피부를 지닌 히어로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의 주 활동 지역은 뉴욕 할렘으로 자신의 강력한 능력을 통해 할렘 지역의 갱단을 비롯한 거대 권력에 맞서며 정의를 바로 세우려 한다. 약점 하나 없는 무적의 캐릭터라는 특징 탓에 긴장감이 다소 떨어질 거라 예상하지만, [루크 케이지]는 에피소드마다 히어로의 가치와 정의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악역들을 적재적소로 등장시키며 이야기의 흥미를 높이려 한다.

초반부의 에피소드가 정체성을 숨기며 살던 그가 자각하며 히어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내용을 담았다면, 중반부 부터는 그의 생명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위기 요소를 등장시켜 긴장감을 높이려 한다. 그에게 대항하는 악역들은 초능력은 없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그들에게 적용된 사연과 깊이 있는 내면묘사를 통해 심리적으로 동등한 위치의 대립각을 형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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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히어로와 악역에 대한 동등한 시선은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해, 히어로물을 빗댄 현실적인 드라마와 메시지가 이 작품이 추구하려 한 본래의 목적이었음을 상기시킨다. 루크 케이지의 탄생 기원에 그의 암울한 과거를 함께 조명해 죄책감과 자아 성찰을 끌어내는 장면은 불안전한 개인이 히어로 활동을 통해 거듭나게 되는 과정으로 그 의미를 공감있게 그려내려 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인간적인 히어로지만, 탈옥한 도망자이자 권력에 이용된 개인이라는 점에서 그 또한 자아 정체성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약자였던 셈이다.

[루크 케이지]의 인간적인 시선과 묘사는 이후에 등장할 액션과 작품의 색채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의 진중한 분위기와 정서를 자극한다. 

초능력과 힘에 대한 묘사가 들어간 탓에 과장적인 액션 연기는 필수지만, 비교적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일당백으로 자동차 문을 뜯어내 그것을 방패 삼아 총알이 빗발치는 적의 아지트를 향해 돌진하는 케이지와 엄청난 괴력으로 경찰과 적들을 한 손으로 날려버리는 장면들이 고정된 화면과 CCTV 속 영상을 통해 그려진다. 그래서 영화 버전과 달리 역동적인 측면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루크 케이지로 상징되는 묵직하면서도 투박한 액션의 느낌을 체감적으로 완성한다. 

긴장감과 액션의 측면에서 나름의 볼거리를 구축한 [루크 케이지]는 넷플릭스의 전작인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가 그랬던 것처럼 작품만의 개성이 담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루크 케이지]의 개성은 앞서 언급한 전작이 보여준 분위기와는 깊이부터가 다르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전체적으로 갱스터물의 성향을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샤프트]로 대변되는 흑인 캐릭터, 7, 80년대 브라운관을 통해 유행한 히어로 시리즈, R&B, 힙합, 재즈로 대변되는 흑인 음악과 문화에 대한 헌사가 작품 곳곳에 의미 있게 배어 있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들려오는 배경 음악과 효과음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과거 TV 드라마에 사용된 음악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루크 케이지]가 지닌 복고적인 분위기와 히어로에 대한 묵직한 상징성이 저절로 느껴지게끔 한다. 여기에 악역인 코튼 마우스(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와 그의 집단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음악적인 감성과 할렘의 거친 삶을 부각해 그들에게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또한 최근까지도 문제시된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과 차별을 풍자한 대목을 통해 흑인 민중들의 억압에 대한 울분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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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인종차별과 가난을 이겨내야 했던 할렘속 흑인들의 치열한 삶이 반영되면서, 루크 케이지라는 히어로가 지닌 상징성을 보다 의미 있게 부각한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이 미국 내 흑인들의 시선과 입장을 보다 현실적으로 대변한 사회파 드라마의 성향이 느껴지는 것은 그 이유에서다. 

특유의 묵직함과 개성으로 기존의 마블 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특별한 정서를 선사하는 드라마지만, MCU 특유의 '떡밥 요소'와 유머적 정서를 강조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대사마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토르를 언급하는 장면은 물론이며, 내년에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판 [어벤져스]인 [디펜더스]에 대한 힌트는 마블 드라마 시리즈에 열광한 팬들의 기대를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어벤져스]로 대변되는 영화 버전과 분위기와 깊이에서부터 다른 넷플릭스의 히어로물이란 점에서 관객의 성향에 따라 다소 갈리겠지만, [루크 케이지]라는 개별 작품의 시선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본 히어로물중 가장 신선한 느낌을 제공해 줄 것이다. 영화와는 조금다른 새로운 마블 시리즈의 성향과 또 다른 MCU의 흐름을 알고 싶다면 '강추' 할만한 작품이다. 

[루크 케이지]는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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