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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광복절에 뭐볼까?" 8월 10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08.12 10:56


'그 사건'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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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2016]
감독:김성훈
출연:하정우,오달수,배두나

줄거리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 큰 계약 건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뿐. 그가 가진 것은 78% 남은 배터리의 휴대폰과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대형 터널 붕괴 사고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정부는 긴급하게 사고 대책반을 꾸린다. 사고 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은 꽉 막혀버린 터널에 진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구조는 더디게 진행되는데…

간단평
[부산행]이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을 '좀비 재앙'으로 표현했듯이, [터널] 또 한 근래의 한국형 재난 영화들이 추구하는 전례를 그대로 따르며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터널]은 기본적으로 재난, 생존물이 지닌 전형성을 충실히 따르며,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특수한 상황을 유연하게 다루려 했다. 느닷없이 찾아온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렵게 도움을 요청하고, 기지를 발휘해 생존을 위한 여러 방식을 취하려 한다. 밀폐되고 좁은 공간에서 남아있는 물과 식량을 적절하게 아끼며, 다양한 생존 방식을 모색하는 장면은 의외의 긴장감을 불러온다. 여기에 무너진 터널의 지형과 돌발 상황, 제3의 인물을 등장시켜 예측불허의 전개를 이어간다. 

주인공 정수를 연기한 하정우는 불안, 유머, 기지를 발휘하는 한 개인의 다양한 심리상태를 연기하며, [터널]의 다양한 장르적 변형을 스스로 완성해나간다. (마치 [더 테러 라이브] 처럼) 그의 심리적 변화로 인해 영화는 스릴러, 드라마 그리고 유머 극을 오가는 변화를 시도한다. 어쩌면 [터널]은 하정우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과 연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였다. 정수의 아내 세현의 애절한 심경까지 부각하며 눈물샘이 가득할 가족 드라마의 여운을 남기지만, 그러한 정서적인 여운과는 거리를 둔 정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두려 한다. 터널 안의 유일한 생존자인 정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는 언론, 이러한 여론에 묻어가려는 정부의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담아내며,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구조 작전의 지체로 생명에 대한 중요성이 잊히는 과정, 그로 인해 흔들리는 여론의 모습은 오늘날 '세월호' 사건의 현실을 떠올리게 해 서글픈 느낌을 불러온다. 세월호 사건의 시작과 현재의 순간을 터널 사고와 한 명의 생존자라는 테마를 통해 풀이하며, 현실적인 공감과 강렬한 주제관을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풍자가 너무나 직설적인 탓이었을까? 서글픔과 적나라한 여운이 담긴 주제관 탓에 영화가 기본으로 유지한 생존 물의 재미는 서서히 반감되고, 묻히는 느낌을 주게 된다. 너무 많은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은 탓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과 산만해 지는 이야기는 영화에 정체성을 불분명하게 만든다. 여기에 최근 [부산행]으로 인해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관객들의 정서를 생각해 본다면 [터널]의 정밀한 풍자는 새롭지 않거나 피로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 와중에도 생존 재난 영화의 정서와 전개를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끈기있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은 긴 여운을 남기며 영화의 후반부를 강렬하게 마무리한다. [터널]은 [부산행]과 함께 대한민국의 현실을 재난으로 표현한 인상적인 풍자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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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만한 여동생'으로 불릴만한 의외의 속편 [국가대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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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2,2016]
감독:김종현
출연:수애,오달수,오연서,김슬기,김예원,하재숙,진지희

줄거리
평창 올림픽을 위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급창설된다. 유일무이 정통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에이스 ‘지원'(수애), 자존심은 금메달 급, 현실은 쇼트트랙 강제퇴출 ‘채경’(오연서), 사는 게 심심한 아줌마, 빙판에선 열정의 프로 ‘영자’(하재숙), 시간외 수당이 목표, 아이스하키 협회 경리 출신 ‘미란’(김슬기), 취집으로 인생 반전 꿈꾸는 전직 피겨요정 ‘가연’(김예원), 주장급 멘탈 보유자, 최연소 국가대표 꿈나무 ‘소현’(진지희), 말만 번지르르, 주니어 아이스하키 우정상에 빛나는 국대 출신 감독 ‘대웅’(오달수). 오합지졸로 구성된 대표팀은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 게임 출전을 위한 특훈에 돌입하게 되는데… 

간단평
1편 [국가대표]가 비인기종목인의 설움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를 지향했다면, 2편은 그러한 정서에 여성 스포츠인이 지닌 고민을 함께 담아내며 전편보다 풍부해진 이야기와 감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가대표 2]는 1편이 지닌 유머를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다. 조금은 비현실적이면서 과장된 설정을 등장시켜 웃음을 강요한듯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급조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란 점에서 이해를 시켜준다. 

하지만 [국가대표 2]의 핵심적인 웃음코드는 과장된 설정이 아닌 캐릭터에 있다.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하는 아이스하키팀의 특징을 강조한 듯 각 구성원의 개성과 역할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흥미롭게도 구성원들은 주부, 학생, 실업자, 노력파 운동선수, 탈북자, 회사 경리 등 일상 속 여성들의 신분과 사회적 위치를 대변하는 존재들로, 일상의 여성들이 사회에서 느끼고 있는 다양한 심리와 정서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온다. 현실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된 아이스하키팀이 완성되는 과정 또 한 1편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간다. 오합지졸에 이기심 가득하고, 자존심이 강한 개인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과정은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식이다.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남북 관계'도 등장하지만, 이를 정치적 현안으로 다루기보다 1편이 지니고 있었던 가족 드라마의 정서로 재해석하는 유연함도 돋보인다. 1편이 '입양'이라는 주제를 활용했다면, 2편은 '분단'으로 인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스포츠 정신과 연결해, 이념을 뛰어넘는 깊이 있는 정서를 구축하며 스포츠 영화만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러한 유머와 드라마의 배경에는 여성들만이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서적 유대감이 담겨있어, [국가대표 2]는 여성의 시각에서 다뤄진 스포츠 드라마라는 인식을 강하게 남긴다. 유머와 정서의 강점만큼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답게 아이스하키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한 경기장면 또 한 최고의 볼거리다.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가 지닌 스피드함과 파워풀함을 클로즈업과 핸드 헬드 기법을 통해 현실감있게 담아낸 장면, 헬멧을 쓴 선수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움직임, 아이스하키의 공 '퍽'의 움직임을 슬로우 모션으로 포착한 장면은 아이스하키의 매력과 긴박감의 강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피리어드'로 분할된 제한된 경기 시간을 마지막까지 긴박하게 만드는 재주 또한 [국가대표 2]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흥미 요소다. 실감 나는 스포츠 장면과 다양한 설정들의 만남은 자리에 앉아있는 관객들마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 정도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이밖에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 깜짝 출연진의 역할을 잘 활용할 정도로 [국가대표 2]는 연출과 편집에 있어서도 상당한 실력을 선보였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는 활약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 속 선수들처럼, [국가대표 2] 또 한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선보인 의외의 작품이었다. 이번 여름 영화계의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되어 영화 속 파란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로알드 달, 스필버그의 [E.T]와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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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자이언트, 2016]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출연:마크 라이런스, 루비 반힐, 레베카 홀, 빌 헤이더

줄거리
모두가 잠든 밤, 런던의 고아원에 살고 있는 10살 소녀 ‘소피’는 우연히 인간 세상에 나온 한 ‘거인’을 보게 되고, 눈 깜짝할 사이 거인 나라로 납치된다. 무시무시한 거인들의 모습에 소피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자신을 납치해온 ‘거인’이 사실은 외톨이이며 꿈을 채집한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끼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소피’는 다른 무자비한 거인들에게 발각될 위험에 처하고, 그들의 끔찍한 계획을 알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소피’와 ‘거인’은 위험한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간단평
로알드 달의 원작 'The BFG'를 읽지 않았더라도,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원작이 지닌 클래식한 감성과 분위기를 느끼며 감상할 수 있다. 그러한 정서가 가능했던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과거 회귀와도 같은 그만의 특별한 감수성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팬이거나 8, 90년대의 그의 작품을 좋아한 관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게 느껴질 작품이다.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전체적으로 동화적 감수성이 묻어있지만, 스필버그는 이러한 구도를 자신의 과거 작품 [E.T]의 정서로 풀이하려 한다. 다른 종족, 능력을 지닌 인간 소녀와 거인은 만남에서부터 [미지와의 조우] 같은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되지만, 각자가 속한 집단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버림받은 존재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돕게 되는 우정의 드라마를 만들어 나가기에 이른다. 무서운 존재로 인식된 거인은 집단에서 가장 작고 나약한 노인이자, 의사소통에서도 허점을 지닌 인물. 하지만 보잘것없는 외형과 달리 다른 거인들에게 없는 순수함과 지혜를 가진 그는 인간 소녀 소피에게 꿈을 선물하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E.T]의 신비스러운 정서를 기반으로 '우정'이라는 테마를 종조, 세대별과 같은 다양한 시선을 통해 정서적인 여운을 맞춰나가던,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종종 [구니스][후크]를 연상시키는 스필버그의 과거 작품속 설정을 빌려와 경쾌한 어드벤처적 분위기를 완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장면들은 아이와 어른이 하나가 된 듯한 친근한 정서로 동화적 감성과 성인 적 지혜가 가져다 주는 삶의 교훈이자 우리안에 담겨진 순수함에 관한 이야기다. 

때로는 지나친 자기 복제로 보일 수 있는 과거 작품 속 설정의 답습과 현시대의 관객에게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감수성 어린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스필버그 본인의 자기 작품에 대한 재해석을 로알드 달의 고전을 통해 풀이했다는 점에서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인상적인 스필버그식 동화였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삶 자체가 재즈(JAZZ)였던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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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2015]
감독:돈 치들
출연:돈 치들, 이완 맥그리거, 이마야치 코리닐디, 마이클 스털버그

줄거리
폭넓은 표현력으로 음악의 한계를 뛰어넘은 'King of Jazz' 마일스 데이비스(돈 치들). 눈부신 전성기를 맞이하던 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대중의 시선에서 5년간 사라진다. 롤링스톤즈 기자 데이브 브래든(이완 맥그리거)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숨겨진 미발표 앨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특종을 노리게 된다. 하지만 우연치 않은 사건으로 마일스는 미발표 앨범을 도둑맞고 마일스는 데이브와 함께
앨범을 되찾기 위한 무모하고도 위험한 동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간단평
재즈계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를 담고 있지만, [마일스]는 그의 전체가 아닌 '재즈' 처럼 즉흥적이고 알 수 없는 이기적인 삶을 살아간 그의 인생의 한 부분을 조명하며 그의 재즈 인생을 독특하게 담아내려 했다. 잃어버린 미발표 앨범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통해 장르 영화적 전개를 이어가지만, 시종일관 마일스의 연애 시절을 부각하며 그의 사랑과 내면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아내려 했다. 

마일스의 복잡한 내면과 재즈 같은 삶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목이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산만한 전개처럼 여겨져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전개상의 아쉬운 부분을 마일스의 독특한 개성을 실감 나게 표현한 돈 치들의 연기와 다양한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어두운 도시의 명암을 그려낸 영상미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얼마 전 개봉해 큰 인상을 남긴 [본 투비 블루]와 비교하면, 서정적인 없는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가득한 재즈 영화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 정서를 느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J 호러' 공식에 충실한 전형적인 공포물 [노조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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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2016]
감독:미키 코이치로
출연:이타노 토모미, 시라이시 슌야

줄거리
방송국 리포터 ‘미시마’는 우연히 나간 현장 취재에서 허리가 뒤틀린 채 처참하게 죽어있는 ‘유타로’를 보게 된다. 시체의 기도에서 발견된 진흙 등 사건에 의문을 갖게 된‘미시마’는‘유타로’의 후배 ‘카즈요’를 만나 그들이 갔던 로쿠부 고개에 대해 듣는다. 로쿠부 고개에 다녀온 후 ‘유타로’에게서 나타난 것과 같은 끔찍한 증상이 '카즈요’에게서도 보이기 시작한다.‘미시아’는 남자친구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로 하고 고학자로부터 토모라이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노조키메 괴담을 전해 듣게 되는데…

간단평
[노조키메]는 [링][주온] 처럼 한동안 잊고 있었던 'J 호러'물의 새로운 공포 캐릭터의 등장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다가온다. 두 영화처럼 외형적인 모습과 공포 묘사에서는 전형성을 띄고 있지만 환각을 통해 인간의 내면속 공포를 자극 시키는 원혼이라는 점은 인상 깊게 다가온다. 성공했던 과거 J 호러물의 공식을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지만, 뻔한 전개와 원혼 달래기와 같은 여정을 담은 전형성은 독이 되고는 한다. 그 부분은 새로운 공포 방식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커버해야 하지만 아이돌 스타 출신의 여주인공의 어색한 연기와 전형성을 유지하려는 뻔한 연출력이 좀 더 무섭게 다가올 수 있었던 영화의 공포를 반감시킨다. 

그럼에도 새로운 괴담 캐릭터의 활용이란 점에서 잊혀진 J 호러의 부활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전 개봉한 [잔예]의 잔잔한 분위기와 [노조키메]의 무서운 캐릭터의 외형이 합친다면, 새로운 J 호러의 전성기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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