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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피크]리뷰:아름다울 정도로 잔혹한 호러 로맨스★★★☆

15.11.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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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피크,2015]
감독: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톰 히들스톤,제시카 차스테인,미아 와시코브스카,찰리 헌냄

줄거리
유령을 볼 수 있는 소설가 지망생 ‘이디스’(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상류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으며, 글쓰기 외의 다른 것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영국 귀족 ‘토마스’(톰 히들스턴)를 만나게 되고, 둘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아버지 ‘카터’의 만류에도 불구, 이디스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영국으로 향한다. 아름답지만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저택 ‘크림슨 피크’와 토마스의 누나 ‘루실’(제시카 차스테인)이 그들을 맞이한다. 이디스는 낯선 곳에 적응하려 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존재들과 악몽 같은 환영을 마주하게 되고, 그녀 주변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갖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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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피크]는 어울리지 않는 강렬한 극과 극 색의 조화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순수하고 맑은 눈을 상징하는 흰색과 붉은 피를 상징하는 적색의 만남은 이 영화가 보여줄 잔혹함의 수위가 어느 정도 인지를 암시하게 한다. 

순수한 영상 속에 펼쳐지는 잔혹한 핏빛 비극… 섬뜩하지만 길예르모 델토로에게 있어 이 순간은 명화를 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아름다운 로맨스가 이뤄지는 이 영화를 구상할 수 있엇던 배경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배경은 고혹미가 살아있는 19세기. 우아함과 화려함을 중시하는 건축물과 의상의 등장은 물론이며, 이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기품있는 연기가 강렬함을 더해주며 [크림슨 피크]만의 우아함의 절정을 완성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길예르모 델토로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사람보다는 크리쳐와 이를 빛내주는 비주얼 적 영상에 주목하기 마련. 즉, [크림슨 피크]에서 유심 있게 봐야 할 존재들은 사람들이 아닌 흉측한 모습의 유령들과 그 배경인 유령의 집이다. 

특히, 유령의 집은 [크림슨 피크]의 상징적인 공간이자 하나의 생명력을 지닌 존재 처럼 그려져 길예르모 델토로 특유의 '잔혹 정서'를 완성하는 기본 틀이 된다. 이곳은 공포의 시초이자, 억울한 원혼들의 안식터인 동시에 사건의 진실이 묻힌 곳이기도 하다. 이를 강조하려는 듯 건물 사이를 통해 울려 퍼지는 바람 소리는 한 여인의 울음소리처럼 들리며, 건물의 하단을 지탱하는 진흙은 사람의 붉은 피처럼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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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살아있는 생명력을 지닌 유령의 집은 단순한 공포와 죽음의 공간이 아닌 서글픈 정서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길예르모 델토로가 전작을 통해 크리쳐를 활용한 방식과 같다.  

[크로노스]와 [악마의 등뼈]에 등장하는 뱀파이어와 유령은 인간이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지만 욕망과 역사의 순례로 인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길을 건넌 불쌍한 존재들로 그려지며, [미믹][블레이드 2]에서는 창조자로 부터 버림받은 변종의 서글픔을, [헬보이]는 인간의 편견으로 사랑받지 못한 괴물들의 정서를, 그리고 [판의 미로]는 인간의 잔혹함이 남긴 상처를 상상속(혹은 현실) 크리쳐들의 도움으로 극복하려는 소녀의 감성으로 그려졌다. 

[크림슨 피크]의 크리쳐들은 공포를 불러오는 외형과 달리 슬픈 정서를 지닌 동시에 순수하고 진실된 존재들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가 기대했던 유령이 주도하는 공포 영화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영화 속의 공포를 주도하는 이는 바로 사람이다. 시종일관 불안감을 유지한 유령의 집의 어두운 분위기는 유령들이 아닌 불안정한 정서를 지닌 채 언제 어디서 공포를 유발할지 모를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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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피크]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러 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의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길예르모 델토로가 직접 창작한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의 유명 작품들의 정서를 그대로 이어받으며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밀도 높은 공포를 불러온다. 사건이 발생하는 유령의 집과 전개 과정은 킹의 [샤이닝]속 배경, 묘사, 인물의 심리를 자연히 연상시킨다. [샤이닝]의 공포의 주체가 악령들에 의해 서서히 미쳐가는 주인공 남자 잭(잭 니콜슨)이었듯이, 이 영화의 공포 적 주체는 토마스의 누나 루실(제시카 차스테인)이다. 

루실은 [샤이닝]의 잭인 동시에 [미저리]의 애니(캐시 베이츠)와 같은 존재로 우아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신경질적이고 잔혹한 본 성격에 돌발적인 행동을 보여줘 예상치 못한 공포를 유발하는 섬뜩한 존재다. 이 때문에 [크림슨 피크]의 공포는 심령 호러물적인 요소보다는 서스펜서 사이코물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즐겨야 한다. 이를 연기한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는 톰 히들스턴의 우아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영국 귀족 연기와 견주는 섬뜩함을 불러오며 [크림슨 피크]가 유지하려 한 고품격 호러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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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 속에 영화가 유지하려 한 19세기 특유의 고전적인 정서와 로맨스 또 한 인상적이다. 특유의 고전 로맨스는 뻔한 전개로 진행되지만, 톰 히들스턴의 기품있는 연기로 완성되며 우아함을 더하는 신비감을 전해준다. 여기에 섬세한 듯한 고증으로 이뤄진 세트, 의상, 미술을 통해 완성된 상징적인 장면과 배경은 [크림슨 피크]만의 시각적 흥미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전통적인 유령의 집 이야기와 수위 높은 잔혹한 영상을 통해 그려지는 비극은 인간의 어긋난 탐욕과 사랑을 부각하며 진실된 사랑의 가치를 이야기하려 한다.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러한 사랑의 가치를 이야기 해야 할 주된 로맨스적 분위기가 약하다는 점이다. 주인공 이디스(미아 와시코브스카)와 토마스의 로맨스가 좀 더 애절한 분위기와 전개로 그려져야 했지만, 미스터리적 요소를 강화하려는 욕심 탓에 로맨스의 정서는 다소 깊이 있게 표현하지 못했다. 

때문에 영화가 그려내는 로맨스는 다소 부정적이고 비극적인 부분이 더욱 부각되고 만다. 전체적으로도 개성을 강조하려 한 나머지 기본적인 이야기의 친밀함이 떨어진 부분도 아쉽다. 그럼에도 전자에서 언급했던 크리쳐에 대한 길예르모 델토로 특유의 정서에 초점을 놓고 본다면 이 영화가 강조하려 한 특유의 호러와 아름답고 잔혹한 정서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할 수작이라 생각한다.

[크림슨 피크]는 11월 2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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