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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리뷰: [식스센스]의 망령서 벗어난 샤말란 ★★★☆

15.10.15 17:15




[더 비지트,2015]
감독:M. 나이트 샤말란
출연:디아나 듀내건, 피터 맥로비, 에드 옥센볼드, 올리비아 드종

줄거리
똑똑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베카는 남동생 타일러와 함께 한번도 만난 적이 없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펜실베니아의 시골농장을 찾는다. 소중한 추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려는 베카는 조부모의 따뜻한 환대에 수년간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느끼며 행복감에 젖는다. 즐겁게 놀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뭐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푸근한 할머니 집. 할머니는 두 남매에게 단 한가지 규칙만을 지킬 것을 경고한다. "절대, 밤 9시 30분 이후엔 방에서 나오지 말 것"


대단한 데뷔작이 해당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행보에 큰 짐이 될 때가 있다. M.나이트 샤말란 감독에게 있어 [식스센스]는 벗어나고 싶었던 짐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 이후의 그의 작품들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너무나 대단한 작품으로 데뷔한 탓에 줄 곧 [식스센스]와 비교를 당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그가 작품마다 추구한 특유의 연출관, 대사, 작품의 특징과 같은 개성은 묻히곤 했다. 

이번에 개봉하는 그의 신작 [더 비지트]는 냉정하게 보자면 [식스센스]를 능가하거나, 역대 작품들중 '베스트' 반열에 오를만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한동안 침체된 행보를 보였던 샤말란이 오랜만에 자신만의 개성이 강조된 작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그의 최근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더 비지트]는 [블레어 윗치][파라노말 액티비티]와 같은 파운드 푸티지 호러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 한다는 점에서, 샤말란 자신이 고수했던 픽션 형식을 버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결과물은 파운드 푸티지라는 형식이 오히려 샤말란을 위해 존재한 듯한 인상을 주었을 정도로 최상의 결과를 완성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와 DVD 코멘토리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사랑해 홈비디오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한 바 있었다. 그 때문에 [더 비지트]는 '영화광' 이었던 샤말란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의 이러한 방식의 호러물이 청년, 성인을 주인공으로 삼으며 이야기를 진행했던 것과 달리 영화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인물들은 10대 남매들, 즉 어린아이들이다.

그래서 [더 비지트]의 정서는 여타의 작품들과 다른 밝은 느낌을 준다. 진지, 순수 그리고 장난기가 넘치는 화면과 유머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작품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있다. 여기에 영화 외적으로 등장하는 배경음악, 자막, 일부 장면은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홈무비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호러와 스릴러물을 주로 연출한 샤말란 이지만 작품안에 있는 유머와 드라마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사, 캐릭터의 행동, 정서를 통해 자연스러운 유머를 불러왔듯이, [더 비지트]와 또 한 그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의 이러한 장기가 파운드 푸티지와 같은 리얼 화면속에서 잘 녹아들었다. 


그러나 그의 진짜 장기가 본격 발휘되는 순간은 공포적 분위기 연출에 있다. 한동안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재미있는 가족형 홈무비의 모습을 유지하던 영화는 방심하던 사이 무서운 장면들을 노출한다. 한동안 카메라를 갖고 놀며 재미있는 영상을 찍던 아이들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상한 모습들이 느닷없이 카메라를 통해 순간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평소에는 자상함을 유지하다가 순간적으로 짐승처럼 행동하는 할머니, 평정심을 유지한듯 하지만 손주들에게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 할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이 미스터리를 불러오기 시작한 것이다. 대개 이러한 장면들은 CCTV와 같은 현실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유지되는 편이지만 [더 비지트]는 캠코더의 제한된 화면 크기와 움직임이 지닌 특징을 통해 구현될 수 있는 연출된 공포를 선보이려 했다.  

캠코더 화면의 등장과 함게 이상 행동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이 영화의 대표적인 공포 포인트. 이중에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 [샤이닝]의 숲속 미로 추격전을 파운드 푸티지 방식으로 오마주 한 듯한 장면이 등장해 [더 비지트]가 추구하고 있는 호러의 색체를 분명하게 해준다.

연출된 공포 장면은 이 장르 내에서 그리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타이밍, 적절한 기법, 편집 효과를 통해 밀도 높은 긴장감을 완성하며 전개에 따라 공포의 강도를 높여주는 부분은 샤말란 감독 특유의 연출적 재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현실적인 화면 속에 유머, 호러, 다큐등의 다양한 장르적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는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조부모와 부모 간의 벌어진 갈등에 손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이야기 설정은 현대 가정의 현실에 대한 풍자이자, 무책임한 부모 세대를 향한 진언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샤말란은 이러한 현대 가정의 문제를 한편의 호러 드라마로 표현하려 한 것이다. 아이들은 카메라를 움직이며 헤어진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남모르게 성장통의 아픔을 느끼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노인들의 이상한 모습에 공포심을 느꼈던 그들의 내면에는 이러한 숨기고 싶었던 상처가 잔재해 있었다. 어쩌면 조부모들의 기이한 행동은 그 자신들에게도 있는 내면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가족간의 화해, 사랑, 우애를 이야기하며 무섭지만 따뜻한 홈무비 공포 영화를 추구한다. 

[더 비지트]는 '반전의 사나이'로만 인식되었던 샤말란의 진짜 성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더 이상 그 에게 '반전' '호러'라는 수식어 대신, '다재다능함'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그의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는게 어떨까? 스릴과 훈훈함이 살아있는 재미있는 영화로 어쩌면 샤말란의 대표작으로 강조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더 비지트]는 1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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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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