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생 선배 '인턴', 현대 '미생'들을 위로하다
[인턴, 2015]
감독:낸시 마이어스
출연: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줄거리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줄스(앤 해서웨이). TPO에 맞는 패션센스,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서도 끊임 없는 체력관리, 야근하는 직원 챙겨주고, 고객을 위해 박스포장까지 직접 하는 열정적인 30세 여성 CEO! 한편,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되는데..
리뷰
갱, 마피아 영화의 해결사로 나섰던 로버트 드니로가 현대 직장인 '미생'들의 해결사이자 조언자로 나서게 되었다. 나이에 맞게 극 중 70대 노인으로 등장한 드니로는 품위, 명예, 마음가짐 등 현재의 시니어 세대가 지니고 있는 가치와 성격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 아날로그적인 인물이 현재의 디지털 세대와 함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언발란스 한 상황.
영화의 재미는 바로 '시니어'의 대표 드니로가 현세대와 함께 어울리고 그들과 동조하는 과정에 있다. 은퇴 전 까지만 해도 한 회사의 간부급 인사였지만, 다시 인턴으로 시작한 만큼 새 출발 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드니로가 연기하는 벤은 바쁜 일상과 첨단 기기에 의지하며 관계에 소홀한 현세대에게 아날로그 적인 여유로움, 가정적인 마인드, 책임감 등의 가치를 가르쳐 주며 그들을 돕게 되고, 젊은 동료들은 그런 그를 조언자이자 멘토로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영향은 여주인공 줄스에게 까지 미치게 되면서 벤과 줄스의 인생상담, 힐링 메시지가 영화의 전체를 아우르게 된다. [인턴]은 가족 영화의 분위기와 직장인 드라마 사이에서 중간자적인 정서를 유지하며, 일상의 공감을 불러온다.
유머에 치중한 이야기와 너무 많은 교훈적 에피소드를 남발하려 한 나머지 후반부의 산만한 이야기구성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인생의 깊이 있는 메시지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턴]은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출연, 그들이 전하는 현실적인 이야기, 유머를 통해 따뜻한 정서가 가득 담긴 휴먼 드라마를 이끌어낸다. 깊이는 잃었지만, 흐뭇함과 훈훈함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그 부분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2.'화성'의 로빈슨 크루소
[마션, 2015]
감독:리들리 스콧
출연: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페나, 세바스찬 스탠, 제프 다니엘스
줄거리
NASA 아레스 3 탐사대는 화성을 탐사허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고 팀원 마크 와트니가 사망했다고 판단, 그를 남기고 떠난다. 극적으로 생존한 마크 와트니는 남은 식량과 기발한 재치로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 노력한다. 마침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지구에 알리게 된 마크 와트니, NASA는 총력을 기울여 마크 와트니를 구출하시 위해 노력하고 아레스 3 탐사대 또한 그를 구출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을 찾게 되는데…
리뷰
[마션]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와 컨셉은 한 문장으로 정의된다. 바로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면 지구에서의 무인도 표류는 아무것도 아니다. 물, 식량, 산소 등이 극한적으로 제한된 상황에 놓여 있다.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그래비티]의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과 [아폴로 13]의 대원들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마션]의 마크 와트니는 철저히 혼자서 이 난항들을 해결해야 한다. 지구와의 연락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유일한 희망은 화성 기지 내에 있는 장비들과 남아있는 30여 일치의 식량들이다.
[마션]의 흥미는 바로 마크 와트니가 맥 가이버 처럼 화성기지내의 장비를 활용해 생존기반을 유지하는 방식들에 있다. 식물학자인 동시에 과학자인 그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상식을 총동원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는 방식이란 점에서 보는 이들마저 흥분시키게 만든다.
마크 와트니의 활약은 단순한 재미 차원을 넘어서 인류와 과학의 위대함에 대한 찬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가 화성에 생존할 수 있었던 요인은 인류가 오랫동안 발견하고 완성한 과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연을 통해 배운 지식, 지구에서 들여온 여러 장비, 화성 탐사를 위해 쏘아 올린 로켓, 탐사 로봇(패스파인더)은 오랫동안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 나아가려 한 인류의 도전에 대한 상징물인 셈이다.
다소 긴 러닝 타임이 흠이지만, 어두울 수도 있었던 화성 표류기를 아름다우면서도 실감나게 표현한 특수효과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 였으며,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화성에서 고립된 남자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표현한 맷 데이먼의 연기 또한 즐거운 향연을 가져다준다.
[마션]은 10월 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3.이선균의 원맨쇼에 의지하는 이상한 장르 영화
[성난 변호사, 2015]
감독:하종호
출연:이선균,김고은,임원희
줄거리
두뇌 상위 1%, 승소확률 100%의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이선균). 대형 소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승승장구하는 그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바로 시체도 증거도 없는 신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변호하는 것!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사건이지만 그의 두뇌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파트너 ‘박사무장’(임원희)과 함께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혐의를 벗길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다.재판 당일, 사사건건 부딪히는 후배 검사 ‘진선민’(김고은)의 반론에 맞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변변. 언제나 그렇듯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용의자가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갑작스런 자백에 판세는 뒤바뀌고, 변변은 승소를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함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리뷰
한 배우의 원맨쇼가 돋보인 작품이라 한 들, 그 모습도 어느 정도껏 해야 한다. 제아무리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 이선균이 등장한다 해도 이를 보조하는 조연, 연출, 각본이 부실해 더 이상의 볼거리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흥미는 사라져 버린다.
[성난 변호사]는 두 가지 기대 심리를 불러오는 작품이다. [끝까지 간다]에서 활발한 연기 장면을 보여준 이선균의 연기와 [끝까지 간다] 처럼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스릴러적인 재미다. 우선 영화는 전자의 장점을 확보했다. 이선균 특유의 능청스러움, 버럭, 잔꾀가 넘치는 캐릭터가 등장해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이를 보조해줘야 하는 김고은, 임원희의 캐릭터는 존재감조차 없으며 대립해야 하는 악역들의 존재도 미미할 정도로 단순하다. 이익을 우선시 하는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가 자신보다 더 큰 악을 상대한다는 설정은 안티히어로적인 이야기를 기대할 만 하지만 그런 과정을 풀어내는 각본은 너무 부실하다.
초반 반전까지는 좋았으나, 중반부터 범인의 정체와 미스터리 사건의 진상이 맥없이 밝혀지면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기대했던 관객들의 기대심리는 하락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이선균의 반격에 집중하지만, 강렬하면서도 속을 알수 없었던 악역 조진웅이 등장했던 [끝까지 간다]와 달리 [성난 변호사]의 악역은 절대적인 권력만 휘두르기만 할 뿐 어떠한 긴장감도 불러오지 않는다. 또 한 그 과정을 대반전으로 풀이하려 하지만 이는 뻔히 보이는 설정이어서 별다른 감흥을 불러오지 못한다.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에게 큰 실망감을 주겠지만, 그나마 이선균의 개성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할 것을 권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4.'순정 마초'의 정서가 담긴 아름다운 서부영화
[슬로우 웨스트, 2015]
감독:존 맥클린
출연:마이클 패스벤더, 코디 스밋-맥피, 벤 멘델존, 카렌 피스토리우스
줄거리
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현상금 사냥꾼 사일러스(마이클 패스벤더)는 숲에서 미국 원주민을 사냥하는 북부군으로부터 16살짜리 소년 제이(코디 스밋-맥피)를 구해준다. 제이는 아버지와 함께 서부로 떠난 여자친구 로즈(카렌 피스토리우스)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부터 미 중서부인 콜로라도까지 머나먼 길을 혼자 찾아가던 중이다. 사일러스는 제이에게 돈을 좀 주면 여자친구에게 무사히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사실은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 있고, 사일러스는 현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제이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리뷰
마초 남성들과 거친 흙내음을 불러오는 일반 서부 영화를 기대했다면 오산. [슬로우 웨스트]는 웨스 앤더슨이 서부 영화를 만들었나 착각할 정도로 감성적인 정서와, 아기자기한 영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반 서부 영화의 전형적인 캐릭터인 사일러스가 강렬하게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스코틀랜드에서 온 소년 제이다. 제이는 거칠고 야생적인 서부와 달리 순수하고, 감수성 많은 10대 소년으로 미국으로 도피한 여자친구를 찾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이곳에 왔다. 영화는 감성적인 제이와 마초적인 사일러스의 동행을 통해 소년이 남자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제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며 그의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점에서 [슬로우 웨스트]는 매우 감성적인 서부 영화를 추구하고 있다. 허무한 죽음, 치열한 총격전, 거친 행동과 말투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거칠게 표현하기보다는 따뜻한 정서, 동화 같은 영상미, 시어같은 대사, 유머로 표현한다.
사춘기 소년의 순정 극을 보는 것 같은 [슬로우 웨스트]는 영화의 말미 거친 서부 시대를 풍미한 마초 시대의 허무한 최후를 부각하며, 제이가 지닌 순수한 정서의 여운을 남기게 된다.
기대와 다른(?) 색다른 서부극에 당황할 수 있지만, 보기 드문 참신한 서부 영화임은 틀림없다.
[슬로우 웨스트]는 10월 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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