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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리뷰: 타락한 우리 시대를 향한 구원의 영화(★★★★)

15.06.12 17:01

 
 
[마돈나, 2015]
감독: 신수원
출연: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변요한
 
줄거리
한 병원의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과 의사 혁규(변요한)는 심장 이식이 필요한 전신마비 환자 철오를 담당하게 된다. 철오의 아들 상우(김영민)가 아버지의 재산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버지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들. 어느 날, 정체불명의 사고
환자 미나(권소현)가 실려오게 되고, 냉혹한 재벌 2세 상우는 해림에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상황이 어려웠던 해림은 제안을 어렵게 수락하고,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졌던 미나의 과거를 추적해가며 충격적인 비밀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각자의 기준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정의는 각기 다르기 마련이기에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그 본질 중 하나인 지나친 허구성에 묶여 버려 현실을 망각하게 된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허세만 내세우는 허영적 예술에 불과할 것이다. 적어도 좋은 영화란 현실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이야기해 우리 삶에 남는 가치가 담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이 실화, 픽션(모든 장르 영화 포함), 판타지 그리고 불편한 성향의 작품이든 말이다.
 
단편 [순환선] 장편 데뷔작 [명왕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치부를 낱낱이 파헤친 신수원 감독의 영화들은 그 점에서 볼 때 '불편한 성향의 좋은 작품'임이 틀림없다. 그 표현 방식이 충격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현실임을 인지해 주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착잡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신 감독의 신작 [마돈나]는 이러한 특색이 종합된 '치부에 대한 모든 것'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타락한 지금의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이라 자신하며 이 영화를 통해 그러한 희망을 이야기하려 하고 있었다. 
 
영화는 적나라한 현실 반영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해림은 사회적 고위층과 부유층들이 주로 입원하는 병원 VIP 병동의 간호조무사다. 대부분 사회적으로 명성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지만 온갖 추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성(性)적인 모멸감을 주는 환자들, 의사들을 하인 부리듯 착취하고 인격모독을 일삼는 부유층의 자식들, 그리고 이러한 행태를 알게 모르게 자신의 후배와 보조 직원들에게 대물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현실의 모습을 보는듯했다.
 
[마돈나]의 묘미는 이러한 불편한 현실 반영 풍자를 통한 공감에 있다. 이러한 공감은 묘한 쾌감과 함께 우리 사회가 알면서도 침묵한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어 씁쓸한 인상을 가져다 준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해림의 눈과 무미건조한 표정은 영화와 현실의 공감을 일치시켜 주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관객의 심정을 대변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일상의 문제를 반영한 수준,  해림의 눈은 이제 우리가 접하지 못한 슬프면서도 잔인한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그 현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괴롭고 힘들 수 있는 인고의 과정이다.
 
어느 날 병원에 심한 폭행을 당한 여성이 실려 온다. 여성은 마돈나라는 예명으로만 불릴 뿐 이름도 가족도 알 수 없는 무연고자다. 영화는 이 마돈나가 어떤 여성인지를 추적극 형식으로 그려내 호기심을 불러오는 방식을 취한다. 전자가 부유층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했다면 이후의 이야기는 사회적 소외계층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소외계층은 단순한 경제적 저소득층에 한정된 의미가 아닌 현대 사회에서 철저히 따돌림당하고 버려진 '약자'를 의미한다.
 
마돈나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은 '약자의 연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소외되고 버려지는지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마돈나]는 우리 사회가 가하는 이같은 핍박을 가차없는 폭력으로 묘사한다. 학창시절 왕따 문제를 시작으로 비정규직, 직장 내 성희롱, 외모 비하와 같은 사소한 행동들 하나가 이러한 폭력의 일부분이 된다. 이는 충격적으로 묘사된 성폭행 장면에서 분명하게 그려진다. 영화속 수컷들은 그녀의 사회적 위치의 불리함 (비정규직, 저소득층)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그녀를 탐하며 성적인 폭력과 상처를 남기게 된다.
 
순한 성희롱에서 시작된 문제가 성추행, 성폭력 그리고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로 오게 되는 장면은 우리 사회의 사소한 폭력이 어떻게 큰 폭력으로 진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돈나의 본 의미가 '모성애'를 상징하는 성모 마리아와 섹스 심벌한 팝가수의 이름을 상징하는 여성들의 욕망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상반된 의미가 된다. 영화 속 주인공 마돈나는 볼품없는 외모의 소유자,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존재, 비정규직에 저소득층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대변한다. 영화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지는 불편한 폭력은 바로 이들 각자에게 가해지는 실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와 윤리적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타락한 자본 사회의 이면이다. 이러한 폭력의 피해자인 그녀가 스스로를 마돈나라 칭하는 부분은 욕망과 자기 위안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어 서글픈 감정을 더하게 한다.
 
 
마돈나라는 한 캐릭터에 여러 상징성을 더한 만큼 그 밖의 인간 군상들의 모습 또한 입체적으로 다뤄져 강렬함을 더해준다. 병원 설립자의 아들 상우는 마돈나와 대비되는 인물로 계급적으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인물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행복하지 않은 상우, 고통의 삶을 살아왔지만 무언가를 위해 살아가려 했던 마돈나 '미나'를 통해 삶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진중한 물음을 던진다. 또 다른 주인공 해림과 레지던트 의사 혁규(변요한)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부닥친 인물들로 현실과 윤리적 가치의 갈림길에 선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을 대단했다. 시종일관 차가운 인상을 보여주는 김영민, 평범해 보인듯한 무미건조함 속에서 인간성을 드러내는 서영희의 내면 연기를 비롯해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무릎 꿇게 되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보여준 변요한의 연기는 인상 깊은 감정을 끌어올려 준다. 무엇보다 마돈나 '미나'를 연기한 신예 권소현의 연기는 2015년 한국 영화계의 발견이자 심금을 울리게 한 희생적인 열연을 보여준다.
 
[마돈나]는 영화의 마지막, 러닝타임 내내 유지된 어두운 분위기와 불편함을 아름답고 강렬한 결말을 선보이며 마무리한다. 핍박을 준 세상이지만 그 세상을 향해 희망과 사랑을 전하려 한 그녀의 진심이 담긴 결말은 지금의 세상을 향한 구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 영화의 불편한 현실들을 참고 본 관객을 위한 선물이자 영화관을 떠난 우리 모두가 현실에서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상기시켜 준 의미 있는 메시지다. [마돈나]는 작년 [한공주]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포기한 약자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그들을 포옹해 줄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좋은 영화란 스크린을 벗어나서도 강렬하게 잊혀지지 않는 무언가를 전해줘 그것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꿔 놓을 수 있는 실천을 각인시켜준 작품이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의 기자 시사회가 끝난 후 이례적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영화를 포함해 이 세상에 상처 입고 소외당한 영혼들을 위한 응원과도 같았다. 그러한 박수와 응원이 일반 관객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마돈나]는 7월 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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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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