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어벤저스] (전2권)
글: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그림: 마이크 데오다토 주니어
옮김: 박무성
이야기는 전에 소개한 [시빌 워] [시크릿 인베이전] 사태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크럴의 침공 사태에 책임을 진 토니 스타크와 쉴드는 사실상 미국 정부로부터 해체 명령을 받게 되고, 그 자리를 노먼 오스본의 해머(H.A.M.M.E.R)가 대신하게 된다.
노먼 오스본은 스파이더맨의 숙적 그린 고블린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빌런 생활을 청산하고 [시빌 워]의 초인등록법에 반대한 히어로들을 체포하는 법집행기관인 '썬더볼츠'라는 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한다. 그러던 중 스크럴과의 대전투에서 스크럴의 여왕을 쏴 죽여 지구를 구함으로써 전 국민의 영웅이 된다. 노먼 오스본은 '쉴드'를 해체하고 토니 스타크가 남긴 모든 재산을 압수해 '해머'를 명실상부 최고의 치안 기구로 탈바꿈시킨다.
해머가 만인 앞에 공식 기관이 되는 순간. 오스본은 아이언맨과 비슷한 코스튬을 입고 스스로를 '아이언 패트리어트'라 소개하며 자신을 따르는 새로운 '어벤저스'를 소개한다. 그들은 캡틴 마블, 센트리, 미즈 마블, 호크 아이, 스파이더맨, 울버린 그리고 아레스 였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히어로들이라 하기에 어딘가 모르게 어설퍼 보인다. 다름 아닌 그들은 진짜가 아닌 '짝퉁'이나 다를 바 없었던 위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스본은 해머가 정부와 미국민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히어로들의 합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그들에게 합류할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호크 아이, 미즈 마블을 비롯한 기존의 히어로들은 '전직 악당' 노먼 오스본의 군림에 반기를 들고 '어벤저스'를 탈퇴한다. 사실상 히어로들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오스본은 썬더볼츠에 소속된 '갱생'한 빌런들을 히어로들로 대처했다.
그렇게 해서 구성된 인물들은 불스아이(호크아이), 문스톤(미즈 마블), 베놈(스파이더맨), 울버린의 아들 다켄 아카히로(울버린) 지구상 엄청난 힘을 지녔지만 나약한 자아로 고통받는 센트리, 신과 히어로의 위상을 유지하고 싶었던 '전쟁의 신' 아레스 만이 이들과 함께한 유일한 순수히어로들 이었다. 겉으로는 '선(善)'이라 가면을 썼지만, 사실상 '악(惡)'의 내면을 지닌 '다크 어벤저스'. 위장된 진실을 내세운 거짓된 집단인 이들은 과연 '진짜 정의'를 이뤄낼 수 있을까?
[다크 어벤저스]는 슈퍼 빌런들이 히어로 행세를 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좌충우돌 정의 실현기를 그렸다. 말로는 정의를 외치지만 실제 그들의 일처리 방식은 빌런 시절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히어로라 하기에는 왠지 모르게 어설퍼 보인다. 제아무리 히어로 코스튬을 착용했다 한들 태생이 빌런인 그들의 본성을 바꾸기란 쉽지가 않다. 본성 자체가 악했던 그들이었기에 단합은 커녕 배신과 같은 위험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은 이들 모두가 시험 폭탄 같은 위험한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놈은 오스본의 약을 통해 자신의 괴물 같은 본성을 억제하려 하지만 여전히 그 모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스아이는 선천적인 살인 본능에 굶주려 있으며, 다켄은 아버지 울버린의 그늘에 가려진 것에 자존심 상해있다. 이런 와중에 유일한 여성 히어로 문스톤은 일부 멤버들과 묘한 관계를 유지하며 팀의 분열 조짐을 일으킨다. 그나마 히어로 출신인 아레스와 노바르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이들 또한 내면적인 상처, 갈등이 잠재되어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모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존재는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센트리' 로버트 밥 레이놀즈 였다. 1,000개의 태양의 힘을 지닌 그의 힘은 그야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자체다. 히어로 '센트리'로 활동하고 있는 그이지만, 절대 악 '보이드'라는 또 다른 인격을 갖고 있다. 그가만약 센트리가 아닌 보이드의 내면을 드러낸다면 세상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있다. 마치 '어벤저스'의 스칼렛 위치가 있었듯이 말이다.
토니 스타크, 리드 리차즈 마저 포기한 센트리를 노먼 오스본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생각하며, 그에게 공감어린 시선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센트리가 지속해서 무한한 힘을 보여줄 때 마다 새로운 불안감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해머의 수장인 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그 스스로가 불러올 앞으로의 위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크 어벤져스]의 흥미는 빌런들이 히어로 들을 대신한다는 아이러니함과 더불어 이러한 시한폭탄 같은 불안전한 존재들이 불러올 잠재적 위험에 대한 긴장감에 있다.
마블 히어로들 또한 한 명씩 이러한 약점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했기에 세상을 구원할 히어로가 될 수 있었으며, '어벤져스'라는 조직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빌런들로 구성된 다크 어벤저스가 영원히 '다크'할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자신들의 어두운 내면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활약을 통해 '진짜 히어로'들을 대신 하는듯 했지만, 결국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해 영원히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히어로와 빌런의 차이점 이다.
[다크 어벤저스]는 이처럼 불안정한 히어로 위장 집단의 위태한 일상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며 진정한 히어로의 가치와 정의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 때문에 히어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한계에 부딪히는 이들의 모습에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선과 악의 위치를 오가며 활약하는 그들의 모습은 한편의 안티 히어로 시리즈를 보는듯한 인상을 줘 그동안 히어로들의 시점에서 진행된 코믹스와 전혀 다른 느낌의 재미를 선사하게 된다.
그 때문에 영화 팬들에게는 라이벌 회사 작품이지만 현재 촬영 중인 DC 코믹스 원작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지닌 안티 히어로 성향의 분위기와 정서를 이해하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크 어벤져스]는 국내에 출간된 [인비서블 아이언맨 1, 2] 등등의 여러 시리즈와 연계를 지니다가 [시즈]에서 마지막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과연 오스본과 빌런 패거리들은 진정한 '갱생'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리고 사라진 진짜 히어로들은 어디서 무슨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 흥미진진하면서도 예측불허의 사건과 전개가 지속되는 마블 코믹스 이야기는 앞으로도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