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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연대기] 리뷰: 무게감과 진중함을 더 한 [끝까지 간다] (★★★)

15.05.06 20:52



[악의 연대기, 2015]
감독:백운학
출연: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박서준

줄거리

특급 승진을 앞둔 최반장(손현주)은 회식 후 의문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위기를 모면하려던 최반장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승진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한다. 이튿날 아침, 최반장이 죽인 시체가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공개되고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힌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된 최반장은 좁혀오는 수사망에 불안감을 느낀다. 최반장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재구성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로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한 남자가 자신이 진범이라며 경찰서에 나타나는데… 

 
[악의 연대기]에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는 2013년 개봉한 이선균, 조진웅 주연의 [끝까지 간다] 이다. [끝까지 간다] 제작진이 참여해 완성한 작품인 만큼 [악의 연대기]의 기본적인 전개와 설정은 너무나 판박이에 가깝다.
 
성공한 작품의 영향을 이어받아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익숙한 이야기를 반복한 것에 그친다면 절로 실망스러운 작품이 될 수 있다. [악의 연대기]는 이러한 문제점을 [끝까지 간다]가 지니고 있지 않은 무게감과 진중함을 더해 차별화를 두려 한다.
 
주인공 최 반장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 행동으로 인해 살인하게 된다. 경찰에 신고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자신의 과오가 드러날 것으로 우려한 최 반장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여기까지는 [끝까지 간다]와 비슷하다.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이 그렇다. 사건을 은폐할수록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인물들이 등장해 새로운 전개를 예고하며 긴박감을 더해준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끝까지 간다]가 중반부터 범인을 공개해 '왜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화두로 긴장감 있는 이야기 구성을 진행하며 주인공의 반격에 초점을 두었다면, [악의 연대기]는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이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추적물 형태의 전개를 이어나가는 식이다. 
 
하지만 문제의 시신이 도심 한복판 공사장 크레인을 통해 공개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부터 영화는 의미심장한 상징과 주제를 드러내려 한다. 무게감 있는 주제의식과 상징은 [악의 연대기]가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사회파 스릴러를 지향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심 속 매달린 시신의 등장. 그것은 바로 진실이 죽어버린 오늘날 현실의 상징이다. 이러한 상징의 등장이 말해주듯 영화의 제목 이기도 '연대기'는 '은폐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실이 거짓으로 왜곡되어 버린 과거의 행적, 경찰 수뇌부의 은폐 지시, 조그만 은폐가 거대한 은폐로 변하게 된 과정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 방황하는 최반장의 위치는 유일하게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제 3자를 통해 도덕성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악의 연대기]의 이러한 묵직한 구성은 마지막 정점의 '오점'으로 적용되고 말았다. 의미심장한 이야기와 주제를 이야기한 만큼 그에 걸맞은 강렬한 결말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스릴러 영화들 중 초반의 치밀한 전개와 구성을 이어가다 후반 들어서 그동안의 전개를 무색게 하는 갑작스러운 마무리를 결정지을 때가 있다. 그것은 반전 또는 충격적인 결말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인해 생기는 실수로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전개했던 작품의 방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부작용을 준다. 반전과 결말을 남기는 데 있어 복선이 있기 마련인데 [악의 연대기]의 반전과 결말은 그러한 복선을 무시한 주제와는 무관한 선에서 벗어난 인상을 가져다 준다.
 
아마도 그것은 이 영화가 긴장감을 높여주기 위해 설정된 여러 상황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자신의 진실을 은폐해야 하고,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는 진범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여기에 그가 왜 이런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전개의 연속은 긴장감과 호기심을 높여주기에 충분하지만, 영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주제와 결말이 산만해지는 문제를 일으킨다.
 
대체 주인공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어떤 결말을 맞이해야 하는 것일까? 수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에 대한 해결이 미미한 점이 아쉽다.
 
[악의 연대기]는 분위기와 핵심 사건의 전개만큼은 일관성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과 전개에서는 혼란스러움을 가져다준다. 아마도 이 문제를 중반부터 인식했다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근래 보기 힘든 묵직함과 강렬한 스릴러와 일관성 있는 이야기와 분위기,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만큼은 장점으로 다가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다.
 
[악의 연대기]는 5월 1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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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고편=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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