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영국, 마거릿 대처 정부의 反 노동, 탄광폐쇄정책으로 탄광 노동조합은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빌리는 이 가난한 탄광촌에서 파업시위에 열성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살고 있다. 아직은 어리고 엄마의 사랑이 그리운 빌리, 하지만 어머니의 기억이 배어있는 피아노마저 땔감으로 사라져 가고 빌리의 가정에 사랑의 온기는 점점 식어간다.
어느 날 권투연습을 하던 빌리는 체육관 한 귀퉁이에서 실시되는 발레수업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고, 그 수업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음악에 순식간에 매료돼 버린다. 이 발레수업의 선생인 윌킨슨부인(줄리 월터스)의 권유로 간단한 레슨을 받게 된 빌리는 점점 발레의 매력에 빠져들지만 아버지(게리 루이스)와 형의 단호한 반대로 빌리의 발레수업은 중단돼 버린다. 힘든 노동과 시위로 살아온 그들에게 남자가 발레를 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발레를 하고 싶은 소년의 꿈은 이로 인해 완전히 꺾인듯 했다.
성탄절 저녁, 텅 빈 체육관에서 빌리는 혼자만의 무대를 만들고 자신의 발레 솜씨를 친구에게 보여주려 한다. 이때 우연히 체육관을 찾은 아버지는 춤을 추려 하는 빌리와 마주하게 되고,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감싸 쥔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연주 음악이 울러 퍼지자, 빌리는 아버지 앞에서 스텝을 밟으며 그동안 갈고 닦은 춤 실력을 선보인다. 절도있는 스텝, 자유로운 몸놀림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역동적인 동작 하나하나에 아버지는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바라 본다.
아버지와 형의 강압으로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소년은 '춤'이라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빌리의 춤은 억압에 대한 자유로운 도전이자 아버지를 향한 빌리만의 애정어린 표현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연습한 춤을 처음으로 봐준 첫 관객이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빌리의 춤을 말없이 바라본 아버지는 짧은 공연이 끝나자 곧바로 체육관을 떠난다. 아버지를 부르는 막내아들의 외침에 "집으로 돌아가!"라고 무심하게 말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빌리의 춤은 무덤덤한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버지는 빌리의 춤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되었고, 그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곧바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들의 재능을 지켜주고 싶은 애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가 자신들을 억압한다고 생각해 왔던 아버지는 오히려 자신이 아들의 천재성과 꿈을 억압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결국 아들의 꿈을 위해 파업 대열에서 이탈하려 한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가족들은 빌리의 꿈을 위해 하나가 되고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빌리 엘리어트]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버지 앞에서의 춤'장면은 갑작스러웠지만, 생각지도 못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아버지를 정면에 응시한 어린 제이미 벨의 앳된 표정과 눈빛은 그 자체만으로도 호소력이 짙었고, 웅장한 음악에 넓은 체육관을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빌리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화면과 영상은 절로 가슴을 뛰게 했다. 무엇보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부자간의 관계를 표정과 행동으로 표현한 두 배우의 연기는 춤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며 다양한 정서와 감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완벽한 합이 만들어낸 [빌리 엘리어트]의 '1분 공연'은 그 어떤 장시간의 공연이 선사하는 감동보다 더 아름다웠고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