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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리뷰: 당신에게 우선은 진실인가요? 국익인가요?

14.09.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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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2014]
감독:임순례
출연:박해일,유연석,이경영,박원상,류현경,송하윤,권해효
 
 
줄거리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 박사의 연구 결과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PD추적 '윤민철' PD(박해일)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얼마 전까지 ‘이장환’ 박사(이경영)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해오던 ‘심민호’ 팀장(유연
석)은 ‘윤민철’ PD에게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줄기세포 실험 과정에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양심 선언하게 된다. 제보자의 증언 하나만을 믿고 사건에 뛰어든 ‘윤민철’ PD는 ‘이장환’ 박사를 비판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여론과 언론의 거센 항의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결국 방송이 나가지 못하게 되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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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보자]를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다 아는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허구로 만들어낸 이야기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그동안 진실 추적 소재의 한국 영화였던 [도가니] [부러진 화살]과 다르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 복제 논란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미 언론과 여러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수없이 다루어졌고, 과학계의 엄청난 논란을 낳았던 만큼 이 사건의 과정과 결말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이상하리만큼 처음 접한 사건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왜일까? 임순례 감독은 [제보자]를 단순한 고발, 진실 영화라는 차원에서 벗어나 한편의 흥미로운 작품으로 완성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화의 각본으로, 특히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대립 관계'다.
 
윤민철과 심민호는 이장환의 거짓을 파헤치기 위해 함께 협력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실들을 접하게 되면서 서로를 불신하게 되는 장면을 보여주고는 한다. 여기에 이 두 인물은 각자의 터전에서도 갈등을 불러온다. 윤민철은 자신의 방송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영진, 동료 PD들과 대립하게 되고, 심민호는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현실주의자이자 이장환을 신뢰하는 아내(류현경)와 대립한다. 신뢰의 관계지만 때에 따라서는 갈등하고 불신할 수도 있는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영화는 의외의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예고한다. 각 대상을 진실, 거짓, 현실로 상징화 한 점도 눈에 띈다. 이러한 갈등은 최종적인 갈등 관계의 마지막 대상인 이장환 박사와 대립하게 되는 부분은 '소수 VS 댜수(이장환의 지지자, 정부 등)'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긴장감의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영화가 중간마다 던지는 "국익이냐? 진실이냐?"의 메시지로 연결된다.
 
당시의 사건들을 극적인 반전장치로 활용한 부분도 인상 깊다. 실제 언론 취재 도중 일어나는 외압, 방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대의 반격은 주인공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새로운 상황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그 당시 사건의 풀이과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난해했던 과학적 상황을 이야기 전개의 일부로 삼은 부분도 흥미롭다. 이장환 박사의 체세포 기술과 관련된 오류를 과학적 법칙으로 풀어내고 과학 속에 진실이 담긴 점을 강조하며 추적하는 과정은 긴장감과 더불어 과학적 호기심도 높여준다.
 
영화의 이러한 흥미로운 장치들을 발견하고 접하게 되면 [제보자]는 소재 때문에 단순히 뜬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보자]는 이 영화가 허구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졌다 해도 매우 재미있었으며, 영화적으로도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임순례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이 영화의 이야기를 매우 치밀하게 조율했으며, 훌륭한 연출력도 선보였다.
 
조금의 아쉬움이 있다면 지나치게 갈등과 대립의 과정을 길게 끝다보니 숨을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그것이 재미로 연결되지만, 답답한 느낌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영화의 제목이자 큰 비중성을 보여줘야 했던 유연석의 제보자 캐릭터가 시간이 지나면서 박해일에 지나치게 의존해 역할이 묻히게 되는 과정도 아쉽다. 하지만 그 선택은 나쁘지 않았으며 덕분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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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과 연출력 못지 않게 [제보자]를 더욱 재미있게 꾸며주는 또 다른 장치는 인간적인 부분이다.
 
이 부분은 훌륭한 주조연 배우들이 만들어낸 좋은 결과물이었다. 단순히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극의 중심인물들을 입체적 이면서 다양한 성격을 지닌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 실화와 장르의 형식에 빠질 뻔 했던 영화를 인간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완성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매번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경영의 '발견'이었다. 이경영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황우석의 모티브로 한 이장환 박사를 평면적인 악역으로 그리지 않고 인간적인 진심과 탐욕 사이에 갇힌 인물을 차분하게 연기하며 격양될 수 있었던 영화의 분위기를 안정되게 유지했다. 박해일은 영화속 캐릭터 윤민철을 자신의 개성에 맞게 연기하며, 저돌적이면서 진실과 신념을 표방하는 언론인의 이상향을 보여주었다. 그를 대신할 대안이 생각나지 않았을 정도로 박해일이 작품마다 보여주던 캐릭터의 성격은 윤민철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윤민철을 후방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방송국 선배 박원상, 권해효는 큰 비중은 아니지만, 어둡고 숨 막힐뻔한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고 완화해주는 감초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윤민철과 함께 줄담배를 피우고 농담을 건네며 은연중에 언론인의 이상을 확인해준 두 배우의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겨주고 영화의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유연석과 류현경도 진실과 현실 사이에 갈등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무난하게 보여주며 영화의 긴장감과 드라마를 잘 연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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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화 개봉 후 이 사건에 대한 찬반 된 시각이 다시 진행될 것이며, 뜨거운 이슈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화가 던지는 진정성과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 내내 주인공들끼리 주고받은 질문인 "진실이 우선이냐? 국익이 우선이냐?"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올바르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고 이끌어내는 영웅은 누구인가? 영화속 'PD추적'의 마지막 멘트 처럼 이 질문의 답은 이제 관객의 몫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문의)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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