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동네에는 '개똥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꼭 하나씩 있었다. '귀한 이름을 붙이면 염라대왕이 시기 하여 빨리 데려간다.'는 말 때문에 아이에게 천한 이름을 붙여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인 것이다.
수원 시장을 지낸 국회의원 故 심재덕 선생도 외갓집 뒷간에서 출생하여 어릴 적에 개똥이라고 불렸는데, 그 때문인지 화장실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 수원 시장 재직시에는 화장실 문화 개선 운동에 뛰어 들어서 공헌하고 외국인들로부터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사는 집마저 변기 모양으로 만들어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하니 정말 '화장실에 살고 화장실에 죽는, 화장실에 미친 괴짜'로 보인다.
심재덕 선생이 돌아가신 후에는 유족들이 그의 유지를 받들어 변기 모양 집인 '해우재'를 수원시에 기증하여 화장실 박물관이 되었는데, 해우재는 우리가 많이 듣던 절간 화장실인 '해우소'에서 유래하여 '근심을 푸는 집'이라는 집 모양과 어울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심재덕 선생 덕분인지 요즘은 예전과 달리 휴게소만 가도 내 집보다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얼마 전만 해도 화장실은 볼 일만 보고 나오는 냄새 나고 더러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대부분 성장하면서 화장실이 주공간이 된 화장실 괴담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빨간 휴지라든가 화장실에 사는 소녀 같은 무서운 이야기들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제일 무서운 화장실은 어디일까?
최근에 온라인에서 떠돌고 있는 '가장 무서운 화장실'은 바닥이 유리이다. 게다가 밑이 뻥 뚫려 있어서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리에 힘이 풀릴 듯하다. 극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화장실이라니 볼 일도 제대로 못 볼 것 같다.
요즘은 화장실이 볼 일만 보는 공간이 아닌 문화적 기능과 함께 집 주인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인테리어 기능도 하고 있다. 화장실 시리즈로 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진짜 공중 화장실'이다.
'진짜 공중 화장실'은 말 그대로 공중에 떠있는 화장실인데 건물 벽에 공중 화장실이라고는 안내 표지판만 붙어 있고 그 밑으로 사다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 사람을 황당하게 만든다.
화장실은 가장 은밀한 공간인 동시에 제일 편안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화장실이 밀폐되지 않고 사방이 뚫려있다면 어떨까? 이 화장실은 보시다시피 유리로 만들어져서 밖이 훤히 보인다.
세면대와 변기, 거울까지 비치되어 있는 이 투명 화장실은 사면이 모두 투명이라 모든 용무를 밖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놀랍게도 투명 화장실은 전 세계에 단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데서 개의치 않고 볼 일을 볼 수 있는 용자(용기있는 자)가 있기는 할까?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이 투명 화장실의 의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