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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디자이너, 뉴욕 패션 정상에!

12.04.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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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왕?제이슨 우?프라발 구룽?두리정?임상아…
 
"필립 림, 제이슨 우, 알렉산더 왕, 타쿤, 데릭 램은 우리의 미래다." 블루밍데일즈의 스테파니 솔로몬 부사장은 지난 2월 9~16일에 개최된 뉴욕 2012 가을 컬렉션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진정한 뉴욕의 시대가 왔다." 이제 패션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뉴욕이다." 지난 2월 성황리에 마친 2012 가을 컬렉션을 관람한 바이어들과 언론은 예전에 비해 파워풀한 뉴욕 컬렉션에 한결같이 찬사를 보냈다.
 
뉴욕 같지 않았다. 유럽 같았다" 어메이징한 패션이 쏟아져 나왔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다. 쿠튀르 같은 퀄리티와 디테일, 세련된 룩으로 가득 찬 패션위크였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재능이 글로벌 무대에서 빛을 발한 무대였다" 등 뉴욕 패션쇼에 대한 관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지난 몇 년간의 불황을 지나 경기가 상승하고 있고 상품을 바잉할 충분한 재정능력이 갖춰진 이때 뉴욕 컬렉션에 바잉할 상품들이 너무 많다고 환호성을 연발했다.
 
레인 크로포드의 바이어는 10년 전만 해도 뉴욕 패션은 밀라노와 파리에서 감성을 수입해야 했지만 지금은 뉴욕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컨템포러리 존의 의상들은 정말 파워풀하다. 가격 면에서도 싼 컨템포러리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이 하이패션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이번 뉴욕 패션쇼의 컨템포러리는 훌륭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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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패션 생기 '컨템포러리 파워' 주역은 아시안
이번 2012 가을 컬렉션을 두고 바이어들과 언론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뉴욕 컬렉션을 새롭고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바이어들이 열광한 디자이너는 미국 대표 디자이너 랄프 로렌, 마이클 코어스, 마크 제이콥스와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프로엔자 슐러, 알투자라, 데릭 램, 제이슨 우, 필립 림, 알렉산더 왕, 타쿤 파니출, 프라발 구룽, 두리 정, 랙앤본, 더 로, 토리 버치 등이었다.
 
뉴욕의 편집숍 키르나 자베테의 사장 베스 부치니는 컨템포러리 디자이너들이 패션위크를 지배했다. 그들은 5년 정도 된 신생 디자이너들이지만 이 젊은 디자이너들이 패션위크의 스포트라이트를 장식했고 강력한 쇼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뉴욕 패션에 생기를 불어넣고 밀라노, 파리에 뒤지지 않는 좋은 패션위크를 만들어낸 주역의 대다수가 아시안 디자이너라는 사실이다. 지난 몇 년간 뉴욕 패션계에서 잘한다고 찬사를 받고 재정적 뒷받침을 받아 사업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등 뉴스를 만들어낸 이들 중에도 단연 아시안 디자이너들이 많았다.
 
물론 최고의 실력으로 2011년 CFDA 여성복상을 받은 프로엔자 슐러,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 알투자라, 아역배우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바꾼 올슨 자매의 「더 로(the Row)」 등이 뉴욕 패션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만들어 냈다. 하지만 독특한 감성과 재능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패션에 빠지게 했던 이들은 바로 제이슨 우, 데릭 램, 필립 림, 알렉산더 왕, 타쿤, 두리 정, 리처드 채, 프라발 구룽 등 아시안 군단이었다.
 

필립 림, 데릭 램, 타쿤 파니출, 리처드 채도 주목
작년 6월 뉴욕 링컨센터. 패션계의 '오스카' 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 패션 어워드(CFDA Fashion awards)가 개최됐다. CFDA 레드카펫에는 키얼스틴 던스트, 리브 타일러, 다프네 기네스,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 팝싱어 레이디 가가 등 셀레브리티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CFDA 협회장을 비롯해 마크 제이콥스 등 패션 디자이너, 모델, 스타일리스트, 보그의 안나 윈투어 등 패션언론인, 많은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모였다.
 
올해에는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사회를 맡았다. 몇 년 전만 해도 CFDA 패션어워드는 패션 종사자들의 자축연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엔터테인먼트TV 등 각종 언론사가 앞다퉈 취재 경쟁을 벌이고 유튜브에 수많은 영상이 올려지는 유명 행사로 패션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시청하는 글로벌 어워드가 됐다.
 
2011년 CFDA 패션 어워드의 뉴스는 2가지였다. 레이디 가가가 패션아이콘 상을 수상했다는 것과 올해도 작년에 이어 아시안이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최근 가장 뜨는 젊은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왕이 '액세서리 디자이너' 상에 선정됐고 신인상 격인 '스와로브스키 여성복 디자이너' 상에 프라발 구룽(Prabal Gurung)이 선정됐다.
 

2011년 패션어워드 '올해의 디자이너상' 휩쓸다
액세서리 디자이너상을 받은 알렉산더 왕은 기쁘다"면서 많은 아시안들이 패션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고 스와로브스키 여성복상을 받은 프라발 구룽은 아시안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 아시안 이외에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프로엔자 슐러의 잭 매컬러와 라자로 헤르난데스, '남성복 디자이너' 상을 마이클 배스천, '스와로브스키 남성복 디자이너' 상을 로버트 겔러,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 상을 에디 보르고가 받았다. 작년 CFDA 시상식은 역사상 최초로 신인상 부문의 상을 아시안이 휩쓸었다.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 패션 어워드(CFDA 시상식)는 6명의 디자이너, 다시 말해 가장 성과가 좋은 올해의 디자이너 3명과 미래를 이끌 신인 디자이너 3명을 뽑는 시상식으로 미국 패션계 최고 영예를 가진 상이다. 6명의 상 외에 공로상, 언론인상, 패션아이콘상, 외국인 디자이너상 등 몇 항목이 있지만 이는 조연상 정도로 보면 된다.
 

2010년 CFDA/스와로브스키 영디자이너상도 모두
이런 미국 최고 권위의 CFDA 시상식에서 '이제 대세는 아시아로 기울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역사상 최초로 '올해의 신인상 디자이너' 3개 부문 모두 아시안이 휩쓸었는데 제이슨 우, 리처드 채, 알렉산더 왕이 그들이다(리처드 채는 한국인 계보의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뉴욕 타임스는 '분명히 (패션중심지) 7번가에 인구통계상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도하며 굳이 '아시안 아메리칸'이라고 미국 국적에 방점을 찍으면서 뉴욕 패션계를 이끌 차세대 주인공이 아시아 이민 2세대라고 언급했다. 돌이켜 보면 뉴욕 패션계에서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05년이다. 타임매거진이 '아시안 침공(Asian invasion)'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뉴욕의 2005년 봄 컬렉션을 4명의 아시안 젊은 디자이너들이 독차지했다"고 평했던 것을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90년대 안나 수이, 베라 왕 뉴욕컬렉션 명맥 유지
그러나 최근 판도가 바뀌었다. 아시안 디자이너들은 뉴욕 패션계에서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아시안이 없는 뉴욕 패션계는 상상할 수 없다. 그뿐 아니다. 이들 아시아 군단의 탁월한 실력은 뉴욕 컬렉션을 밀라노, 파리에서 볼 수 없는 뉴 감성의 강력한 패션쇼로 창조해 냈다.
 
2000년대 중반 등장한 피터 솜, 데릭 램을 비롯해 필립 림, 두리 정, 리처드 채, 제이슨 우, 타쿤, 알렉산더 왕, 프라발 구룽까지 뉴욕의 패션계에서 아시안은 미래를 이끌어갈 최고의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그중 두리 정과 리처드 채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이민 2세대로 상업적인 성공과 명예를 모두 성취한 뉴욕 디자이너이다. 또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자주 한국인 뿌리를 언급함으로써 코리안 아메리칸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한다.
 
부침이 심한 뉴욕 패션계에서 등장했다 바로 사라지는 수많은 디자이너들 속에 아시안 디자이너들은 수년간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며 뉴욕 패션을 이끌어 가고 있다. CNN은 이례적으로 '아시아 영향'이라는 제하에 성공한 아시안 디자이너들을 연이어 인터뷰했고 언론 매체들이 아시안 아메리칸 디자이너의 부상을 큰 뉴스로 다루면서 신흥 아시아 패션시장의 중요성, 컬렉션에 등장한 아시안 룩을 동시에 조명하며 패션계의 변화를 예의 주시한다.

뉴감성+탄탄한 실력, 밀라노 파리와 다른 패션 창조
그렇다면 아시안 디자이너들이 많아진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뉴욕 타임스는 중국계 피터 솜의 말을 인용해 한 이유를 찾는다. 그는 우리 부모님은 저에게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고 하셨지만 정작 우리 세대들은 자유로운 감성을 펼칠 수 있는 직업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의 과거 세대들은 사회적 지위 상승을 위한 직업을 선호했지만 신세대들은 개인적 자유, 감성을 따라 패션계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월 스트리트도 필립 림과 타쿤의 예를 들어 세대의 변화를 이유로 꼽는다. 필립 림은 칼 스테이트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부모님 몰래 가정학, 패션머천다이징으로 전공을 돌렸고 나중에 부모님께 알려드렸을 때 실망하신 이야기를 언급했다. 재봉사, 전문포커 플레이어인 부모님은 너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그랬니? 우리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하층계급인데"라며 실망감을 드러내셨지만 필립 림은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타쿤 역시 부모님이 의사, 변호사가 되는 것을 바라셨기 때문에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을 이야기하지 못했다"면서 부모님의 희망에 따라 보스턴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하퍼스 바자에 취직했고 기자직을 그만두고 디자인을 시작하자 부모님이 막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우리 세대는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은 일종의 반항세대"라고 말했다.

FIT, 패션디자인과 40%가 한국 일본 등 아시안
최근에 그는 리테일 사업 전략을 밝혔고 그것이 대부분의 미국 디자이너들과는 상반된 전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의 전략은 올해 4월에 베이징에 플래그십스토어를 개점하고 연말까지 전 세계에 15개의 점포를 여는데 그중 한 곳만 뉴욕이고 나머지는 모두 아시아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뉴욕에서 시작해 유럽의 파리, 런던을 개점하고 그 후 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왔다.
그러나 그는 동양에서 시작해 미국, 유럽으로 확장하는 실험적인 전략을 밝혔다. 중국은 부모님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하이가 급격히 변모한 모습을 볼 때 미국, 유럽보다 사업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언급했다.
 
현재 2억5000만달러 매출 규모인 알렉산더 왕의 사업은 아시아 부문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패션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아시아 소비시장에서 알렉산더 왕의 인지도는 높고 또 자국 이민 2세대에 대한 정서적인 연결이 있으며 알렉산더 왕의 DNA에 각인된 동양적 미감 때문에 아시아 부문 사업이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제 뉴욕 패션계의 중심에 아시아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차세대 뉴욕 패션의 주역 아시안 아메리칸 디자이너들 이외에도 한국 디자이너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한때 '오브제' 신화의 주인공인 강진영, 윤한희 부부가 뉴욕 컬렉션의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은 데 이어 2004년부터는 「하니Y」를 런칭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던 사례는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패션업계 신인을 발굴하는 CFDA 패션 인큐베이터의 올해 수상자로는 한국 가수 출신 핸드백 디자이너 임상아씨가 선정됐고 2012 에코 도매니 패션파운데이션 수상자로 황선희씨가 선정돼 2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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