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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에게 복수를, '내가 사는 피부'

12.01.06 13:25







제목 부터 심오한 기운을 내고 있는 영화, '내가 사는 피부'.

영화를 보기 전 관객을 끌어모으는 예고편 보다 포스터와 제목이 더 신선했던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피부'라는 새로운 소재에 이끌려 이 영화를 보게 되었지요.

여러분도 잠깐 영화를 보기 전에, 그리고 제 글을 읽기 전에 영화의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 될 지 예상을 해보세요. 의학에 관한 의학 드라마일까? 아니면, 피부에 관련된 획기적인 개혁에 관한 이야기인가? 등등.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더군요. 정말 새로운 소재에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는 스토리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저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영화의 스토리를 시작할까요?


영화에 첫 등장하는 여주인공입니다. 귀엽고 아담한 체격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몸체와 아름다움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입니다. 옷도 아니고 타이즈도 아닌 살색 전신복을 입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영화에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그녀가 왜 이런 옷을 입고 혼자 독방에 있을까 하는 많은 의문이 생기게 되지요.


알고 보니 그녀는 화상에 대처하는 피부 생체실험을 받고 있었습니다. 왼쪽에 있는 남자가 의사고, 그녀를 가둬놓고 생체실험을 하고 있었지요. 그렇지만 뭔가 둘 사이가 묘합니다. 생체 실험을 하지만, 그녀는 실험을 그다지 거부하는 기색이 없고, 의사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체 실험을 하는 의사와 환자간의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지요. 여기까지는 그녀가 왜 생체 실험을 계속 당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만 의문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영화 안에서 곧 풀리게 되지요.

그러다,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됩니다.


바로 노란옷을 입고 있는 빡빡이의 등장으로 인해서. 오른쪽에 나오는 아줌마는 이 노란옷을 입고 있는 빡빡이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의사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둘은 이복형제이며, 어머니는 의사인 아들을 도와주기 위해 집에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빡빡이가 찾아와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으니, 몇일만 숨겨달라며 찾아오게 된 것이죠. 그런 빡빡이를 어머니는 돌려보내려다 오히려 손발이 묶여 감금되고 맙니다. 그 사이에 빡빡이는 독방에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지요.


욕정에 환장한 빡빡이가 그녀를 덮치고 맙니다. 그녀는 그렇게 빡빡이한테 강간을 당하고야 말지요. 영화에서 이 부분이 가장 끔찍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머니를 감금, 그리고 강간. 처음에 영화를 보기 전에 생각했던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전개가 점점 영화속으로 몰입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스토리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서, 뒤늦게 집에 들어온 의사가 이 광경을 보고 동생을 살해합니다. 동생, 즉 빡빡이는 과거에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펴 도망을 가려다 차 사고로 아내는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했지만, 큰 화상을 입고, 동생은 무사히 살아 도망쳤던 일이 있었지요. 아내를 살리려고 했지만, 아내는 피부가 타버린 괴물같은 모습에 자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거의 일에 복수를 하듯 총으로 쏴 죽입니다. 그리고 빡빡이에게 강간 당하던 그녀를 구출하게 되죠. 하지만,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그녀가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원래 강간을 당하면 여자는 벗어나기 위해 크게 저항을 해야 하는데, 무기력하게 그냥 그저 당하고만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이나,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되지만 그녀는 오히려 무덤덤합니다.


영화의 화면은 의사의 6년전으로 전환됩니다.


큰 파티에 딸과 함께 온 의사. 그러다 딸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딸을 찾으러 밖에 나가보니, 딸이 풀 숲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딸이 그만 파티에서 만난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고야 말지요. 결국 딸은 그 일의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리게 됩니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딸은 의사가 찾아 가면, 아빠를 알아보지 못하고 도망치고 소리를 지르고 숨게 됩니다. 의사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딸의 상태는 호전되기는 커녕, 결국 자신의 엄머처럼 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의사는 자신의 딸을 이렇게 만든 남자를 찾아 복수를 시작합니다.


마침내, 남자를 찾아 가둬놓고 묶어놓습니다. 원래 대부분은 당연히 '복수'에 대해 생각하면, 딸이 받은 고통만큼 총으로 쏴 죽이거나 똑같이 폭행하거나 갖은 고문으로 괴롭힐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의사는 그 반대였습니다. 그에게 밥도 주고 면도도 직접 해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용서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복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복수를 시작하는 데, 그게 바로 그를 생체 실험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도 그때도 생체 실험이란 인간의 존엄성 문제와 관련해서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연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복수의 방법으로 그를 생체실험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생체 실험을 받던 남자에서 다시 생체 실험을 받고 있는 그녀의 모습으로 영화는 전환이 됩니다.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남자와 의사와 그리고 생체 실험을 계속 받고 있는 그녀의 관계는 대체 무엇일까요? 그녀는 왜 이런 생체 실험을 계속 받고 있을까요? 여기서 영화에 작은 반전이 있는 장면이지요.


그리고 의사는 생체 실험 환자였던 그녀와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정말로 사랑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의사는 그녀를 더 이상 생체 실험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서로 함께 생을 행복하게 보낼 것을 약속합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돈과 마음을 모두 주며 그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끝내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준 의사를 총으로 쏴 죽이고 맙니다 왜 이런 갑작스러운 비극적 결말이 되었는지, 영화를 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어떤 결말이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등장인물간의 끝없는, 그리고 경악할 만한 복수에 대한 이 영화의 결말이, 그리고 또 반전이 궁금하시다면 영화를 보실 것을 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스토리 전개 방식이 마음에 들었지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의 내용이나 구성, 소재, 스토리가 아무리 훌륭한다 하더라도 마지막 결말이 아쉬우면 왠지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 그 아쉬움이 계속 남아, 영화가 재미없었다고 판단하게 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졸였던 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맙니다. 그래서 아마 영화의 통쾌한 복수가 아닌 찝찝한 복수로 끝나는 이 영화가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그저 중간 정도의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다른 방법으로 결말을 맺었더라면, 이 영화는 높은 점수에 흥행으로까지 연결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영화를 보다 보면 계속 복수가 복수를 낳고 또 복수를 하는 그 복수에 대한 비극적인 결말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복수에 대한 신선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볼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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