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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귀공자가 아닌 제 2의 짐 캐리, 주성치를 꿈꾸는 [챔피언]의 권율

18.05.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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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적인 남성 캐릭터와 젠틀맨을 주로 연기해 '귀공자' 이미지가 강해 보였던 연기자 권율. 인터뷰 때도 진중한 모습을 드러내던 그였지만 그가 추구하는 최종목표는 의외였다. 보기와는 다르게 유쾌하고 한없이 긍정적인 캐릭터를 추구하고 싶었던 그는 이번 <챔피언>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추구하려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미디는 처음이지 않은가?

맞다. 처음이다. 헐렁한 캐릭터를 한적은 있었지만 웃음 포인트를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작품에 임했던 소감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여러 가지 박자들이 맞아야 해서 그걸 참 맞추기가 어려웠다. 배구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리는 과정에서 받고 페인트를 해야 하는 과정이 있듯이, 코미디도 그러한 과정을 완성해서 재미와 같은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릴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을 연결하기가 참 어려웠고, 코미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분들이 대단한 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결과물을 본 소감은? 본인 연기 평가는?

처음부터 쭉 봤다. 찡한 부분도 있었고 마지막에 감동이 있었다. 내 연기는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웃음) 내 연기를 먼저 보자면 어느 배우들이 그렇듯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 너무 자주 보였다. 아무래도 일정의 직업병인 것 같았다. 영화는 감동적이었지만, 내 연기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선배인 마동석에게 배운 게 있다면?

동석 형님은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많으셔서 경험치가 많으시다. 그래서 내가 여러 번 형에게 귀찮을 정도로 도움을 요청했고, 매일매일 형을 웃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유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형이 참 디테일한 면이 있으셔서 개그 코드의 대중성에 대해서 객관화 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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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리허설이 많았나?

맞다. 이번 영화는 리허설이 너무 많았다. 내가 항상 준비한 개그 연기를 형한테 보여주었는데, 귀찮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보면 디테일하고 신중하게 봐주셨다. 특히 옷을 갈아입고 쉴 때 귀찮게 했다. 동석이 형은 팔씨름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나는 옆에서 말로 형을 귀찮게 했다. (웃음)


-초기 <비스티 보이즈> 시절 만난 마동석과 10년 만에 재회했다. 10년 전과 지금의 모습은 어때 보였나? 

형님은 그때는 조연이었고 나는 아주 작은 역할이었다. 극 중 비중에 대한 작은 부분이 있었지만, 현장에서의 존재감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마어마했다. 무엇보다 하정우, 윤계상 배우 같은 모든 동생들이 참 좋아하고 따를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의 형에게는 모든 역할들의 발란스가 잘 맞다고 생각하며 그때도 형은 존재감이나 배우로서 큰 사람이었다고 본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먹을걸 많이 사주셨기에 좋았던 것 같다. (웃음)


-연기하면서 가장 주의했던 부분은?

대사 설정이 매우 중요했다. 마크라는 캐릭터 자체가 말이 없고 단답형인 인물이었는데 진기가 이야기해 줘야 하는 점이 중요했다. 왜 브로커를 만나야 하고 왜 그랬는지에 대한 중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필요했다. 우선 대사량이 너무 많았고 온전히 말해야 하거나 추가되거나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이 많이 있었다. 로케이션과 소품에 대한 상황들이 많아서 내가 외웠던 대사들이 중간에 걷어지고 다음에 붙어버리는 모습이 참 힘들었다. 


-영화에서 시종일관 많이 맞고 고문당한다. 오히려 잘 맞아주고 리액션이 있어서 진기 캐릭터가 빛났던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액션, 고문신은?

당연히 옥상에서 매달렸던 신이 정말 힘들었다.  오랫동안 매달려 있으니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고, 나중에는 너무 어지러웠다. 거의 한 3, 4시간이나 매달렸으니...(웃음) 극장에서 그 장면을 보니 그때는 몰랐는데 내 얼굴이 참 빨갛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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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장면은?

마지막 팔씨름 대회가 열렸을 때 비하인드가 있었다. 그날 관중으로 동원된 엑스트라 분들이 실제 팔씨름 대회 선수들과 마니아 동호회원분들이었다. 그분들이 자기 일정도 버리면서 이 영화의 관중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팔씨름이라는 스포츠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데 이 분들이 진짜 관중들처럼 보이기 위해 열심히 응원하신 모습이 정말 간절하게 느껴졌다. 그 부분을 완성된 결과물로 보니 정말 드라마틱했다. 


-한예리 배우와 여러 번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함께 만나면서 어땠나?

우리 한예리 배우는 충무로와 우리 소속사도 사랑하는 배우라...(웃음) 세 번째 같이 했는데, 그 외에도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많다. 작은 체구지만 연기를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을 전염시키는 힘이 있다. 상대 배우도 연기를 잘하게 하는 힘이 있는 친구이며 유연한 면이 있다. 동생이고 후배지만 존중하고 존경이 가는 배우다. 


-팔씨름 스포츠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편이다. 에이전트 역할을 위해 이 스포츠에 대해 배우셨을 것 같은데 실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러시아, 카자흐스탄에서는 팔씨름 스포츠에 대한 인프라가 크다. 당연히 스타급 선수들도 있으며, 방송 중계까지고 하고 있다. 세계 팔씨름 연맹이 주최하는 정기적인 시합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선수들이 아시아 대회에 나가서 경량급 우승까지도 했다고 한다. 전 세계 스포츠로 단위가 커지는 중이며, 가까운 일본도 벌써 팔씨름 선수에 대한 역사가 두텁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팔씨름이 알고 보면 아름답고 재미있는 스포츠다. 처음 우리가 컬링을 봤을때도 저게 스포츠인가 생각하다가 엄청 응원했듯이, 팔씨름 또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스포츠라고 본다.


-권율 배우도 극 중 진기처럼 치열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나?

진기 캐릭터는 내 인생을 기반으로 했다기보다는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완성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영화 속 상황처럼 누군가를 책임지거나 치열한 상황을 경험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나 또한 IMF 세대를 걷혀간 세대였으며, 주변 지인들 중에는 진기처럼 부유하게 살다가 가세가 기울어서 어렵게 산 이들이 많았다. 진기는 바로 그러한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가정이 무너지고, 아버지가 주차관리소에서 일하시는데, 내 또래의 어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며 인생에 대한 상처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진기는 돈이 자신의 자존감을 키워 줄거라 생각하고 있다. 잘못된 목적을 가고 있는 캐릭터이며 마크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인물이지만, 그런 트라우마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뭐든 하는 애처로운 캐릭터다. 하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주변인을 통해 변화하고 돈이 갖고 있는 삶의 가치적 회복 보다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터득하며 성장하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어느정도의 경험이 있다. 내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자면 나 또한 캐스팅 단계에서 힘들었고, 유명세가 없어서 자책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런 과정들이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고, 내스스로 개척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들이 진기를 이해할 수 있었던 요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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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치사하고 간사한 진기인데 이 캐릭터를 친근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 것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가족적 모습을 통해 친근하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진기가 돈이 없어서 무시당하고 있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를 좀 더 명량하게 그릴 수도 있었을 테지만,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공감 있게 그려보고 싶었다. 어찌 보면 미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출연작에서의 활약을 보면 캐릭터의 허세적 부분을 유발해 웃음을 유발하고는 한다. 허세적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는 편인가?

그건 아닌데...(웃음) 그런데 그게 참 재미있다. 남자들이 워낙 그런 허세를 부리는 걸 좋아하듯이 어쩌다 보니 나와 아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내 삶에도 그런 모습이 투영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렇지 않은데, 사람들이 보는 모습이 그렇게 느껴질 수 있어서 그 부분을 어필하려 했을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남자들의 허세적 행동을 즐기는 건지 모른다. 


-그런 허세적 캐릭터와 함께 젠틀한 이미지의 캐릭터도 함께 연기하고 있다. 그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그 때문에 나를 곱상하게 볼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생활의 나는 공 차는 거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는 편이다. 작품을 하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젠틀한 이미지만 할까?'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우선은 내가 잘하는 이미지에서의 약간의 변화를 시도해야겠다 생각했다. 스스로는 캐릭터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며 그 점에서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나는 짐캐리, 주성치의 전성기를 보며 자란 세대이며 그들이 나의 영웅이었다. 당시에는 유수 영화제에 나간 영화들보다는 그 영화들이 나에게 있어 더 위대했던 시기였다. 그런 거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동경이 된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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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배우는 <오버 더 톱><리쎌웨폰> 같은 7,90년대 액션 남성 영화를 보며 영화들을 기획했다고 한다. 권율의 인생 영화와 만약 기획을 하게 된다면 어떤 성향의 작품을 기획하고 싶은가?

아무래도 동석 형님은 스포츠 영화들이 지니고 있는 열약한 환경에서 강력한 상대를 물리치고 승리하는 영화에 대한 로망이 큰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태양의 제국> <E.T.>등 이 큰 영향을 줬다. 만약 내가 영화 기획을 한다면 스필버그 영화같은 휴머니즘적인 영화를 기획해 보고 싶다. 


-단독 주연에 대한 욕심은?

그런 건 자연스럽게 흘러갈 거라 생각한다. 조연이든 주연이든 그 작품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아직 큰 욕심은 없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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