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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리뷰: 기괴하다 못해 사악한 한국형 리얼 공포 ★★★

18.03.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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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2018]
감독:정범식
출연: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유제윤

줄거리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섬뜩한 괴담으로 둘러싸인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난 7명의 멤버들 원장실, 집단 치료실, 실험실, 열리지 않는 402호… 괴담의 실체를 담아내기 위해 병원 내부를 촬영하기 시작하던 멤버들에게 상상도 못한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기 시작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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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예고 영상과 설정만 본다면 <곤지암>은 <블레어 위치>가 구축했던 파운드 푸티지(모큐멘터리의 일종) 호러물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파운드 푸티지도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함을 지향하기 위해 인위적인 설정을 최대한 배제한 작품이며, 다른 하나는 이와 반대로 현실감을 내려놓고 약간의 인위적 설정을 받아들인 작품이다. <곤지암>은 그 기준에서 볼 때 후자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파운드푸티지의 성향상 확연한 장단점을 불러오게 한다. 장점은 영화만의 무난한 이야기 전개 흐름을 지향할 수 있다는 점이며, 단점은 파운드푸티지가 지향한 생생한 현장감이 깨진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파운드 푸티지 성향의 호러 영화가 주목을 받거나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장르내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큰 이슈를 불러온 작품은 <블레어 위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 둘 뿐이다. 이 두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마케팅 효과도 무시 못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진짜로 믿게 만든 연출력과 구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 위해 단 한 번도 시각효과와 귀신과 같은 존재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아 영화가 아닌 실제 기록 필름인 듯한 착각을 불러오게 만들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극장 개봉 버전의 결말 장면은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첨가한 약간의 특수효과 장면이었으며, 최초 공개된 원본은 이러한 기능이 전혀 없는 장면이었다.)  

물론 이같은 시도는 독립 영화와 같은 저예산 작품에서나 가능하며, 상업 영화로 들어오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다양한 관객층의 성향을 고려해 봤을 때 지나친 리얼함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명확한 이야기와 구성이 있는 일반적인 설정을 지향하는 것이, 제작진 입장에서는 좀 더 무난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의 작품이 너무 많이 난립한 탓에 같은 형태의 작품을 내놓기란 쉽지가 않다. 관객들은 이제 이 장르에 익숙해졌기에 신선한 시도와 소재를 지닌 작품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어느 정도 파운드푸티지의 순수성을 지향할 때가 왔다. 

그 점에서 볼 때 <곤지암>은 장단점이 명확한 작품이었다. 초반의 신선했던 생생한 분위기가 후반으로 이어질수록 인위적 설정에 의존한듯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고, 다른 파운드푸티지 영화에서 익숙하게 그려진 설정과 구성이 어느 정도 차용된 탓에 이 장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설정과 장면들이 많아 공포 수위가 기대보다 반감되게 다가올 수 있다. 또한, 곤지암 정신병원 이야기를 너무 일찍 진행한 탓에, 정신병원 내부에 대한 분위기와 본격적인 공포가 시작되는 과정이 다소 길게 느껴져 관객이 이 영화의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게 만든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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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을 통해 섬뜩함과 슬픈 정서적 요인을 만들어 낸 '호러 거장' 정범식 감독의 작품 이란 점에서 아쉽게 느껴질 법한 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그였기에 그만이 만들어낸 장점적 요소 또한 매우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곤지암>은 설정적인 부분의 아쉬움을 파운드푸티지가 지닌 특징을 잘 살린 화면 연출과 생생한 세트 연출로 극복하며, 정범식 감독이 왜 호러에 재능있는 연출자인지를 증명했다. 

오프닝부터 유튜브를 표방한 인터넷 방송의 형태를 잘 보여준 장면과 주요인물들이 만나는 과정부터 방송을 하게 되는 생생하게 담은 셀프캠 영상은 영화 속 인물들이 실제로 남긴듯한 영상인 착각을 불러오게 만든다. 이후 영화는 문제의 정신병원 장면에서 다양한 각도를 촬영할 수 있는 망원, 광각 렌즈를 착용한 특수 카메라와 고프로와 같은 1인칭 카메라의 화면을 활용해 보다 더 생생한 현장감을 스크린 밖으로 전달하려 한다. 병원 내부의 여섯 명이 들고 찍는 카메라는 그들의 시선이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는 관객의 시선인 셈이다. 

이러한 화면적 장점의 특징은 곤지암 정신병원의 내부 세트에 대한 묘사에서도 드러났다. 폐허가 된 공간답게 구멍 난 천장, 어둠이 짙게 배인 공간, 열려있는 문틈이 공포의 소재와 배경이 된다. 정범식 감독은 <컨저링>과 <애나벨>이 활용했던 방식처럼 카메라의 화면비를 통해 일반 화면과 어두운 화면의 대비를 이뤄 심리적 공포를 자아내게끔 유도한다. 고프로 셀프 화면속 뒤로 어두운 공간이 보이며 그 뒤에 무언가가 다가오는 듯한 여운을 남기는 식이다. 그렇기에 <곤지암>의 모든 순간은 눈을 땔 수가 없다. 

<기담>을 연상시키는 귀신 캐릭터의 등장과 강령술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을 활용하며 공포를 배가시켜 이 영화가 파운드푸티지라는 특정 장르보다는 이유 없이 인간을 괴롭히는 '악령'의 무서움을 강조하는 영화의 특성을 따랐음을 강조한다. <기담>의 따스한 정서는 온데간데없이 악랄하고 사악한 여운이 잔상으로 남겨진다.

<곤지암>은 3월 2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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