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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의 범죄 영화 Best 5

11.12.19 10:00

 
 

과거에는 '귀신'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였기 때문에,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가 인기가 정말 많았지만, 이제는 귀신이 관객들에게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이기에 그 '사람'에 관한 '범죄', '심리', '스릴' 이 세가지 단어가 들어가는 영화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고 화제를 모읍니다. 그래서 늘 어떤 특정 사건을 다시 영화로 옮기는 것은 그 사건을 사람들에게 다시 회상하게 만들어 주고, 영화로 인해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이런 점들을 볼 때면, 영화 감독들은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이용해 수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영화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실화라는 것을 믿을 수도 없고, 실화가 아니기를 바라는 이 영화들, 워낙 유명해서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회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Best 5위부터, '그 놈 목소리'
 

이 영화, '그 놈 목소리'의 줄거리는 우리나라의 유명 앵커의 아들이 납치된 사건을 주제로 전개되는 이야기 입니다. 위 사진에 나오는 설경구가 주인공입니다. 극 중 설경구의 아들이 납치를 당하게 되는 것이지요. 단란했던 가정이 한 납치범으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집니다.
 
 
납치범은 늘 그렇듯이 전화를 이용해, 아들과 맞바꿀 액수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다른 남치범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전화 녹음을 할 수 없는 1분 전까지만 짧게 전화를 하고 끊습니다. 경찰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 할 게 뻔하다는 듯이. 사진 속에 오른쪽 김남주의 모습이 보이나요? 그 짧은 시간에 아들을 찾아야 하는 일념하에 범인에게 애절하게 전화하는 김남주. 이 애절함을 보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이 영화를 통해 김남주씨의 연기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설경구 역시 범인이 시키는 대로 액수를 준비해 차에 있는 전화로 걸려오는 범인과 협상을 합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잠깐 '과거에는 차에 전화가 있었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참 재미있는 게, 이처럼 시대적 배경을 잘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 시대 상황에 어떤 문화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 저로선 정말 흥미롭습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서, 영화 속 그 놈 목소리, 즉 범인의 목소리로 등장하는 사람은 강동원입니다. 범인치고 정말 목소리가 좋지요. 그리고 이 캡쳐 사진이 마지막 영화 장면입니다. 진짜 납치를 했던 그 놈의 목소리와 몽타주를 보여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또,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참 우리나라 법 '공소시효'라는 것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그것 때문에 더 피해자 가족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 지 느낄 수 있었던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 속 이야기가 전부 실화는 아닙니다. 어떤 다른 특정인물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지, 전부 실화는 아닌, 허구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실제 인물은 아버지가 앵커가 아닌 평범한 사업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부부에 대해서 영화가 끝난 이후에 참 많은 루머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영화 속에 비추어진 것처럼 실제 주인공 아내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 '전 부인의 아들이었다.' 등의...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정확한 건 납치 당한 아이를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것과, 납치했던 그 놈이 이제 공소시효가 끝나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현재 납치, 실종으로 인해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정말 많다고 들었습니다. 자식잃은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겠는지, 그리고 자식이 언제든 돌아올 것이라 희망을 가지고 삶을 견디며 살고 있는 부모들이 있을거라 생각하니 그저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음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Best 4. 홀리데이
 

이 영화는 이정재와 최민수가 나온 영화로, 연기파 두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 당시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정재가 인질을 잡고 있는 포스터의 장면이 1988년도에 올림픽이 끝나고 난 무렵, 실제 뉴스에도 이 영화 속 주인공, 범인의 인질극이 생방송으로 정말 나왔었다고 합니다. 진짜 실화를 다룬 이야기라는 것이죠! 포스터에 적힌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돈이 있는 사람은 죄가 없고, 돈이 없는 사람은 죄가 된다'는 뜻이지요. 뭔가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경제가 어려웠던 과거에는 '돈'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캡쳐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이정재와 최민수 두 인물간의 싸움입니다. 무전 유죄의 이정재와 유전 무죄의 최민수, 두 사람의 대립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유전무죄의 최민수는 반항하는 이정재를 비열하게 괴롭힙니다. 극 중 최민수의 연기가 너무나도 리얼해, 최민수가 악마같이 보일 정도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이 장면, 결국 최민수의 승리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나라에서, 돈 보다 뛰어난 것은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대로, 돈 때문에 무고한 사람은 죽고 돈 때문에 죄 지은 사람은 편히 사는. 삭막하고 답답했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분노와 연민의 마음이 들게 만들었던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제대로 잘 표현해 주고 있으며, 그리고 '삶이 무엇인가'하는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Best 3. 추격자.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모티브로 만든 이 영화 '추격자'는 당시 흥행행진을 이루면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제가 본 범죄 스릴 영화 중에 가장 충격적이고, 기억에 남았던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재밌다, 재밌다'해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영화는 단순히 '재밌다'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의 무서움, 잔인함, 인간이 가진 공포를 전부 영화 안에서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영철 역을 맡은 하정우와 하정우를 쫓는 경찰 아닌 전직 경찰 김윤석 두 사람의 연기가 너무나도 리얼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지 않나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술집으로 업종을 바꾼 전직 경찰 김윤석이 자신의 여자 종업원, 서영희가 실종되면서, 서영희를 찾기 위해 일어나는 일입니다. 젊고 마른 여자들을 상대로 살해 행각을 펼치는 남자 하정우는, 잔인한 수법으로 여자들을 죽입니다. 그의 성적 문제를 여자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지요. 그로 인해 죄 없는 많은 여자들이 죽어갑니다. 그 중에 한명, 서영희도 그에게 잡혀 들어가 감금당하고 죽음의 문턱에 있게 됩니다.
 

이 장면이 거의 영화의 절정에 이르는 부분인데요, 겨우 하정우의 집에서 탈출한 서영희가 인근 슈퍼에 들어가서 숨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되지요. 겨우 겨우 탈출을 한 서영희에 관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지만, 마지막 비극에 같이 봤던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던... 이런 비참한 결말에 정말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소름이 끼치고, 무섭고, 두렵고, 긴장되는 모든 감정을 이 영화 한편으로 느꼈던 것 겉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이 영화의 효과로 한동안 '사이코패스' 심리 테스트가 매우 유행 했었다는 거 기억하시나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유영철'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심리테스트에 한동안 열광했었습니다. 저도 참 흥미로워했었다는 기억이 드는 군요. 이런 사이코패스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Best 2. '살인의 추억'
 

'살인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2003년도에 나왔던 영화라, 개봉한 지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시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내용이기에,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이기에,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많은 화제와 인기를 끌어모았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6년간 10명의 여자를 강간하고 살인한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두 형사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진짜 실화였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할 정도로 범인의 잔인한 수법에 치가 떨립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범인은 살해 대상인 여자의 소지품을 이용해 강간하고 살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흔적을 깨끗하게 지웁니다. 그래서, 그 범인의 털 하나도 찾기가 너무나도 어려워, 두 형사들은 골머리를 앓게 되지요. 하지만 영화는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합니다. 실제로 경찰들이 그 범인 한명을 잡기 위해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지만 그들도 공소시효가 끝나도록 잡지 못해 미궁속으로 빠지게 되어버렸습니다.
 
 
 
대부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고 하는데, 범인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전부가 그저 '빨리 범인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저 또한 잡았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법안 중 최악의 법안, '공소시효'라는 것이 끝나 버렸습니다. 한동안 '살인의 추억'이 언론에서 다시 화제가 되었던 것이 이 '공소시효'때문입니다.  "살인의 추억 용의자의 공소시효가 끝나간다"는 뉴스를 읽고 그저 원통했습니다. 그 범인은 그 법안 덕에 이제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을까요? 정말 권선징악이라는 게 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Best1. '도가니'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들를 뽑으라고 한다면, '최종 병기 활', '완득이', 그리고 '도가니'가 아닐까 합니다.  어쩌다보니 한국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하반기 최고의 영화들은 다 관람하게 되었네요. 아마도 제가 평점을 높은 영화들만 주로 영화관에서  보다 보니, '한국 영화가 별로다'고 말 하다가도, 이렇게 최고의 영화들을 보고 나오면, '보길 잘했다'고 말을 바꾸게 됩니다. 무엇보다 올해 하반기 세 영화 중에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best of best에서 '도가니'를 뽑고 싶습니다. 공지영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도가니'는 책보다 영화의 영향이 더 컸습니다. 영화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한동안 발칵 뒤집어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내용은 여러분도 익히 들어서, 혹은 영화로 봤기 때문에, 또는 책으로 읽었기 때문에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일어난 무서운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죠. '장애인 특수 학교'라고 하면,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알고보니 장애 아동을 위한 학교가 아닌, 감옥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습니다.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무참히 폭행하고 심지어 성추행까지 일삼은 사람임을 포기한 짐승들에 대한 고발입니다. 생각만으로도 정말 끔찍한 일이 그 장애 특수 학교에서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알고 있었을까요? 전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나오는 그 학교만이 장애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양한 언론 보도를 통해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장애아이들의 인권은 지켜지지 않은 채,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는 것을. 이 영화 한편으로, 우리는 숨어있는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 진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요. 영화 한편으로 사람들은 몰랐던 진실에 대해 소름끼치게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그 덕에 자신의 삶을, 뉘우쳐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회적인 이슈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흔들어서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드는 영화가 정말 좋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냥 단순히 영화를 '재미'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문화'로 까지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그렇다면, 번외로 실화를 다룬 또다른 우리나라 영화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장근석 주연 "이태원 살인사건"
 

이 영화는 '도가니'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또 다른 실화를 다룬 영화로 '이태원 살인사건' 이 있었다는 것으로 이 영화는 뒤늦게 '도가니'와 함께  이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도가니'와는 반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평점이 6점대에 달하는 정말 낮은 점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도가니'에 비해서 이 '이태원 살인사건'은 사람들이 단순히 '살인 사건'에 대한 내용이라고만 판단해, 사회적인 관심을 모으기에 다소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영화가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감독의 연출 표현력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말로는, 영화가 사실전달에만 급급해, 영화를 본 후에 어떤 여운을 느낄 수 없었다고. 아무리 유명했던 사건을 다루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 내포되고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도가니'로 다시 이슈는 되었긴 하지만, 끝내 좋은 평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죠. 그래도 어쨌든, 범죄 영화는 늘 항상 우리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한 고발과 비판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라고 볼 수 있죠.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내가 몰랐던 사회에 대해 간접 경험을 하게 되고, 감정을 공유하게 됩니다. 그것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하지만, 이처럼 실화를 다룬 범죄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물론 많지만, 반대로 범죄 영화가 많이 나오기를 바라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실화를 다룬 범죄 영화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가 많다는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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