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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리뷰: 미국판 [곡성]일줄 알았는데…격렬한 논쟁을 불러올 문제작 ★★★

17.10.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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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2017]
감독: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애드 해리스, 미셀 파이퍼, 브라이언 글리슨, 도널 글리슨

줄거리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낯선 이들의 방문이 불편하기만 하던 중 손님의 짐에서 남편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 아내는 이들을 환대하는 남편의 모습이 의심스럽기만 하고, 그들의 무례한 행동은 갈수록 극에 달한다. 계속되는 손님들의 방문과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은 아내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데 도대체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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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영화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너무나 기괴한 영상미와 분위기 탓에 '미국판 [곡성]' 이라는 명칭이 절로 붙여졌을 정도로 섬뜩한 호러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실체를 공개한 [마더!]는 예상했던 장르물이 아닌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실험성이 돋보인 문제적 작품이었다. 기존 영화적 화법을 넘어선 독특한 형태의 이야기를 추구하는 방식 탓에 일반 관객과 장르 영화팬의 입장에서는 꽤 심오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적으로 볼 때 감독들의 과감한 실험은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편이지만, 이번 [마더!]같은 경우는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 다소 큰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잠을 자고 있던 한 여성이 아침이 되어 남편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부부는 많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 놓인 집에서 자신들의 터전을 가꾸고 있을 그때, 예고도 없이 한 손님이 찾아오게 되면서, 분위기는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부의 집안을 주요 배경으로 두면서, 손님의 아내와 그 자녀들 그리고 느닷없이 갑자기 발생한 살인사건과 장례식이 연이어 진행되면서부터 영화의 흐름을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갑작스러운 손님들의 방문과 연이은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과 이로 인해 주인공 아내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는 장면들에 대한 기괴한 표현은 [마더!]가 어느 정도 장르적인 흥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 집안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에서부터 이 영화가 실험성과 상징성에 기대는 듯한 예술 영화적 흐름으로 이어간다는 점이다. 현실을 벗어난 비현실적 설정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이 영화는 장르 성을 벗어나 다소 심오한 주제관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이 부분에 들어서면서 이 영화가 무엇을 참고하고 세계관을 구성했는지를 대번에 알게 될 것이다. [마더!]는 '성경'으로 대변되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인류의 탄생과 멸망 그리고 그 흐름에 담긴 인류사와 신화를 현실 세계에서 배제된 여성의 시각으로 담아낸 우화적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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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부의 집을 처음 방문한 중년의 부부와 느닷없이 사고를 치는 두 아들의 모습은 성경의 첫 부분인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 그의 자녀들인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붙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 진행되는 연이은 사건과 비현실적인 흐름이 이어진 것은 성경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을 비유적으로 압축하려 한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숨은 의도였던 셈이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방문자들, 느닷없는 수도 사고, 시라는 표현으로 세상을 감동시키는 시인 남편, 그를 절대적으로 숭배하며 그의 집에 거처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기의 탄생과 대형 사고는 성경에 등장하는 창세기, 예수의 탄생과 희생 그리고 물과 불의 심판을 상징하고 있다. 

결국, 영화의 전체적 배경이 되는 집은 거대한 세상에 대한 상징이며, 영화 속에서 가장 정상적인 이성을 지닌 주인공 부부는 신과 여신이자 세상을 구분짓는 남녀에 대한 비유인 셈이다. 종교, 철학적인 시선과 상징성을 지닌 만큼 [마더!]는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주인공인 두 남녀의 관점을 인류사의 시각에서 정의해서 바라본다면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주제관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지만, 방문자로 대변되는 인류에 대해 다른 시선과 생각을 지니고 있는 두 부부는 방문자들이 늘어날 때 마다 크게 대립한다. 불특정 다수의 방문자가 뻔뻔하리만큼 집안을 어질러놓는 것은 결국 이들이 인류의 전체를 상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상주의적인 생각을 지닌 남편은 이들을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받아들이려 하나, 현실적인 아내는 그들로 인해 자신들의 터전인 집이 위협받고 망가지는 현실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아내는 자신의 이러한 불안감을 남편에게 호소하지만, 집안의 가장인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듣는 척 할 뿐, 결국 자신의 이상적인 생각을 고집한다. 그로 인해 아내의 불안감은 분노로 이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마더!]는 현실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남성 우월주의로 인해 철저히 인류사에 배제당한 여성들의 비운의 역사를 불안감에 떨고 있는 아내를 통해 표현하려 했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하는 남편은 자애로움과 강압적인 표정을 지닌 존재로 자신의 세계를 방문하는 모든 인류를 품지만, 결국 자신의 아내와 가족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당사자다. 이는 이상이라는 목적하에 강압적 결정으로 전쟁과 분쟁을 불러온 가부장, 남성주의의 이면을 상징한다. 그러한 위협이 느껴질 때 마다 아내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광분적 행동을 보이지만, 폭력적인 대중들로 인해 폭행당하고, 마녀로 취급받기에 이른다. 인류사에 있어 여성이 얼마나 억압당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그러한 비극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성애적인 본능을 발휘하는 여성의 위대함이 있기에 세상이 존재했음을 강조하며, 이 모든 것을 '어머니'라는 단어로 표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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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파도와 같은 세계의 흐름을 남녀라는 기준과 한정된 공간인 집이라는 배경을 토대로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묘사와 대사의 향연을 선보이며 한편의 연극 무대를 보는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점에서 보면 이 영화의 이야기적 흐름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코드처럼 숨어있는 메시지를 찾는 흥미 요인도 담겨있다. 여인의 불안한 심리 상태와 집안의 변화를 미스터리적 여운을 통해 긴장감 있게 담아내는 시도도 좋았다. 

문제는 [마더!]의 이러한 표현과 시도가 스토리텔링을 철저히 배제한 채 상징적인 장면과 이미지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심오하고, 직접적인 상징성을 드러내는데 집중한 탓에 비유적인 장면들이 난무하기에 이른다. 그로 인해 이를 이해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영화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관객들이 느끼기에 너무 부담스럽고 무거운 주제와 상징을 던지고 있어 결국은 관객을 지치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후반으로 흐를수록 너무나 분명해지는 묘사 장면이 영화적으로 창의성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인류사에 대한 묘사를 축약시킨 상징적인 장면은 전자에 언급한 연극적인 설정인 동시에 약간은 적나라한 상징성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아마추어 연출자를 비롯한 누구나 쉽게 묘사할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기독교적 상징을 조금이라도 알고있는 관객이라면 이후의 전개 방식을 쉽게 예측할수 있을 정도여서, 지나치게 종교적 상징성에 의존한 듯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어, 감독 나름의 창의적이면서 주관적인 정의와 재해석이 잘 담겼는지도 의문이다. 기대했던 집안의 초현실적 현상과 인물의 심리적 변화는 긴장감과 거리가 멀게 진행되는 편이어서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상징적인 축약과 철학적인 여운을 나름 잘 버무렸다는 점에서 [마더!]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관객층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마더!]는 관객마다 어떤 주관을 갖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것이며,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작품 중 극명한 논쟁을 불러올 영화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마더!]는 10월 1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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