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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못봤을 영화] 채식주의자 여대생이 식인 행위에 맛들리게 된 이유는? [로우]

17.10.1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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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 2016]
감독:줄리아 듀코나우
출연:가렌스 마릴러, 엘라 룸프, 라바 내 우펠라, 로랑 뤼카스
장르:호러 스릴러 드라마

줄거리
채식주의자였으나 자신의 숨겨진 식인 욕망을 우연히 깨닫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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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호러 영화를 언급하자면 [엑스텐션]과 [마터스]와 같은 고어 성향의 영화가 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잔혹하고 충격적인 설정 속에 그 안에 담긴 깊이 있는 메시지와 여주인공 중심으로 흘러가는 독특한 전개방식이 전해주는 정서적 흐름은 프랑스 호러 영화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요소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랑스산 고어 호러가 고어 물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카니발 홀로코스트]의 정서를 이어받았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있는 영화가 바로 [로우]다.

2016년 작품 [로우]는 올해 국내 개봉이예정되어 있었던 작품이었으나, 잔혹한 설정과 장면으로 인해 결국 2차 콘텐츠 시장으로 직행해야 했던 비운의 작품이다. 프랑스 내부에서는 물론이며 각종 해외 영화제와 극장가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문제작으로, 이미 영화를 접한 씨네필들 사이에서도 많이 화자가 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자서 언급한 [카니발 홀로코스트]와 같은 수위만큼의 충격적인 잔인함을 전해주지 않는다는 것. 대신 '육식'과 '식인'이라는 특정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위선에 가려진 야만적인 본능에 관해 이야기하며 섬뜩한 여운을 자아낸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부분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쥐스틴(가렌스 마릴러)은 부모의 영향으로 채식주의자가 된 대학교 신입생. 그녀가 진학하는 학교는 부모를 비롯해 현재 친언니가 재학 중인 프랑스의 유명 수의사 대학교로 쥐스틴은 이곳의 기숙사에서 머물게 된다. 새 친구들을 사귀며 즐거운 추억을 보낼 수 있을 거란 낭만적인 기숙사 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첫날만에 가차 없이 깨지게 된다. 기숙사 생활 첫날밤 대학교 선배들의 가혹한 신고식과 함께 현란하고 음탕한 파티가 이어지며 조용하고 소심한 쥐스틴은 험난한 대학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때 쥐스틴은 파티장에서 친언니 알렉스(엘라 룸프)를 만나게 되는데, 어딘가 변해버린 알렉스의 모습에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음날 선배들의 가혹하고 기이한 신고식이 이어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해부된 동물 사체 중 일부 부위를 먹어야 하는 미션이다. 쥐스틴은 자신이 채식주의자라며 이 신고식을 거부하려 하지만 선배, 동기의 강요와 친언니의 반강제적인 행동으로 토끼의 콩팥을 삼키게 된다. 그날 이후, 쥐스틴은 신체의 이상한 변화를 느끼다 서서히 육식에 눈을 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변화는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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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인 주인공이 우연히 육식의 맛을 느끼다 결국에는 식인 행위로 이어지는 충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지만 [로우]의 수위는 고어물 특유의 잔혹성까지 미치지 않을 정도로 그리 잔인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의 기본 전개 방식은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신입생의 불안한 심리와 성장에 맞춰져 있어 어느 정도 공감하며 볼수 있다.

다만, 동물의 사체 부위를 먹거나 인간의 신체 일부를 입에 갖다 대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는 묘사 방식 탓에 신체가 절단되는 고어물 못지 않은 섬뜩한 기운을 전해준다. 적나라하면서도 야만적으로 그려진 육식 장면 탓에 [로우]는 [옥자]만큼 육식 문화에 대한 반감을 절로 불러오게 한다.

영화는 쥐스틴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육식에 눈을 뜨며 대범한 행위에까지 하게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간의 내면 안에 숨겨진 원시적 본능과 야만성을 잔혹한 고어 드라마로 표현하려 한다. 이러한 영화적 바탕이 [로우]를 잔인하지만 깊이 있는 정서적 여운의 드라마로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된다. 잔혹하고 충격적인 설정 속에서 영화가 강조하려 한듯한 핵심적인 메시지 만큼은 분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이하면서도 심하다 싶은 학내의 강압적인 문화를 의미심장하게 비춘다. 파격적이고 기괴한 신고식 과정, 강압적인 위계질서와 개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집단주의, 광기에 가까운 폭음과 섹스를 즐기는 모습들은 지성과 배움의 장이라는 이면에 가려진 대학과 인간의 추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밝힌 대목이다. [로우]는 이들의 이러한 의식적 행위를 피를 뒤집어 쓴 채 학과의 구호를 외치며 제스처를 취하는 집단의 모습으로 그려내며 나치로 상징되는 파시즘의 광기가 이러한 본능에 의해 시작되었음을 비유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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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으로 상징된 현실 속의 잔재한 비인간적인 집단의식은 포식자와 피식자로 구분되는 폭력적인 육식 행위로 그려져, 채식주의자인 쥐스틴이 육식의 맛을 알게 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는 쥐스틴의 각성을 외부로 인한 원인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성적인 접촉, 섹스와 같은 쾌락적 욕망을 추구하다 인간의 살맛을 알게 된 쥐스틴의 모습과 남모르게 육식, 식인 행위를 행해온 알렉스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은 인간의 야만성은 유전적으로 이어진 본능이자 고유의 욕망이었음을 강조한다. 

어떻게든 식인의 선을 넘지 않으려는 쥐스틴과 자신의 식인성을 동생에게 까지 전염시키려는 알렉스의 대립은 [로우]의 새로운 긴장의 국면을 만들어내며, 급기야 서로가 서로의 살과 피를 물어뜯으며 격돌하는 극단적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어지는 충격적인 결말과 마지막은 고대로부터 시작된 야만적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큰 희생과 노력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류사에 대한 함축적인 정의가 내포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결국, 인간이 지금의 문명을 구축하기까지는 우리 안에 숨겨진 욕망을 잠재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잠재된 극단적인 욕망을 깨웠을때 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일까? 신예 여성 감독 줄리아 듀코나우는 이 대범한 데뷔작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영화속 잔혹한 본능이 현시대를 살아간 우리 개개인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음을 경고하며, 마지막까지 섬뜩한 여운을 남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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