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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 리뷰: 한명의 아담, 일곱명의 이브과 펼치는 천국의 치정극 ★★★★

17.09.0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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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 2017]
감독:소피아 코폴라
출연:니콜 키드먼, 커스틴 던스트, 엘르 패닝, 콜린 파렐

줄거리
1864년 전쟁으로 인해 모두가 떠난 인적 드문 마을. 심각한 다리 부상으로 죽음 직전 상태에 놓인 군인 '존'이 구조되고, 7명의 여자들만 살고 있는 비밀스런 대저택에 머물게 된다. 유혹하는 여인 '미스 마사'부터 사로잡힌 처녀 '에드위나', 도발적인 10대 소녀 '알리시아'까지 매혹적인 손님의 등장은 그녀들의 숨겨진 욕망을 뒤흔들고, 살아남으려는 '존'의 위험한 선택은 모든 것을 어긋나게 만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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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J. 칼리넌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명의 성인 남성과 일곱 명의 여성(성인과 아이가 섞인)이 한 집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원작에 대한 정보 없이 줄거리만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면 다소 발칙해 보이는 장면들이 떠올려질 것이다. 물론, 영화는 모두가 예상하는 문제가 되는 장면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핵심은 아니다. 노골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남녀 관계를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심리 물로 긴장감 있게 끌고 간것이 이 영화의 큰 특징이다. 

배경이 되는 시대는 남북전쟁이 한참인 1864년. 기독교적인 보수적 사회 분위기에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 또한 하필이면, 보수적인 크리스천 여성 스쿨이다. 솔직한 감정과 자기표현을 철저히 배제당한 분위기 속에 젊고 잘생긴 매력적인 군인 존이 부상을 입은채 이 학교에 머물게 된다. 존의 등장은 여성들만 모여있는 이 집단에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되고, 그로 인한 세대별 인물들의 각기 다른 행동이 영화만의 흥미를 불러오게 된다. 

어린 여학생들이 존이라는 어른 남성에 호기심을 보였다면, 사춘기, 젊은 20대 여성, 교장인 중년 여성은 그에게 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식이다. 이러한 섹슈얼리티한 감정이 드러나는 대목은 이 영화의 기본 전개 구조라 할 수 있는 존의 방을 오가는 장면에 있다. 남녀가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에서 존과 여성들은 서로의 은밀한 감정과 스킨십을 나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여성들이 존을 대하는 방식과 존이 그녀들을 대하는 방식이 인상 깊게 그려진다. 보수적이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교장인 미스 마사에게 정중하게 다가선다면, 조신하지만 애틋한 마음을 지닌 에드위나에게는 로맨틱하게 접근하고, 당돌한 십 대 소녀이자 이제 막 물오른 알리시아와는 노골적인 스킨십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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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행동에 대해 잘 알고 있으나, 조신함을 강조하는 집단의 분위기에 맞춰 각자의 행동을 묵인한 채, 은밀히 존에게 다가서는 모습들이 여자들의 질투 유발과 경쟁을 불러오는것 듯이 그려져 웃음과 흥미를 유발한다. 여기에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비유적인 대사와 스킨십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그들의 은밀함은 영화만의 섹슈얼리티한 감성을 더욱 우아하게 완성한다.

초중반까지 심리물을 이어가던 영화는 중후반부에 예상치 못한 사건을 발생시키면서, 긴장도가 최고조로 올라간 서스펜서 스릴러로 전환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면서 존과 여성들은 서로를 위협하는 대립적 관계로 만들며,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이야기를 전개한게 된다. 

영상, 세트와 같은 외부적 환경을 비롯해 우아한 외면에 가려진 캐릭터들의 내면 심리까지 섬세하게 다룬 소피아 코폴라의 연출적 재능이 돋보인 영화였다. 그러한 섬세함이 94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강렬한 느낌으로 압축시켰다. 니콜 키드먼의 우아한 내면 연기와 엘르 패닝의 어린 요부 같은 연기는 이 영화의 극과 극 감정을 이끄는 주요 축이 되어 긴 여운을 선사한다. 

[매혹당한 사람들]은 9월 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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