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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리뷰: '리얼리티의 장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위대한 걸작 ★★★★☆

17.07.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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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2017]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핀 화이트헤드,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이런스, 킬리언 머피, 톰 하디

줄거리
해변: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일주일, 바다: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항해하는 하루, 하늘: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 남은 연료로 비행이 가능한 한 시간.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시가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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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는 리얼리티 효과를 추구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장인 정신이 집대성된 결과물이자, 그 어느 작품에서 느끼지 못한 전쟁터의 생생함과 공포를 극강으로 체감하는 작품이다. 여타의 전쟁 영화서 흔히 볼 수 있는 잔인한 묘사와 치열한 전투씬이 등장하지 않지만, 전쟁터를 마주한 인물들의 시선과 그들이 느끼는 심리 상태를 생생하게 묘사해, 전쟁의 공포와 그것을 벗어난 환희와 감동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영화는 프랑스의 한 해변 마을을 서성이던 병사가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알들의 위협을 피해 무사히 덩케르크 해변을 마주하게 된 순간에서부터 시작한다. 등 뒤에는 언제 어디서 독일군의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위협이 남아있는 가운데, 눈앞에는 망망대해와 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토끼 몰이식'으로 포위당한 병사들의 숫자는 40만 명. 40만 명이 되는 병사들은 영국에서 보내주는 구축함을 타고 이곳을 벗어나야 하지만 육지, 바다, 하늘에서 독일군의 공격이 거세게 진행된다. 

병사들을 지켜줘야 할 총은 이제 무용지물이 된 상태. 이제 이들은 독일군의 사냥에 일방적으로 당해야만 하는 '희생양'이 된다. [덩케르크]는 전투가 아닌 희생양이 되어버린 40만 병사들의 처절한 탈출에 초점을 맞춘다. 기다랗게 줄을 선 병사들이 육지에서 날라온 포탄과 하늘에서 발사되는 총알 세레를 피하기 위해 집단으로 몸을 숙이는 장면을 비롯해 어떻게든 배를 타기 위해 잔꾀를 쓰는 장면까지 애처롭게 묘사된다. 어렵게 배를 탓지만, 잠수함의 공격으로 배가 침몰하게 되고, 다시금 육지로 올라오게 된 생존 병사들의 모습은 지옥을 벗어나지 못한 서글픈 인간들의 모습처럼 그려진다. 

처절한 생존 드라마가 그려지는 와중에 영화는 또 다른 두 가지 시선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병사들을 학살하는 적기를 막기 위해 직접 전투기를 몰고 가는 영국군 조종사,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어선을 끌고 나서는 민간인들이 그 시선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을 통해 영화는 '1940년 덩케르크'에서 벌어진 순간을 육, 해, 공의 시선으로 긴박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이 사건이 가져다주는 역사적 가치를 의미 있게 조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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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처절한 생존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하늘에서는 병사들과 군함을 보호하기 위해 적기를 격추하려는 조종사들의 긴박한 공중전이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그리고 바다에서는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덩케르크로 향한 민간인 노인, 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이 마주한 겁먹은 생존 병사와의 갈등의 드라마가 진행된다. 

다른 시선,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이야기는 놀란의 전작 [인셉션][인터스텔라]에서 사용된 기본적인 설정이다. 전작에서 꿈의 세계와 다른 차원의 우주 공간서 각기 다른 위기를 맞이한 인물들의 상황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놀란의 재주가 이번 영화에서도 사용되면서 최대의 긴장감을 완성하며, 엄청난 흡입력을 불러오게 된다. 첫 장면에 등장한 병사가 바다를 탈출하기 위해 처절하게 움직이고, 민간인 어선에서는 병사와 민간인들의 갈등과 생존 병사들을 구하려 하고, 이들 모두를 공격하려는 독일군 폭격기를 막기 위한 영국군 조종사의 공격이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세 개의 시선을 각기 다르게 진행한 영화는 이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여지는 마지막 순간에 최고의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형성하게 된다. 이를 통해 완성된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군과 민간이 함께한 합공 작전이자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목적을 둔 인간의 선함이 전쟁으로 대변된 악을 이긴 위대한 승리임을 강조하며, 그 어떤 전쟁 영화서도 다루지 않은 생존의 승리와 의미를 강렬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위험한 순간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위한 위로이자, 이들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모든 이들을 위한 헌사적 작품이다. 놀란이 이 작품을 최대한 리얼리티로 담아내려 한 것은 바로 그러한 헌사적 진심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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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가 가져다주는 드라마와 긴장감의 여운을 최고도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고증이 담긴 세트적 재연과 생생한 카메라 촬영, 그리고 음악에 있었다. [덩케르크]는 그동안 보이지 않은 활약을 한 촬영과 음악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이들이 지니고 있는 장점을 최고도로 끌어낸다. 

아이맥스 화면에 최적화된 스팩터클한 화면은 해변가에 모인 병사들의 숫자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생생함을 전해주고 있다. 이들이 비행기 소리에 맞춰 몸을 숙이고 포탄에 희생되는 장면은 전쟁이 가져다주는 처절한 학살이 담긴 공포적인 순간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공포적 순간은 침몰하는 배의 내부 모습까지 담아내며 전쟁의 무차별한 학살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여기에 전쟁 영화 특유의 긴박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중전 장면을 실감 나게 촬영한 장면 또한 [덩케르크]가 완성한 최고의 성과다. 당시 사용된 스핏 파이어 전투기를 실제로 띄운 것도 모자라 [탑 건]에서 볼법한 생생한 공중전의 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고, 1인칭 카메라인 고프로의 시선을 조종실 내부로 담아내며, 조종사의 긴박한 심리 상태를 담아낸 장면은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이 직접 조종실 내부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게 한다. 특히 조종사들에게 후유증으로 다가오는 '버티고 현상'(바다와 하늘을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마저 느끼게 해 역대 최고의 공중전을 재연했음을 증명했다.

촬영과 연기를 통해 완성된 긴박감의 종지부는 시계의 초점, 배의 엔진 소리, 현악기를 결합한 한스 짐머의 실험적인 음악을 통해 정점을 찍게 된다. 특히 세 가지 시선이 하나가 되는 후반부의 긴박감을 담아낸 악기 소리는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심장과 호흡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어 최고의 흡입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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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가 놀란의 영화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생각되는 것은 전자에 언급된 이 모든 요소를 CG와 같은 과장된 시각효과와 거대물량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한 영화적 의도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간편화된 이야기 체계 속에서 촬영, 연기, 음향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 속에 철저히 날것으로 대변되는 배경을 바탕으로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완성한 것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성과이다.

집착에 가까울 수 있었던 놀란의 이러한 고집은 [덩케르크]를 통해 완벽한 예술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이는 일반 관객들도 부담없이 편하게 즐기며 전쟁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체험까지 선사한다. 그 점에서 [덩케르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위대한 걸작이자, 현시대의 관객을 위대한 역사의 순간으로 인도한 의미있는 장이었다.

[덩케르크]는 7월 2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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