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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 그림자:심연] 리뷰: '헛웃음'만 불러오는 사치스러운 포르노 ★★

17.02.0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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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 그림자:심연,2017]
감독:제임스 폴리
출연:다코타 존스, 제이미 도넌, 테일러 후츨린, 킴 베이싱어

줄거리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는 아나스타샤 스틸(다코타 존슨)을 잊지 못해 되찾으려고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관계를 원한다. 과거의 상처를 고백하며 점점 변해가는 크리스찬의 모습에 아나스타샤는 결국 그를 받아들이고, 둘은 서로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며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그의 숨겨진 과거와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 아나스타샤를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위태로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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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 기자는 '망작'의 평가를 받았던 전편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호의적으로 본 편이었다. 비록 샘 테일러 존슨의 연출이 삼류 에로 영화의 전개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을 불러왔지만, 원작자인 E.L 제임스의 과도한 성적 표현을 최대한 정서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려 한 노력만큼은 돋보였다. '여성들의 포르노'라는 말을 들었던 원작의 정서를 살리기 위해 시각적인 부분에서 디테일함을 살리려는 부분은 관점을 달리 본다면 충분히 이ㅁ해할 수 있는 구도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다음 바톤을 이어받은 연출자가 후속편을 잘 살려준다면, 샘 테일러 존슨의 명예를 어느 정도 치켜세워 주지 않을까 나름 기대했다. 하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의 영화화는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작업이었을까? 아니면 할리우드가 한번쯤 실험해 보고 싶었던 사치스러운 포르노물이었을까? 속편인 [50가지 그림자:심연]은 1편의 실패를 만회하기보다는 제목 그대로 어두운 심연의 길을 택한 갈 데까지 간 삼류 성인물에 불과했다. 

사실 [50가지 그림자:심연]은 충분히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주인공 크리스찬에게 상처를 준 엘레나 링컨(킴 베이싱어)과 크리스찬의 전 계약 연인 관계였던 레일라(벨라 헤스콧)의 등장은 이번 작품에 스릴러의 정서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좋은 요소이자, 주인공 크리스찬의 어두운 과거를 부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의 새로운 변화가 이번 영화를 달리 보게 하는 기회였다. 크리스찬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를 그리워했기에 다시 찾아온 그와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형성하려는 과정은 의미 있는 구도다. 연인의 어두운 상처를 발견하고 순간적인 갈등을 하게 되지만, 사랑의 힘으로 그의 과거까지 껴않으려는 아나스타샤의 결심이 격정적인 베드신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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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이번 작품의 베드신은 전작과 비교해 의미 면에서 다르게 정의된다. 1편이 쾌락에 대한 집착이라면, 이번 2편은 사랑의 의미가 강하다. 그레이의 가학적인 성행위를 혐오했던 아나스타샤는 자신이 먼저 도구를 이용한 성행위를 택함으로써 그레이의 어두운 본성을 포옹하려 한다. 바로 이것이 포르노라는 단어에 가려진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한 진심 어린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좋은 요소를 보기 좋게 걷어차며 성인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육감적인 묘사에 치중한다. 그로 인해 고품격 성인 로맨스로 표현될 수 있었던 요소들이 삼류 드라마를 형성하는 요소들로 전락해 버린다. 

전자서 언급한 스릴러와 어두운 드라마가 부각될 수 있었던 기회는 과도하게 길게 묘사된 베드신 장면과 오글거리는 과한 정서의 로맨스에 의해 묻혀버리고 만다. 아나스타샤를 위협하는 여러 요인과 엘레나의 협박 등 이야기의 흐름을 달리 전개할 수 있는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두 연인은 그때마다 섹스로 자신들에게 가해진 위협에서 벗어나려 한다. 무분별하게 등장하는 베드신의 난림은 이야기의 개연성을 엉망으로 만드는 원인이 되고, 이후 전개 되는 장면들을 부자연스럽게 만든다.

크리스찬과의 동등한 정신적 사랑을 강조하며, 연애의 주도권을 가져갔던 아나스타샤가 크리스찬이 가진 사치와 부(富)를 함께 즐기는 대목은 그녀의 다짐을 무색하게 만든다. 팀장의 성추행으로 졸지에 사원에서 팀장이 되어 맹활약을 펼치는 대목은 뜬금없게 느껴질 정도이며, 느닷없는 헬기사고와 이후 벌어지는 과정은 '헛웃음'을 불러올 정도다. 위기를 불러와야 할 엘레나와 레일라 캐릭터는 활용도 하지 못한 채 잠시 등장한 카메오로 전락하고 만다.

이야기 전개의 세세한 묘사와 과정같은 기본을 생략한 채 과도한 베드신과 연애 장면에 초점을 맞춘것이 이러한 재앙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차라리 1편처럼 두 사람의 관계 묘사에만 집중했다면 전작의 연장 선상의 작품으로 볼수 있었지만, 미스터리한 새로운 두 주인공과 인물의 과거를 언급해 놓고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것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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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연인의 베드신과 연애로 시종일관 전개된 탓에 작품의 정서는 극단의 감정적 요소로 넘어가게 된다.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와 그녀를 향한 물뿌리기, 따귀가 등장하는 대목은 아침드라마를 유심히 시청한 관객에게는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극단에 가까운 삼류 스토리의 전개를 지닌 성인 드라마를 택한 [50가지 그림자:심연]은 지나칠 정도로 사치스러운 요인이 많은 포르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지닌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이상하리만큼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와 유치한 설정이 난무해도 시각적인 쾌락을 불러오는 두 남녀 배우의 전라 연기와 이 작품의 특성을 대표하는 신비스러운 성의 세계, 감정적으로 과하지만 두 남녀의 감정 교류는 일반적인 성인물과 멜로물에 적응된 관객의 익숙한 정서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마지막 시리즈인 [50가지 그림자:해방]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이 시리즈의 끝은 뻔해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새로운 인물들의 복수와 두 연인의 사랑이 온전치 않음을 예고한 만큼 이 두 요소를 조금이라도 활용해 본다면 어떨까? 베드신은 보여줄 만큼 보여줬으니 이제 진짜 이야기를 진행해 주었으면 한다.  

[50가지 그림자:심연]은 2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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