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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실에서도 '딸 바보 아빠'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김윤석

17.01.0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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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출연을 뜻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추격자][황해][화이]와 같은 강렬한 작품에 출연했던 만큼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볍고 따뜻한 느낌의 작품에 출연하길 희망했다. 일상의 김윤석은 전작서 보여준 강하고 냉정한 모습과 달리, 함께 출연한 후배 배우들 모두가 자상한 선배로 느꼈을 정도로 전형적인 '딸 바보' 아빠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 두 여자(딸, 과거 연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였기에 이 영화를 통해 카리스마가 아닌 따뜻함을 전해주는 배우로 모두가 알아주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원작자인 기욤 뮈소가 윤석씨의 [추격자]를 좋아한다 해서 기분이 좋았겠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제작사 대표님이 기욤 뮈소가 쓴 SNS 글을 보여줘서 알았다. 감성적인 분이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니…(웃음) [추격자][황해]가 칸에 상영되고 수입된 적이 있어서, 아마 그때 보셨던 거 같다. 


-멜로 영화인데, 여배우보다 변요한과 오랫동안 함께 있다. 

다행이었다. (웃음) 멜로는 요한이의 역할이었고, 나는 부녀간의 정을 나누는 역할이었다. 오히려 편했다. 


-다양한 성격을 연기했다. 자신, 아버지 그리고 연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각본을 보면서 이 작품은 멜로지만 주인공인 중년 남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오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우정, 부녀간 이야기 그리고 생을 정리하는 이야기 였기에 중년의 삶을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전체적인 캐릭터들에 초점을 맞추며 연기했다. 그렇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어떤 점이 끌렸나?

내 연기의 기본베이스가 연극이다. 연극은 대본 분석에만 한 달이 걸린다. 그런 분석하는 습관이 이번 영화의 각본을 마주 했을때도 적용되어서, 꽤 오랫동안 이 영화의 연구했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각본은 기승전결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다고 본다. 대중 영화 특유의 탄탄한 구성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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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에 등장한 캄보디아 언어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일하는 언어 선생님이 촬영장에 와주셔서 언어 연기를 지도해 주셨다. 실제 장소는 캄보디아가 아닌 태국이었다. 현지 신비의 노인으로 등장한 배우분도 태국분이셨다. (웃음) 나이가 85세에, 키 190, 손가락도 나의 두 배였고, 실제 눈도 오드아이 셔서 실제로도 오묘한 느낌을 불러오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도 캄보디아 말을 할 줄 몰라서 함께 캄보디아어를 배워야 했다. (웃음) 그래서 우리 둘이 캄보디아어 연기를 할 때 [러브 액츄얼리]처럼 한국어와 태국어가 써진 스케치북으로 컨닝하며 연기했다. 


-변요한과 닮기 위해 이마의 상처까지 따라 한 걸로 알고 있다. 그 외 변요한과 닮기위해 노력한 것은?

요한이와 나는 묘하게 비슷한 버릇이 있다. 바로 서 있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고, 걷는 버릇이었다. 나는 원래 집중을 위해 돌아다니는 편인데, 요한이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어슬렁 거리며 걷고 있었다. 가끔 요한이가 나를 훔쳐보며 내 모든 버릇까지 따라하려 했다. (웃음) 내 뒷모습, 흡연, 걸음걸이까지 다 살펴보는 거였다. 그래서 나와 걷는 게 비슷해졌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도 요한이를 연구하다 머리를 자주 올리고 탁 터는 모습을 보고 따라 했다. (웃음) 나중에 감독님이 하지 말라고 말리더라. (웃음)


-김윤석 출연작 중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볼만한 장면들이 많은 영화인것 같다.

(웃음) 그렇다. 내가 출연한 작품 중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없었다. 그 점에서 이번 출연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제 금연하라는 딸의 조언이 들어올 거 같네. (웃음) 


-가족들도 이번 영화를 봤었나? 반응은?

아직 보질 못했다. 그나마 딸들이 유일하게 본 내 출연작이 [완득이]였는데, 그 이후로 우리 집에서 "얌마, 도완득!"이 유행어가 되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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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황해]를 봐야 아이들이 아빠의 연기 진면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웃음) 그렇겠지?


-제작보고회 때 미래의 내가 온다면 이라는 질문에 "송강호는 잘 있어요? 라고 묻고 싶다"라는 답변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자님들 기사 재미있게 쓰라고 말한거였다. (웃음) 그리고 강호씨와 나는 친한 친구니까, 정말 그런 상황이 오면 꼭 묻고 싶다.


-한참 어린 후배이자 연기 경험이 적은 신예 박혜수와의 호흡을 위해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었나?

혜수는 우리 소속사의 배우다. 그러다 보니 잘 아는 사이지만, 선배인 나와 아버지와 딸 연기를 한다는 게 이 친구 입장에서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 친구가 나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는게 우선이라 생각했고, 촬영 전 우리 집으로 초청했다. 아버지를 연기할 내가 추리닝을 입고 편하게 사는 걸 보여줘야 나에 대한 어려움을 희석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습도 우리 집에 와서 하도록 했다. 함께 있으면서 혜수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성장담, 실제 아빠와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어봤다. 이 친구가 학벌이 좋아서 그런지 이해하는 게 빠르다. (웃음)


-변요한의 연기를 직접 보니 어땠나?

슛이 들어가면 선후배가 없다. 오로지 캐릭터만이 남는다. 요한이는 슛이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다른 후배들이라면, 선배와의 연기를 어색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한 편인데, 요한이는 그러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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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에서도 그렇고 중년의 사랑을 모든 세대가 공감할 정도로 애틋한 감정으로 잘 표현하는 것 같다. 

그 연기를 잘하는 건 아마도 내가 갱년기가 다가와서 그런 것 같다. (웃음) 농담이다. 사실 작품 속에서나마 그렇게 소중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현실에서는 힘들다. 그런 것에 빠져든다는 건 행운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고 나를 던져보자 생각했다.


-수현과 연아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 한결같다. 그런 한결같은 사랑이 가능할까?

수현에게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다. 결국, 연아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 수아를 갖게 되지만, 트라우마가 큰 나머지 결혼을 못 했다. 나중에 이 둘이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친구 태호가 전해준 일기장을 통해 서로가 공감하게 되었고, 그의 상처를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연아였기에 그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가능했다고 본다.


-애인과 딸 사이에서 방황하는 과거의 나에게 해답을 제시하고, 강요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져도 현재의 삶을 택하도록 강요할 것인가? 미래를 바꿀 기회가 오더라도?

미래의 수현은 원래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삶은 6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수현은 30년 전으로 돌아가 옛 애인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만 과거의 수현에 의해 말려들게 된다. 강요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젊은 수현이 나의 미래 삶을 협박하는 것이다. ("딸을 낳지 않겠다.") 결국 그의 도발에 말려들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연아의 최후를 이야기한 것이다. 


-촬영 후, 변요한 씨가 손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 정도로 감사한 일이 많았나 보다.

그랬나 보다. 얼마 전 내 핸드폰에 문제가 생겨서 초기화했는데, 어느 날 문자로 "여수 밤바다보다 선배님이 생각나서 연락드립니다."라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요한이라고 하는 거였다. (웃음) 문자 느낌 보고 채서진인줄 알았는데…(웃음) 그 정도로 요한이가 감성적인 친구다. 촬영 당시 이 친구가 뮤지컬 [헤드윅]을 하고 있어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대신에 서로 이야기 하다 보니 맞는 게 맞더라. 연극인 출신이고, 한예종 출신이다 보니 전작을 함께 한 박소담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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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소담이 잘 나가고 있다.

요새 보니 대학로를 휩쓸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정말 멋진 친구다. 그동안 나와 함께 호흡했던 어린 여배우들을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속 네 자매의 느낌이 생각났다. 미인이면서 순수하고, 도시적이지 않은 그 모습들이 참 좋다.  


-[커튼콜] 시사회 때 박철민 배우가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의 한계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토로했다. 그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나?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마도 그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해야 할까? 배우의 느낌이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메소드 연기를 하는 그 반대의 사람도 있다. 누구나 다 자기만의 메소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나 또한 그 두 마리 토끼를 잘 잡고 싶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다는 소리를 들을며 다양한 도전을 할 것이다.  


-사람들은 김윤석 하면 [황해]의 '면가'같은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얼마 전 장률 감독님을 사석에서 뵈었는데, 그분이 나에게 내가 아는 한국 배우중 가장 조선족 역할을 리얼하게 한 배우라고 극찬해 주셨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런데 아무도 제가 그렇게 잘했는지 모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웃음) 사람들이 좋아하고 강렬하게 기억해주면 된 거다. 


-현재 [남한산성]을 촬영중이다. (인터뷰 당시 작년 12월 초)

나는 이번에 문신이어서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지금 무신인 박휘순이 열심히 전투 중이다. (웃음)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에너지가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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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인생 중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내 아내를 작품을 통해서 만난 그 당시가 생각난다. [의형제]라는 뮤지컬이었는데, 아마 그때가 학전블루 극장이었을 것이다. 관객석 뒤에서 무대를 보고 있었는데, 그 당시 내 아내가 엄마 역할을, 내가 장남 역할이었다. 그때 내 아내가 노래를 너무 잘 불렀고 그 모습에 반해 나중에 아내에게 고백하게 되었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했던 일이 있으신가?

큰딸이 학교에서 그림을 그려 왔다. 그냥 평범한 돌 그림이었는데, 그게 이상하게 너무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그 돌을 보며 우리 가족이 생각났다. 수천년에 걸려 이 모습이 완성되듯이, 우리 가족도 이 그림 속 돌 처럼 오래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 그림을 보며 큰 딸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어렸을 때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 딸이 그 재능을 이어받은거 같아 너무 좋았다. (핸드폰으로 찍은 돌 그림 사진을 보여주며)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니지?


-돌에 디테일한 멋이 있는것 같다. (웃음)

(웃음) 너무 깊게 본거 아니야? (웃음) 그린 사람은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보는 사람이 더 이상하네 (웃음)


-그러고 보니 아주 가정적인 사람이다.

우리 가족은 함께하는 시간이 긴 편이다. 내 취미가 여행이다 보니 가족들이 함께 할 일이 많다. 여행 갖다오면 애들이 또 어디갈까 검색하고 알아본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으면 하나?

기술 시사 때 스태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친구, 부모님에게 전화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시면 현재 내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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