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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변요한 "내 희소성이 사라질 때 까지 연기할 것."

17.01.0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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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자님하고 처음이죠?"

평소 만나본 기자들의 얼굴들을 꾸준히 기억하고 있었는지, 인터뷰 전 변요한은 처음 만난 본 기자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다. 인사 이후 인터뷰에 임한 변요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았던 탓이었는지, 시종일관 그는 말 조심 하며, 영화와 자신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속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행복마저 포기해야 했던 남자의 모습 대신에, 기자의 질문에 신중을 가하려는 모습에서는 영화와 다른 성숙하고 침착한 모습이 느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흡연을 자주 하는 편인가?

적당히 하는 편이다. 작품 때문에 많이 피웠고, 원작에서도 중요한 소재이다 보니 어쩔수 없었다. 수현이 과거 트라우마에 빠진 인물이다 보니 담배를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첫 상업 영화 주연작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감회가 새롭겠다.

상영관이 많은 것 빼고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촬영장이 좀 큰 거 외에는 큰 기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웃음)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한다.


-김윤석 선배를 첫 대면 했을 때의 소감은?

선배님이다 보니 어려운 게 있었지만, 연기적인 선배님이 셔서 예의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선배님이 왜 이렇게 남자와의 케미가 좋으나 싶었는데, 선배님께서 배려와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으셔서 후배들이 많이 쉽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내가 선배님들에게 깍듯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연극배우 시절에도 오랫동안 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 존경스러운 면이 많았다. 


-채서진과의 호흡은? 촬영하면서 이야기하고 나눈 건 없었나?

이쁘고, 귀여운 친구다. 특별히 조언을 주거나 많이 대화하지는 않았다. 현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감독님과 함께 셋이서 이야기하고 분석하면서 함께 많이 연구했다. 둘이 이쁘게 사랑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으니 많은 걸 나눴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떤 메시지를 느꼈나?

이 영화는 부성애, 사랑, 우정도 나온다. 그걸 다 합치면 본질적으로 소중한 것 같다. 배경도 원작과 많이 바뀌었고 우리 정서로 바뀌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늙었을 때도 다 본질적으로 닮는거라 했다. 여러 가지 순간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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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모습인 김윤석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한 행동은?

이번 영화 캐스팅이 선배님이 나를 추천해주셔서 이뤄진 거로 알고 있었다. 흉내 내기 보다는 내가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선배님이 도와주셨다. 객관적으로 보면 닮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닮아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현장에서도 그럴 때가 있다. 선배님의 감정을 많이 닮으려고 노력했으며, 특히 선배님의 흡연 때의 동작들을 많이 따라 했다. 


-김윤석 씨가 변요한 씨를 통해 비슷한 부분을 많이 봤다고 하더라.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하다. 첫 날 현장에서 연기할 당시, 무언가 불이 붙는 느낌이 들었다. 선배님과 약간의 눈빛을 교류하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니터링을 할때마다 내 걸음걸이가 선배님과 많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선배님의 앉아있는 모습과 흡연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절로 닮아지게 되었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감성 작품이지만 타임슬립 설정이 많아 장르적으로 헷갈린 느낌이 많다. 미래의 나와 대립한다는 설정이 헐리웃 영화 [루퍼]를 떠올리게 한다. 문신으로 소통하는 장면도 그렇고… 이 영화의 성향은 어떻다고 생각하며, 이 부분의 연기를 위해 참고가된 영화들이 있었나?

사실 타임슬립 영화를 보려고 켰다. 그런데, 이거 보면 안 되겠다 생각햇다. 잘못하면 이 영화에 갇혀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공부할 시기니까. 그래서 이걸 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SF라는 소재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걸 영화화했을때 리얼리티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본도 그런 식이었다.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표현하려고 하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 


-부산이 배경이지만 부산 사투리를 쓰거나 그런 지역적인 부분이 많이 없다. 이유는?

한수현은 서울에서 살다 온 부산으로 온 캐릭터다. 원래 각본상 나도 사투리를 해야 했다. 언어로서 구분 점이 잇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러다 감독님 윤석 선배님과 함께 의논한 것은 시간이 흘러 부산을 사랑하는 남자로 하자 해서 나중에 선배님이 사투리를 조금씩 하시는 거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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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개인에게 있어 빛나는 순간은 언제인가?

참 많은 것 같다. 그 순간은 하나하나 적은 적도 있었다. 유치원 때 재롱 잔치를 해서 아버지가 웃으실 때, 중학교 시절 국기원서 겨루기 시합에서 은상을 받을 때, 유학 시절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때, 군대 입대 시절 등이 기억난다. 


-극 중 로맨틱한 모습도 좋았지만, 나쁜 남자로 돌변했을 때의 모습이 더 강렬하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

나쁜 남자라기보다는 수현은 6년 동안 연아에게 잘해주지 못한 남자다. 하지만 연아는 계속 수현을 지켜준다. 대본을 볼 때 연아의 존재에 대해 연구했다. 영화에서 담배는 유일한 도구였지만, 연아의 아기 이야기에 담배 피우고 고민한다. 그만큼 수현은 자기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캐릭터다. 연아에게 못되게 구는 장면에서는 수현이 가장 진실된 순간이고 연아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장면이 나에게 있어 가장 힘들었던 연기 장면이었다. 화는 나지만 진심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장면이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좋았던 장면이었다. 가장 애틋하면서도 슬픈 장면이다. 


-예전 인터뷰를 보니 '의외성이 없다면 배우를 그만둘 거라 이야기했다.' 그 의외성을 만드는 비법은?

내가 의외성이 많이 없다. 접할 수 없었던 것을 많이 접하려 한다. 많이 접하고 주변의 공연하는 친구도 많고 해서 약간은 규정된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럴 때 마다 친구들 만나서 공연보고 어떻게 연기했는지 물어보고, 질투도 하고 응원도 한다. 결국, 타인의 연기를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80년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80년대 영화이고, 김현식 음악이 테마인 만큼 그 부분에 더 노력했다. 2016년 사람인데 그 시절 감성을 느끼려 하니 이해가 안 되더라. 배역을 위해 김현식 음악을 계속 듣다가 결국에는 중단했다. 한수현 캐릭터는 현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향수에 의식하기보다는 그 개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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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위해 (딸을 버리려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모습이 로맨틱하다기 보다는 살벌하게 느껴졌다.

그 부분에서 미래의 나와의 구별 점을 두고 싶었다. 미래에는 자식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나. 그래서 나는 그 부분을 툭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는 그런 소중함을 모르니 툭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딸 수아를 낳고 맞이하는 장면이 없어서 아쉽게 느껴진다.

이 부분은 감독님의 과감함이 더 필요했다. 편집되지 않은 부분에는 자세한 설명이 있다. 수아의 엄마와 어떻게 친해졌는지를 담은 장면이다. 그래서 감정이 담긴 장면이라기보다는 미래의 내가 말한게 맞는지 맞춰가는 장면으로 보는 게 옳다. 


-독립 영화와 연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가 있다. 두 분야가 지니고 있는 상업 영화와 다른 느낌이 있나?

독립 영화를 하고 연극을 하면 아주 과감한 메시지가 많다. 말도 안 되는 메시지가 있지만 계속 밀고 나가는 힘이 있는 게 독립영화가 가진 특징이라고 본다. 그래도 영화의 메시지는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는 독불장군 같은 성향이 있다. 그런 과감함이 예술의 발전을 이끈다고 본다. 상업 영화를 하고 나니 그 부분이 부럽고 그립더라. 연극 공연은 하고 나서 영원히 사라지지만 커튼콜하고 내려 왔을 때 느끼는 감정이 많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해피엔딩이 필요한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반부 결말이 사족일 수도 있지만, 극장에 있는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원했을 거라 생각한다. 원작자도 그 순간 해피엔딩을 원하지 않았을까? 마지막 풍선 엔딩도 나에게 큰 울림이 있었다. 환희의 미소보다는 오묘함이 느껴졌다. 30년 전보다 표현을 더 못한 사람이 그때와 똑같이 풍선을 든 것은 한결같이 기다렸다는 표현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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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영화처럼 다시 돌아가 바로 잡고 싶은 후회된 과거가 있었나?

글쎄 많이 안 살아봐서… (웃음) 후회의 순간은 참 많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독립영화 시절 욕심을 부렸던 시절이 참 많았다. 엄청 많이 작업했는데, 영화제와 영상서 본 내 연기를 차마 못 보겠더라. 사람들은 좋다고 하지만 내 스스로 보기가 좀 그랬다. 나만아는 욕심을 너무 냈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열정과 뜨거움이 넘치다 보니 표현에도 많은 실수를 범했다.  


-그때 당시에도 장국영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지만… (웃음) 내가 정한 게 아니라 팬들이 그렇게 붙여준 거였다. (웃음) 그 분은 홍콩이라는 도시가 지닌 정서를 잘 표현한 분이다. 겉으로는 장난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소용돌이 같은 감정을 지닌 배우다. 나도 그런 게 있는지 고민을 했다. 


-작품 끝나고 스스로 선물을 준다고 했다. 이번에도 어떤 선물을 했나?

친한 남자 친구들과 함께 홍콩 여행을 갔다. 술 먹고 맛있는 거 먹고 여행했다. 9명의 친한 친구들과 함께 계속 걸었는데, 그 누군가에게 행군이었을 것이다. (웃음) 


-언제까지 연기하고 싶으신가?

내가 희소성이 사라질 때까지? 그걸 극복해서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그건 대중의 선택 아닐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절찬리 상영중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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