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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볼까?" 9월 21일, 22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09.23 10:59


이것이 좀비 영화다 [아이 엠 어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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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어 히어로,2015]
감독:사토 신스케
출연:오오이즈미 요, 나가시와 마사미, 아리무라 카스미, 요시자와 히사시

줄거리
일본 전역을 뒤덮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ZQN’. 도심 곳곳은 사람을 물어뜯는 감염자들로 인해 대혼란이 이어지고, 우연히 살아남은 ‘히데오’와 몸의 반만 감염된 ‘히로미’는 감염자들을 피해 가까스로 생존자들의 안식처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그 곳에서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협을 만나게 되는데… 

간단평
[아이 엠 어 히어로]의 큰 장점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흥미로운 전개 방식에 있다.

연애와 인생에 있어 루저와 같은 삶을 살고있는 주인공을 통해 서글픈 유머를 선보이던 영화는 좀비 영화의 공식이 되어버린 갑작스러운 재앙의 순간을 등장시키며 본격적인 좀비 재난물의 흐름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이 영화가 루저 주인공이 진정한 영웅으로 변모해 나가는 영웅물의 흐름을 이어나갈 것을 예상하게 한다.

그러나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종종 그러한 예상을 뒤엎는 반전과 상황을 적절한 시기에 등장시키며,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전개 방식을 이어나간다. 미디, 좀비 재앙 물의 순서를 이어가더니 급기야는 뮤턴트 히어로 물의 성격을 띠다가 제한된 공간서 발생하는 긴장감 넘치는 어드벤처 드라마로 변신한다.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법한 장르적 변형이지만 특유의 B급 정서를 지속해서 유지한 탓에 전혀 어설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흥미로운 전개와 정서에 기인한 만큼 원작 만화의 형태를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들도 흥미롭다. 특히 현실 루저의 전형과 '찌질함'을 유지하는 주인공 히데오의 캐릭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불러오며,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그랬던 캐릭터가 본격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게 되는 장면에서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오기에 이른다. 

다양한 장르의 변형을 자연스럽게 완성한 비주얼과 볼거리도 볼만했다. 초중반 부에 등장하는 도쿄 좀비들의 공습은 [월드워 Z]의 일본 버전을 연상시키듯 수준급의 스케일을 보여줬으며, J 호러물에 등장할 법한 귀신과 악령을 연상시키는 영화속 좀비들의 괴상한 비주얼과 잔인한 고어 액션은 공포적 분위기와 긴장감을 완성한다. 

기존의 좀비 영화들이 좀비들의 특징을 부각했듯이,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좀비들은 좀비가 되기 직전의 기억과 행동을 반복한다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있다. 이를 통해 특유의 드라마적인 정서를 구축하며 현실을 풍자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부산행]이 기차 떼에 달려드는 좀비 무리를 통해 '헬조선'의 현실을 반영했다면,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좀비들은 자본 사회의 노예가 되다 싶이한 일본 사회와 물질 만능 주위의 우울한 이면을 반영한다. 

마지막 후반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존자들과 여러 특징을 지닌 좀비 무리가 펼치는 액션신은 처절함과 고난도의 고어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며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평범한 '아재'가 '엽기적' 스토커가 된 사연은? [나홀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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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휴가, 2016]
감독:조재현
출연:박혁권, 윤주, 이준혁, 김수진

줄거리
소문난 모범 가장 ‘강재’의 취미는 사진찍기다. 나 홀로 취미인 탓에 아내는 때때로 불만을 토로하지만, 출사 여행은 그녀가 남편에게 허락한 건실함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오늘도 강재는 홀로 제주도로 떠나왔다. 꽃, 바다, 해녀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잠시, 그의 카메라 렌즈가 단란해 보이는 한 가족을 좇고 있다. 불쑥, 클로즈업되는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 강재가 10년 전에 놓친 사랑 ‘시연’이다. 강재는 그녀를 잊지 못해 지금까지 쭉 그녀 주위를 맴돌며 몰래 바라보고 있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시연이 며칠째 직장과 집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묘연한 행방에 불안해진 강재는 기어코 그녀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마는데…

간단평
[나홀로 휴가]가 담고자 한 보편적 이야기는 결혼 생활에 대한 애환과 행복 추구라는 가치에서 갈등하는 개개인의 내면이다. 스토킹은 메인이 아닌 이 보편적 이야기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였던 셈이다. 여자 '시연'을 따라다니는 강재의 시선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뤄지는 장면은 그의 일상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미건조한 부부 생활, 결혼을 '감옥'처럼 여기며 '계약제'를 외치는 남성들의 농담에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행복에 관한 어그러진 판타지가 조명된다. 남성의 시각 위주로 묘사되었다는 점에서 여성 관객에게는 다소 불편한 대사와 시각이 담겨있지만, 이는 마초적 관념의 추락을 서글프게 풍자한 묘사에 가깝다. 

행복이라는 미명 속에 자신의 욕구에 충실했지만, 윤리적 관념이 지배한 현실과 충돌하면서 파국을 맞게 된 강재와 시연의 숨겨진 사연은 [나홀로 휴가]가 현대인의 욕구를 다양한 시각으로 정의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재의 스토킹은 윤리적 시각에서 범죄에 가깝지만, 인간의 욕구적 본능으로 봤을 때는 지고지순한 순수한 사랑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지만, 어느 한쪽의 편에 서지 않은 채 현실적인 시각에서 이러한 논란 요소를 담담하게 그리려 한다. 

스토킹, 불륜, 그리고 행복으로 연결되는 민감한 주제를 유머와 로맨스를 오가는 장르적 장치를 통해 표현한 전개 방식은 돋보였지만, 이 모든 요소를 전부 담으려 한 탓에 산만하다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스토킹과 그 행위가 불러오게 되는 해프닝이 이어지는 대목은 긴장감이 있는 편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사연을 일일이 조명하려 한 탓에 [나홀로 휴가]는 무엇을 다루려 한 작품인지 분명하지 않다. 인간의 관음증, 집착, 결혼 애환, 남성 환타지 등 좋은 소재와 주제관은 많지만, 이들 모두를 비중 있게 다룬 탓도 있다. 

조재현 감독의 대인관계를 나타내는 특별출연진의 모습은 대중적인 재미를 가져다주지만, 이 또한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을 보여준다. 특별출연진의 존재감과 개성이 너무 강한탓에 진중하게 바라봐야 할 일부 장면과 정서가 과장되게 느껴진 부분도 조금 아쉬운 편이다. 그럼에도 도발적인 주제와 상징적인 영상미와 장면을 완성하며, 영화에 대한 깊은 여운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인상적이었으며, 신의 한수 와도 같았던 박혁권의 캐스팅은 이 영화의 무난한 완성을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노숙자 조합은 흥미로웠지만, 이야기는 심심한 [한강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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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블루스,2016]
감독:이무영
출연:봉만대, 기태영, 김정석, 김희정

줄거리
“노숙이 캠핑인줄 알아? 노숙이 얼마나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한 일인데.” 노숙자 그룹의 리더 장효, “죽으려는 사람 목숨을 갖고 내기를 해요? 당신들 지금 제 정신이에요?” 초보 신부 명준, “내가 애만 못 낳지, 마음은 완전 여자라고!” 여자로 살아가는 아저씨 추자, “괜찮아요. 연애는 할 만큼 해봤으니까.” 수녀가 되고 싶은 미혼모 마리아. 네 사람의 기막힌 아웃도어 동거가 시작된다!

간단평
[한강블루스]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노숙자 구성원들을 통해, 인간의 상처와 삶의 무게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캐릭터들의 성립과 흑백의 화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며, 어두운 도시 속 삶에 지친 인간들의 내면을 인상 깊게 그리려 한 연출 의도는 돋보인다. 하지만 독특한 구성과 달리 인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지 못한 채 인물들에 대한 개별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무뎌진 느낌만 전해주고 있다. 인물들에 대한 사연과 상처가 분명하지 않은 채 위로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부분은 개연성이 부족하며, 상징적인 부분에 기대려 한 느낌이 강하다. 일부 출연진의 부자연스런 연기와 대사 처리가 감상에 방해를 가져다준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취권]을 영리하게 차용한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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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2016]
감독:신동엽
출연:이주승, 오지호, 이정진, 신정근, 손은서

줄거리
취직은 진작에 포기한 달관력 99.9%의 취준생 풍호(이주승)는 리얼맞짱게임으로 용돈벌이나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의협심 100%를 탑재한 형사 강호(이정진)는 동생 풍호가 한심할 따름이다. 현피에 의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강호는 뜻밖의 제안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지만 상대의 잔인한 수법에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형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쫓던 풍호는 겉모습은 게임회사 CEO이지만 실상은 승부에 미친 게임중독자 한재희(오지호)를 찾아내고, 형을 대신한 복수의 한방을 준비하는데…

간단평
전작 [치외법권]에서 큰 실패를 맛본 신동엽 감독은 이번 [대결]을 통해 [취권]을 비롯한 7, 80년대 쿵푸 영화에 대한 헌사적 의미를 전하려 한다. '현피'를 소재로 한 현대적 설정 속에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 무술 영화의 만남은 설정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에서는 전작에서도 문제가 된 작위적인 전개와 개연성이 부족한 요소와 문제점을 노출해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결]은 그러한 단점을 '황노인'을 연기한 신정근의 돋보이는 연기와 성룡의 [취권] 속 설정을 차용한 전개와 액션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 주인공 풍호가 황노인을 통해 '취권'을 마스터하는 과정은 유머러스한 편이며, 쿵푸, 태권도, 실랏, 유도, 특공무술 등의 다양한 무술이 적용된 액션은 역동적인 분위기를 살려내며 오락적인 재미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팝콘 영화로는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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