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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리뷰: 누구의 옹주도 아닌 조선인 이덕혜 ★★★

16.07.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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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2016]
감독:허진호
출연:손예진,박해일,윤제문,라미란,정상훈

줄거리
고종황제(백윤식)의 외동딸로 태어나 대한제국의 사랑을 받은 덕혜옹주(손예진). 일제는 만 13세의 어린 덕혜옹주를 강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한다. 매일같이 고국 땅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덕혜옹주  앞에 어린 시절 친구로 지냈던 장한(박해일)이 나타나고, 영친왕 망명작전에 휘말리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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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평가와 강점기 시대의 불운한 운명을 맞이해야 했던 대한제국의 황족을 등장시킨 탓에 개봉 전 여러 논란을 불러온 [덕혜옹주]. 하지만 영화는 역사를 바탕으로 할 뿐 논란이 될 만한 요소(독립운동, 역사 인식)를 민감하게 건드리지 않고,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창작 형태의 이야기를 지향한다. 

영화가 덕혜옹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황족'이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타지에서 부모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누군가의 딸인 동시에 평범한 조선인으로 정의하려 한다. 다소 민감한 요소가 될 수 있는 독립운동에 관한 내용은 김장한, 김황진, 이우 등의 조연 캐릭터들에 의해 맡겨지게 되면서, 안정된 역사적 정의를 하려 한다. 논란에서 벗어난 [덕혜옹주]는 여느 강점기 시대의 작품들이 그랬듯 시대의 참상과 슬픔이 담긴 드라마를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덕혜옹주는 바로 그 드라마의 중심에 선 인물로 '옹주'라는 지위에 놓여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개인이자 일제의 도구로 전락한 힘없는 조국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시대의 비운을 상징하는 역할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부각함으로써, 조선 황실의 비극을 가족 드라마로 그려내려 한 부분도 인상 깊다. 일제의 볼모가 된 영친왕(박수영),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조국의 독립과 황실의 명예를 지키려 한 이우(고수), 망해가는 황실의 현실을 순수히 받아들이려는 무기력한 황실 식구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갈등하는 덕헤의 시선은 시대적 상황의 딜레마에 빠진 개개인들의 모습을 부각한 의미 있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시대의 서글픔을 한 개인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하며 특별한 드라마를 완성해 나가려는 [덕혜옹주]의 전개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편. 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와 같은 인물의 정서와 심리를 기반으로 한 감성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 아쉬운 결과물이다. 영화가 지닌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서 인물보다 역사적 상황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하지만 덕혜옹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도, 그녀의 역할과 에피소드가 생각보다 부족한 건 아쉽게 느껴진다. 

조선의 옹주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부모와 조국을 그리워하는 개인, 연약한 여인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심리와 행동을 담아내는 허진호 감독의 전작 묘사 방식과 비교해 봤을 때, 단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비록 역사적인 인물과 민감성이 존재하지만, 그에 따른 감독만의 과감한 표현 방식이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덕혜에 대한 묘사가 제한적인 탓에 영화의 중반부는 [암살]을 연상시키는 독립군 영화의 형태를 띠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본래 취하려 한 개인의 드라마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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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단편화된 심리묘사와 산만한 이야기, 인물 구성이 다소 아쉬운 편이지만, [덕혜옹주]는 이러한 단순화된 설정을 통해 일반 관객들이 쉽고 친밀하게 이야기에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허진호 감독의 감성은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덕혜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그를 수행하던 궁녀 복순(라미란)으로 대변된 여성들만이 지닌 모성애와 우정 같은 감성을 유심 있게 그려내며 이를 통한 가족적인 친밀한 정서를 완성해 진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달리 보면 신파적인 단순한 묘사로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신파적 감성이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른 상황과 배우들의 정서적 연기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가족'의 존재감을 부각하지 않은 채 인물의 내면에 잠재된 요소로만 언급했던 허진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가족이 지닌 감성을 전면에 내세워 조국의 해방과 그리움을 희망하는 개인의 심리를 의미심장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김장한 과의 관계로 대변되는 멜로적 여운을 추가해 향수적 여운을 로맨스로 풀이하려 하는 감성적인 시도도 돋보인다.

이를 통해 '황족'으로 대변된 한 인간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큰 고난과 여정(역사적, 정치적 흐름)이 담겨 있는지를 강조하며, 귀환이 지닌 가치를 깊이 있게 표현한다. 일제의 압박과 광복 후 그녀를 외면한 이승만 정권의 행동을 부각해 영원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덕혜옹주의 가련한 삶을 그려내며 서서히 파괴되는 그녀의 내면이 부각된다. 

역사적 비극과 서글픔이 예정된 이야기지만, [덕혜옹주]는 역사의 피해자이기도 한 그녀와 아픈 시대를 향해 가족적인 따뜻한 정서와 메시지를 남기며 감동이 담긴 위로를 전하려 한다. 그러한 주제와 신파적 감성이 만난 후반부는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기며 강점기 시대의 서글픔을 함께 위로하고 극복하려는 의미 있는 여운이 담겨있다. 

모든 출연진이 제역할을 충실히 해낸 가운데, 손예진은 주인공 덕혜옹주를 훌륭하게 연기하며 드라마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내었다. 마지막 노년의 덕혜를 연기한 장면은 손예진이란 배우가 그동안 쌓은 연기 내공의 결과를 보여준 의미있는 대목으로, 그녀 자신에게도 인상 깊은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덕혜옹주]는 8월 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영상=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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