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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볼까?" 6월 22, 23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06.24 00:21


용기? 치기? 실험적인 '중2병' 스릴러 영화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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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206]
감독:이경미
출연:손예진,김주혁

줄거리
국회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그들의 딸이 실종 된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를 쓰던 ‘연홍’은 딸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선거에만 집중하는 ‘종찬’과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딸이 남긴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연홍’은  점차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간단평
[비밀은 없다]는 홍보 자료를 통해 정치, 스릴러 그리고 반전이 예고된 미스터리물을 표방한 겉치레를 잔뜩 하고 있지만, 영화는 집단으로부터 소외된 여성들의 심리를 그린 이경미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2008)의 연장 선상의 작품으로 정의하는 편이 더 어울려 보인다. 

초반부는 나쁘지 않았다. 딸의 유괴, 정치, 사회적 편견, 허상으로 가득 찬 가족 관계 등의 다양한 주제를 연홍(손예진)의 시점에서 풀이하는 과정은 빠른 전개를 추구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재치있는 시도였다. 여기에 시종일관 무미건조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컬트적인 유머와 풍자를 담아내는 방식도 신선해 보였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개성이 영화의 기본 전개 방식을 헤치는 수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과한 묘사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유머 요소가 등장할수록 완성도 높은 개연성과 치밀함을 요구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요인들이 묻히기 마련이다. 딸의 행방을 찾던 이야기에 정치적인 음모를 더 하고 연홍의 집착과 광기가 드러나는 부분에서 이상한 불길함이 감지되었다. 엉킨 실타래처럼 꼬인 이야기에 복잡한 심리 요인까지 더하려 한 것이다.

그로 인해 멀쩡하던 미스터리 스릴러가 '중2병' 감성에 빠진 사이코 심리극으로 전환된다. 연홍의 시점에서 미스터리를 풀어나간 영화는 어느 부분에서 실종된 딸과 친구의 내면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물론, 이 장면은 딸의 행방이 담긴 단서를 찾기 위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경미 감독은 이 부분을 통해 소외당한 자의 심리, 사회의 부조리함, 성장기 십 대들의 감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여기에 두 소녀가 추구한 음악 세계까지 다루고 있으니, 진실을 확인해야 할 스릴러가 두 십 대의 깊은 내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몽환적인 영상미와 분위기에 취해 버린 탓에 겉도는 설정만 반복하며, 단순하고 쉬운 이야기가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되어버린다. 방향을 잃어버린 산만한 이야기로 인해 부자연스러운 편집이 난립하게 되고, 스릴러물 특유의 개연성을 상실한 전개 방식에는 긴장감이 사라져 더 이상의 흥미로운 장면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 이상한 정신세계를 지닌 실종된 딸과 이성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순간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의미심장한 분위기 속에 장르적인 특성과 내면 세계의 탐구를 담았다는 점에서 [비밀은 없다]는 컬트 영화적 기준에서 본다면 재평가의 여지는 있다. 아마 그 점 때문에 이 영화를 달리 볼 애호가들도 있겠지만, 대중과 마주해야 할 상업 영화의 냉철한 기준에서 본다면 괴작에 가깝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Again 1996! 우주까지 파괴하려는 후속작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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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2016]
감독:롤랜드 에머리히
출연:리암 헴스워스,제프 골드브럼,빌 풀만,제시 어셔,마이카 먼로

줄거리
다시, 그들이 온다! 20년 전 최악의 우주 전쟁을 치른 지구. 재건을 위해 힘쓴 전세계는 다시 한번 있을 외계의 침공에 대비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마침내 돌아온 그날! 상상을 초월하는 그들의 공격에 앞에 인류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다.

간단평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년 만에 돌아온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이하:[인디펜던스 데이 2])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흐름과 인물의 세세한 묘사를 원했던 관객의 입장에서는 산만한 영화로 느껴질 수 있다. 롤랜드 에머리히는 20년의 공백에 대한 설명을 거두절미하며, 빠른 이야기 전개와 편집으로 외계인의 두 번째 침투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야기 전개상의 약점을 볼거리를 통해 메꾸려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형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 방법은 통했다. 에머리히 감독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시각효과의 특징들이 총결집되며, 역사상 최고의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속편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단순한 '파괴의 흥미'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투모로우][2012] 에서 보여준 재앙적인 스케일에 [고질라]가 지닌 괴수 영화의 장점적인 특성까지 더하며 [인디펜던스 데이 2]를 1편과는 차원이 다른 전 우주적인 SF 영화로 완성하려 한 점이 흥미로웠다. 

지름 4,800km 크기의 우주선이 지구를 덮어버리는 과정은 생생한 재난 영화로 표현돼, 장면이 이어질 때 마다 순도 높은 긴장감을 불러온다. 생생하고 거대하게 완성된 재앙은 충격적인 영상으로 표현되며, 보는 이를 압도한다. 1편에서 분장으로 묘사된 외계 종족과 여왕의 묘사도 생생한 CG로 그려지는 동시에, [에일리언]의 폐쇄형 공포와 [고질라]의 파괴적인 형태가 더해져 또 다른 볼거리와 긴장감을 불러오며 영화의 흥미를 높여준다. 

외계인들은 더 강력하고 잔인한 기술로 진보된 지구를 위협하고, 인류는 이 기술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이와 관련한 충격적인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이어져, 자연스럽게 긴장의 끈을 유지 시키며 몰입감을 더한다.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존재'의 등장은 [인디펜던스 데이] 시리즈를 지구가 아닌 우주로 확장하며, 앞으로 이 영화가 나아갈 무궁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속편만의 특별한 정서는 없지만, 이번 영화는 1편의 정서를 연상시키는 여러 흥미로운 요소를 배치해, 1편을 재미있게 본 관객들의 정서를 자극한다. 단결, 우정, 사랑 그리고 희생의 가치는 이 시리즈가 지닌 특별한 감성이며, 그 특징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 

여기에 신구 세대 배우의 조화는 전후 세대의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동시에 이번 영화가 잃어버릴 수 있었던 드라마를 유지시킨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유쾌한 활기를 불어넣어 준 윌 스미스의 스티븐 캐릭터가 등장하지 못한 아쉬움은 리암 햄스워스가 맡은 제이크를 비롯한 신세대 조종사 캐릭터들을 통해 완벽하게 대처 된다. 제프 골드블럼, 빌 풀만을 비롯한 익숙한 구세대 캐릭터들의 활약은 오락 영화 특유의 감동을 불러온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여성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서프러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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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2015]
감독:사라 가브론
출연:캐리 멀리건,헬레나 본햄 카터,브레단 글리슨,로몰라 가레이,메릴 스트립

줄거리
20세기 초 영국, 세탁공장 노동자인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자신의 삶을 의심해본 적 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투쟁하는 ‘서프러제트’ 무리를 목격한 그날도 그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름 앞에 무너져버린 정의와 인권 유린의 세태에 분노하게 되고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간단평
애멀린 팽크허스트의 여성 참정권 투쟁사를 소재로 다루는 [서프러제트]는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이름없는 한 개인의 시선을 통해 투쟁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참정권은 그들이 추구하고자 한 목표일 뿐, 이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투쟁하는 개인의 시선이다. 그 시선의 주인공 모드 와츠는 애초부터 참정권 운동에 관심조차 없었던 인물로 자신의 주변에 암암리에 퍼진 시대의 편견과 억압을 몸소 깨닫고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이렇듯 [서프러제트]는 '평범한 개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행동하는 개인'이 되는가에 물음을 던지며, 우리안의 정의가 어떻게 깨어나는지를 현실감있게 다루고 있다. 19세기 당시 여성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를 담은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며, 현시대에서도 문제시 되는 임금, 정규직, 차별에 대한 상징적인 장면을 등장시켜 현실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 때문인지 [서프러제트]는 여성 참정권을 위한 영화로만 정의하기 어렵다. 극 중 등장인물의 대사와 일부 상징적인 장면은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우는 세상의 모든 투쟁사(인종, 계급, 자유)를 연상시켜, 현실 세계의 억압받는 소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서프러제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세상의 모든 인권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강렬한 여운을 전달한다.  

평범하고 나약한 모습을 지녔지만, 자신 안에 숨겨진 저항 본능을 키워내는 강인한 여성 모드 와츠를 연기한 캐리 멀리건의 열연이 돋보인다. 모드 와츠는 투쟁의 영웅이 아닌 아내이자 엄마의 위치에서 자신을 지키려 한 개인으로 그려져 투쟁하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행동에 대한 당위성 모두를 담고있다. 

억압과 투쟁에 대한 메시지를 의미 있게 그려냈지만, 인물에게만 초점을 맞춘 방식 탓에 한정된 이야기를 진행하는 전개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여러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이 다뤄지지만, 그 과정에는 이상하리만큼 깊이 있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교훈과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투쟁의 과정을 밀도 높게 담지 못해, '기승전결'의 흥미와 감동을 느낄 대목을 놓치고 만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기억이식 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쓴 용기만큼은 인정! [크리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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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2016]
감독:아리엘 브로멘
출연:라이언 레이놀즈,케빈 코스트너,갤 가돗,게리 올드만,코미리 존스

줄거리
CIA 에이전트 '빌'(라이언 레이놀즈)은 워싱턴, 베를린, 베이징을 폐허로 만들 반정부 테러조직의 배후를 추적하던 중 그들에게 쫓기게 된다. 테러를 막을 단서를 지키기 위해 CIA는 뇌과학 연구 권위자 ‘프랭크’(토미 리 존스)의 주도로 '빌'의 기억과 능력을 강력범으로 수감 중인 '제리코'(케빈 코스트너)에게 이식한다. '빌'의 기억을 이식 받은 '제리코'는 마침내 테러를 막아내기 위한, 그리고 '빌'의 아내인 '질리언'(갤 가돗)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결심한다. 

간단평
'기억 이식'이라는 특별한 소재, 초호화 배역의 출연, [크리미널]은 분명 눈에 띈 작품이다. 하지만 특별한 소재와 흥행 요소를 다 갖췄다 한들 결국은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실력 있는 연출자와 제작진이 필요하기 마련. [크리미널]은 후자의 역할이 미약해 아쉬움이 가득한 결과물이었다.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만큼은 이목을 끌 만했지만, 냉정하게 비춰본다면 굳이 이들이 이 작품의 조연으로까지 등장했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물론, 출연진은 분량에 상관없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 편이지만, 주연급으로 인식된 출연진이 조연급의 비중과 배역으로 출연하는 모습은 어색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며, 이는 이야기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크리미널]이 보여주려고 하는 초점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죽은 특수요원의 기억을 이식받게 된 악당이 특수요원의 가족으로 인해 개과천선하게 된다는 단순한 스토리를 잘 살렸다면, 기본은 가는 완성도는 보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크리미널]은 최고의 배우들의 출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는지 어떻게든 이야기의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조연들의 출연분량 까지 늘리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이 이해해야 할 핵심 이야기를 산만하게 만들어 버린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기억을 이식받은 케빈 코스트너와 라이언의 아내 갤 가돗과 딸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며 이것이 핵심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장면들을 고집하게 된다. 그 때문에 왜 악당이 요원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에 대한 개연성과 정서적인 부분이 부족해 공감하기란 어렵다. 줄거리에 나온대로 주인공과 그 가족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산만함과 불필요한 초점을 갖고 있지만, [크리미널]은 단순한 팝콘 무비의 역할에는 충실히 임했다. 케빈 코스트너의 거친 액션 연기는 무난한 편이며, 문제가 된 이야기의 초점과 드라마도 후반부 막판에 살아나며 마지막을 안정되게 마무리 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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