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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 리뷰:세상의 모든 남녀를 위한 영화★★★

16.06.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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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2015]
감독:사라 가브론
출연:캐리 멀리건,헬레나 본햄 카터,브레단 글리슨,로몰라 가레이,메릴 스트립

줄거리
20세기 초 영국, 세탁공장 노동자인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자신의 삶을 의심해본 적 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투쟁하는 ‘서프러제트’ 무리를 목격한 그날도 그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름 앞에 무너져버린 정의와 인권 유린의 세태에 분노하게 되고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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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멀린 팽크허스트의 여성 참정권 투쟁사를 소재로 다루는 [서프러제트]는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이름없는 한 개인의 시선을 통해 투쟁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참정권은 그들이 추구하고자 한 목표일 뿐, 이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투쟁하는 개인의 시선이다. 

그 시선의 주인공 모드 와츠는 애초부터 참정권 운동에 관심조차 없었던 인물로 자신의 주변에 암암리에 퍼진 시대의 편견과 억압을 몸소 깨닫고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이렇듯 [서프러제트]는 '평범한 개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행동하는 개인'이 되는가에 물음을 던지며, 우리안의 정의가 어떻게 깨어나는지를 현실감있게 다루고 있다. 

19세기 당시 여성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를 담은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며, 현시대에서도 문제시 되는 임금, 정규직, 차별에 대한 상징적인 장면을 등장시켜 현실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 때문인지 [서프러제트]는 여성 참정권을 위한 영화로만 정의하기 어렵다. 극 중 등장인물의 대사와 일부 상징적인 장면은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우는 세상의 모든 투쟁사(인종, 계급, 자유)를 연상시켜, 현실 세계의 억압받는 소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서프러제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세상의 모든 인권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강렬한 여운을 전달한다.  

평범하고 나약한 모습을 지녔지만, 자신 안에 숨겨진 저항 본능을 키워내는 강인한 여성 모드 와츠를 연기한 캐리 멀리건의 열연이 돋보인다. 모드 와츠는 투쟁의 영웅이 아닌 아내이자 엄마의 위치에서 자신을 지키려 한 개인으로 그려져 투쟁하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행동에 대한 당위성 모두를 담고있다. 

억압과 투쟁에 대한 메시지를 의미 있게 그려냈지만, 인물에게만 초점을 맞춘 방식 탓에 한정된 이야기를 진행하는 전개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여러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이 다뤄지지만, 그 과정에는 이상하리만큼 깊이 있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교훈과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투쟁의 과정을 밀도 높게 담지 못해, '기승전결'의 흥미와 감동을 느낄 대목을 놓치고 만다 

그럼에도 [서프러제트]는 여성 참정권의 투쟁을 현실의 문제와 상충시켜 담아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며, 남녀 관객 각자에게 의미 있는 자각과 교훈을 전해줄 이 시대에 필요한 영화라 생각한다. 아직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억압이 만연한 시대인 만큼, [서프러제트]는 남녀 모두가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불완전하지만 조금이라도 완화된 지금의 세상은 특정 성별과 개인의 우월함이 아닌 공존의 정신과 존중의 가치를 깨달은 개개인 모두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서프러제트]는 6월 2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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