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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리뷰: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중2병' 스릴러★★

16.06.1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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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206]
감독:이경미
출연:손예진,김주혁

줄거리
국회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그들의 딸이 실종 된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를 쓰던 ‘연홍’은 딸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선거에만 집중하는 ‘종찬’과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딸이 남긴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연홍’은  점차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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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의 이면에는 알게 모르게, 영화를 총지휘한 연출자의 개성이 담겨 있다. 그 점은 최대한 존중받아야 하며, 영화에 대한 평가 또한 그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업 영화를 표방한 작품이라면, 그 개성이 일반 관객들도 쉽게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관객을 자연스럽게 이해시켰는지', 아니면 '관객의 예상을 압도할 만큼 강렬했는지'말이다.

만약 [비밀은 없다]가 비상업 영화였거나, 스릴러와 같은 장르적 요소를 애초부터 강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경미 감독이 시도한 독특한 전개 방식과 묘사를 달리 보려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미스터리 장르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감상하려 한 관객이라면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비밀은 없다]는 홍보 자료를 통해 정치, 스릴러 그리고 반전이 예고된 미스터리물을 표방한 겉치레를 잔뜩 하고 있지만, 영화는 집단으로부터 소외된 여성들의 심리를 그린 이경미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2008)의 연장 선상의 작품으로 정의하는 편이 더 어울려 보인다. 

초반부는 나쁘지 않았다. 딸의 유괴, 정치, 사회적 편견, 허상으로 가득 찬 가족 관계 등의 다양한 주제를 연홍(손예진)의 시점에서 풀이하는 과정은 빠른 전개를 추구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재치있는 시도였다. 여기에 시종일관 무미건조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컬트적인 유머와 풍자를 담아내는 방식도 신선해 보였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개성이 영화의 기본 전개 방식을 헤치는 수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과한 묘사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유머 요소가 등장할수록 완성도 높은 개연성과 치밀함을 요구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요인들이 묻히기 마련이다. 딸의 행방을 찾던 이야기에 정치적인 음모를 더 하고 연홍의 집착과 광기가 드러나는 부분에서 이상한 불길함이 감지되었다. 엉킨 실타래처럼 꼬인 이야기에 복잡한 심리 요인까지 더하려 한 것이다.

그로 인해 멀쩡하던 미스터리 스릴러가 '중2병' 감성에 빠진 사이코 심리극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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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의 시점에서 미스터리를 풀어나간 영화는 어느 부분에서 실종된 딸과 친구의 내면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물론, 이 장면은 딸의 행방이 담긴 단서를 찾기 위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경미 감독은 이 부분을 통해 소외당한 자의 심리, 사회의 부조리함, 성장기 십 대들의 감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여기에 두 소녀가 추구한 음악 세계까지 다루고 있으니, 진실을 확인해야 할 스릴러가 두 십 대의 깊은 내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몽환적인 영상미와 분위기에 취해 버린 탓에 겉도는 설정만 반복하며, 단순하고 쉬운 이야기가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되어버린다. 방향을 잃어버린 산만한 이야기로 인해 부자연스러운 편집이 난립하게 되고, 스릴러물 특유의 개연성을 상실한 전개 방식에는 긴장감이 사라져 더 이상의 흥미로운 장면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 이상한 정신세계를 지닌 실종된 딸과 이성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순간이 아닐 수가 없다.  

아마도 이경미 감독은 [드레스드 투 킬][친절한 금자씨] 처럼 인물의 내면을 탐구한 스릴러를 지향한 것 같지만, 그러기에 [비밀은 없다]는 장르 영화의 특성과 감독의 개성이 따로 노는 부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전자의 두 영화가 이야기와 주제관의 적절한 조화를 이뤄내며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추구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의미심장한 분위기 속에 장르적인 특성과 내면 세계의 탐구를 담았다는 점에서 [비밀은 없다]는 컬트 영화적 기준에서 본다면 재평가의 여지는 있다. 아마 그 점 때문에 이 영화를 달리 볼 애호가들도 있겠지만, 대중과 마주해야 할 상업 영화의 냉철한 기준에서 본다면 괴작에 가깝다. [미쓰 홍당무]에 이어 8년 만에 선보인 이경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오랜 공백 기간만큼 달라진 영화계의 흐름을 이해하며 치밀하게 준비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비밀은 없다]는 6월 2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영화사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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