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가족 오락 영화 [정글북]
[정글북,2016]
감독;존 파브르
출연:닐 세티,빌 머레이,벤 킹슬리,이드리스 엘바,루피타 뇽,스칼렛 요한슨
줄거리
늑대에게 키워진 ‘인간의 아이’ 모글리는 정글의 무법자 쉬어칸의 위협을 받고 유일한 안식처였던 정글이 더 이상 그에게 허락되지 않는 위험한 장소가 된 것을 깨닫고, 모두의 생존을 위해 정글을 떠나야만 한다. 정글을 떠나는 여정은 끝없는 위협으로 가득 차 있고, 쉬어칸 역시 그를 바짝 쫓는데…
간단평
[정글북]의 원작은 밀림으로 대변되는 세계를 통해 자연의 법칙과 그에 반하는 인간 세계에 대한 풍자를 주제로 두고 있다. 그러한 특징이 작품을 진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이번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이자 가족적인 메시지를 보다 더 포용적인 의미(인류애, 자연과의 공존)로 해석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모글리가 늑대 종족의 생존을 위해 무리에서 쫓겨나 인간 세계로 가게 되는 줄거리는 원작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던 방식으로, 작품의 유머 적 분위기를 띄워주기 위한 설정에 가깝다. 하지만 이번 실사화 버전은 모글리가 등장인물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세상을 배워 나가며 자신만의 지헤를 찾게 되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최근의 디즈니 작품이 추구하고 있는 자아를 찾는 주제와 어울리는 대목으로, 모글리를 가족의 품을 그리워 하는 아이가 아닌 자신만의 자아를 찾아 성장한 영웅으로 정의하려 했다.
이처럼 최근 디즈니가 추구하고 있는 성장물에 기반을 둔 [정글북]은 가볍고 유쾌한 유머와 따뜻한 감성 그리고 긴박한 어드벤처의 조화를 이뤄내며, 오락 영화가 지닌 다양한 흥미의 향연을 선사해 106분의 시간을 화면에 몰입시키도록 유도한다. 역동적인 모글리의 액션, 이를 체감시키는 빠른 편집과 카메라 워킹, 웅장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된 밀림, 그리고 흥미 요소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사실적인 시각효과는 이 영화의 자랑이다.
닐 세티가 연기한 모글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역이 동물인 탓에 [정글북]은 전적으로 시각효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하지만 [정글북]의 시각효과는 단순한 볼거리와 흥미 차원을 넘어서 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그대로를 완벽하게 표현한 영화의 시각효과는 CG 기술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보여준 기술적인 발전을 증명한 동시에, 이를 통해 정서적인 부분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동물을 사실적인 CG 기술로 표현한 사례는 드문 편이지만, [정글북]의 동물들은 진짜로 착각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 동시에 움직임에서부터 표정까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러한 동물들이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성 연기를 배우들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뤄내 각자의 특징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소름이 느껴질 정도로 충격적이다.
그것은 단지 기술적인 장점을 떠나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연출, 제작, 기술진을 만났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특히 [아이언 맨] 시리즈 [아메리칸 셰프]를 연출하며 특화된 볼거리와 감성을 포착하는 능력을 지닌 존 파브르 감독의 연출력이 빛난 순간으로 [정글북]은 전작에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그의 장점이 종합된 결과물이었다.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매끄럽게 연결하며, 인간 모글리와 동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한 [정글북]은 디즈니가 강조한 가족적인 메시지, 원작이 추구한 자연과의 순수한 공존을 아름답게 이뤄내며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만한 완벽한 가족 오락 영화의 정점을 찍게 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CG,시각효과:★★★★★
총점:★★★★
[반지의 제왕]을 대처할 수 있는 판타지?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2016]
감독:던칸 존슨
출연:트래비스 핌멜,토비 켑벨,벤 슈와처,벤 포스터,폴라 패튼,도미닉 쿠퍼
줄거리
서로 다른 차원에 살고 있던 인간과 오크. 오크의 행성이 황폐해지기 시작하자, 이들은 인간의 행성으로 넘어와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려 한다. 생존을 위해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믿는 인간 종족의 영웅 ‘로서’와 오크 종족의 영웅 ‘듀로탄’. 하지만, 공존에 반대하는 또 다른 세력이 분열되면서 두 진영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간단평
분명 완성된 영화지만 [워크래프트]는 아직 완성이 덜 된 '미완'의 작품 같았다.
장점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려되었던 시각효과가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는 점이다. [워크래프트]는 이미 블리자드사의 우수한 CG/시각효과 기술로 영화 못지않은 최상의 시네마콘 트레일러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오크와 일부 액션 장면이 게임 트레일러와 별차이 없다는 우려가 팬들 사이에 상당했지만, 완성된 영상 속 오크의 움직임과 액션 비주얼은 타격감을 직접적으로 체감시켜 줄 정도로 우수했다.
수많은 게임 유저를 거느린 작품답게 원작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캐릭터, 게임 속 배경 그리고 익숙한 이스터에그 또한 상당히 많다. 원작 게임의 팬이라 자처한 만큼 애정을 갖고 이 작품을 연출한 던칸 존슨 감독은 '워크래프트'의 거대한 세계를 실사화에 맞게 완성하며 원작이 지닌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와 전개 방식을 영화팬들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세계관을 재설정했다. 방대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호드(오크)와 얼라이언스(인간) 종족의 대결 방식으로 설정해 두 종족을 오가는 시점으로 전쟁의 당위성을 높여주는 대목을 통해 서사시 특유의 긴박감, 웅장함을 담아내려 한 것은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워크래프트]는 이 부분에 너무 큰 욕심을 고집하며 좋은 재료(소재)를 엎어버리는 자충수를 둔다. 전쟁의 당위성을 두는 전개를 유지한 만큼 오크와 인간의 두 영웅 로서와 듀로탄에 각각 초점을 두며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관계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만다. [워크래프트]는 원작에 대한 지나친 애정 탓에 수많은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 심리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며 정작 핵심적인 전쟁에 대한 전개를 생략한다. 이야기에 등장한 모두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 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앞으로의 장기적인 프랜차이즈를 기대했다면, 로서와 듀로탄을 영웅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1편에 많은 걸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드러내지만, 아직 이 세계에 익숙지 않은 일반 영화팬의 입장에서는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은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이 원작의 거대한 이야기를 절대 반지 파괴의 여정과 오크와의 전투로 나뉘어, 어드벤처와 전쟁 물의 형태가 분명한 오락성이 강조된 반면 [워크래프트]는 어떤 장르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할지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인간과 오크족의 인물들을 나열하고 심각한 드라마를 완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오크의 도끼날과 마법사의 마법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일반 관객들에게도 이해시켜줄 볼거리와 핵심적인 관람포인트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것이다. 영화의 초반까지는 그 부분이 이해가 갔지만, 이후 지속해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인물의 부재로 비핵심적인 인물들까지 주목받게 된다. 전쟁을 막으려는 자, 실행하는 자의 대립이 분명해야 하지만 핵심을 벗어난 겉도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장점이었던 시각효과와 영상은 전쟁 장면에 대한 묘사에서만 빛날 뿐, '워크래프트'의 광대한 세계를 표현하는 디테일한 배경에서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얼라이언스의 왕국인 아제로스와 오크의 땅 드레노어는 전체적인 배경만 표현될 뿐, 배경이 지닌 면모와 광활함을 느낄 수 있는 표현방식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빠른 전개에 의존하는 간략한 편집은 영상의 세밀함과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뜨리며 [워크래프트]의 중후반부를 지루하게 만들어 버린다. 기대감이 총체적인 산만함으로 아쉽게 마무리되려 할 때, 영화의 후반부 전투신과 대미를 장식하는 영웅들의 드라마가 어느정도 분명해 지면서 [워크래프트]는 본연의 장점과 특유의 재미를 회복한다.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격돌하는 치열한 전투와 인물들의 처절한 싸움과 희생이 부각되며, 뒤늦게나마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약한 편집과 이야기의 단점을 덮어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후반부의 뒷심이 바로 영화 [워크래프트]가 추구해야 했던 핵심이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확인시켜 준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은밀하게 사악하게…' 성숙해진 제임스 완의 공포
[컨저링 2,2016]
감독:제임스 완
출연:베리 파미가, 패트릭 윌슨, 메디슨 호프
줄거리
1977년 영국 엔필드. 엄마 페기와 네 남매가 살고 있는 가족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난다. 일명 폴터가이스트 유령. 벽을 두드리는 소리, 사악한 목소리, 유령은 밤마다 가구와 물건들, 심지어 아이들까지 공중에 띄우는 등 기이한 일들을 일으킨다. 결국 교회의 요청을 받은 워렌 부부가 영국 엔필드의 집을 찾아가 사건을 조사한다. 그러나 워렌 부부는 그 집에서 예상보다 더욱 엄청난 상대를 만나게 되고, 워렌 부부의 목숨까지 위협받는데…
간단평
[컨저링 2]는 2013년 작품인 [컨저링] 1편과 비교해 공포의 강도는 다소 덜해진 편이다. [컨저링]의 인상적인 공포 공식(단계를 거듭하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악령)과 묘사 방식이 이번 시리즈에서도 같이 사용된 탓에 전편의 공식에 익숙한 관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진부하게 느껴질 장면들이 많다.
호러적인 측면을 놓고 봤을 때 전작의 섬뜩하고 기괴한 제임스 완의 공포를 좋아했다면, 드라마의 성향이 높아진 이번 시리즈의 에피소드는 심심하게 여겨질 것이다. 1편이 악령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스펜서 적인 설정(박수 귀신)을 도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 2편의 공포 공식을 완성해줄 수녀 귀신의 존재감은 전작에 비해 덜한 편이며, 런던의 폴터가이스트 악령과 연계시키려는 설정은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악령의 존재에 대한 진실 여부를 다루는 대립도 비중 있게 그려지지 않아 차라리 도입하지 않은 편이 더 나았을 정도였다. 드라마적인 분위기 연출과 세부적인 스토리의 비중을 높이려 한 탓에 악령들에 대한 묘사 방식과 표현이 자연스럽게 약해졌다.
그럼에도 [컨저링 2]는 여전히 볼만한 호러인 동시에 제임스 완 감독의 새로운 가능성과 장점을 보여준 작품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일상의 환경, 물건, 배경이 되는 집안의 구조를 활용한 독특한 방식은 예상을 뛰어넘는 공포를 선사한다. 섬세하면서도 세밀한 묘사와 공포의 강도는 느리지만 숨죽이게 하는 긴장감과 섬뜩함을 가져온다. 무엇보다 섬뜩한 영상과 비주얼을 통해 소름 돋는 공포를 만들었던 그의 연출 방식이 분위기와 감성 같은 내적인 요소를 건드리는 성숙한 형태의 공포를 선사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엑소시즘' 영화에서 볼법한 종교(기독교)를 모독하는 악령의 도발, B급 호러 영화에서 볼법한 비주얼, 가장의 부재를 겪고 있는 아이들과 성인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심리적,시대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제임스 완의 공포의 진화와도 같다. [쏘우][데드 사일런스][인시디어스]에서 보여준 참신함과 충격적인 표현은 덜해진 반면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진정시키려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드라마는 공포의 강도를 조금 떨어뜨리는 대신 호러에 치우칠 수 있는 분위기를 강약조절 해주는 역할을 하며 안정적인 이야기 전개를 끌어낸다. 이번 영화를 이끄는 아역 배우는 표정, 심리 연기를 유연하게 이끌며 따뜻한 감성과 섬뜩함 공포를 완성시킨다. 이같은 연출력을 전작인 [분노의 질주:더 세븐]에 비춰 본다면 액션, 유머,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만큼 제임스 완은 한 단계 성숙한 연출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전편을 능가했던 강도 높은 공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담길 수 있지만, 공포와 드라마를 적절히 섞으며 완성도 높은 호러 드라마를 추구한 점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오락 영화다.
작품성:★★★
오락성,연출력,연기력:★★★☆
총점:★★★☆
매력적인 나쁜남자 쳇 베이커의 실화 [본 투 비 블루]
[본 투 비 블루,2015]
감독:로버트 뷔드로
출연:에단 호크,카르멘 에조고
줄거리
청춘의 음색을 지닌 뮤지션 '쳇 베이커' 모두가 그의 음악을 사랑했지만,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어진 순간 연인 ‘제인’과 트럼펫만이 곁에 남았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도 들려주고 싶은 음악과 살아보고 싶은 인생이 있다. '쳇 베이커'만의 방식으로…
간단평
재즈 음악계의 전설적인 뮤지션 쳇 베이커의 실화를 담은 작품. 음악적인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음악 세계에 빠져 술과 마약에 빠진 방탕한 삶을 사는 그가 재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본 투 비 블루]는 새 삶을 살기 위해 갈등하고, 발버둥 치고, 피나는 노력을 하며 자아와 싸우는 쳇 베이커의 내면에 집중한다. 그의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은 그가 추구한 음악과 그의 곁을 지키는 제인과의 러브스토리로 그려진다. 재즈 음악 영화 특유의 부드럽고 조용한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관객이라면 '지루하다'라는 선입관을 갖길 마련이지만, 쳇 베이커의 고달픈 내면을 매력 있게 표현하는 에단 호크의 연기와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며 자연히 그의 내면에 빠져들게 한다.
한때 모두의 기대를 받던 천재였지만, 인생 루저로 전략한 그의 실패한 삶은 깊은 공감을 가져다 주며, 아름답고 훈훈한 재기로 이어지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본 투 비 블루]는 인생의 냉정한 순간을 보여주며, 오랫동안 패배의 삶에 찌든 한 인간이 재기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해시키려 한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유혹에 갈등하고 무너지는 모습은 극적인 영화가 아닌 냉정한 현실 속에 부딪치는 우리의 인생을 보는 듯하다.
삶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 애절한 러브스토리, 쳇 베이커의 영혼에 깊이 빠져든 에단 호크의 내면 연기와 그의 노래가 조화를 이루며 가슴 아프고 슬픈 삶을 어루만진다. [본 투 비 블루]는 실패 또는 성공의 삶이라 한들 모든 것은 결국 매한가지라는 것을 말해주며 모든 삶에 대한 위로를 남기려 한다.
재즈의 매력과 삶의 이야기를 애절하면서도 슬프게 담은 영화로 쳇 베이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의 인생을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 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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