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2016]
감독:던칸 존슨
출연:트래비스 핌멜,토비 켑벨,벤 슈와처,벤 포스터,폴라 패튼,도미닉 쿠퍼
줄거리
서로 다른 차원에 살고 있던 인간과 오크. 오크의 행성이 황폐해지기 시작하자, 이들은 인간의 행성으로 넘어와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려 한다. 생존을 위해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믿는 인간 종족의 영웅 ‘로서’와 오크 종족의 영웅 ‘듀로탄’. 하지만, 공존에 반대하는 또 다른 세력이 분열되면서 두 진영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세계적으로 성공한 전설의 게임 '워크래프트'의 영화화는 분명 기대할 만 했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한 거대한 세계관을 스크린에 볼 수 있는 실사화로 완성했다는 시도와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 빈자리가 된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공허함을 채워줄 작품이란 점에서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이하:워크래프트)은 새로운 신화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워크래프트'라는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일까? 분명 완성된 영화지만 [워크래프트]는 아직 완성이 덜 된 '미완'의 작품 같았다.
장점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려되었던 시각효과가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는 점이다. [워크래프트]는 이미 블리자드사의 우수한 CG/시각효과 기술로 영화 못지않은 최상의 시네마콘 트레일러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오크와 일부 액션 장면이 게임 트레일러와 별차이 없다는 우려가 팬들 사이에 상당했지만, 완성된 영상 속 오크의 움직임과 액션 비주얼은 타격감을 직접적으로 체감시켜 줄 정도로 우수했다. 그만큼 이번 영화의 시각효과는 생명력과 같은 중요 요소였기에 기대 이하로 나와서는 안 됐다.
수많은 게임 유저를 거느린 작품답게 원작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캐릭터, 게임 속 배경 그리고 익숙한 이스터에그 또한 상당히 많다. 원작 게임의 팬이라 자처한 만큼 애정을 갖고 이 작품을 연출한 던칸 존슨 감독은 '워크래프트'의 거대한 세계를 실사화에 맞게 완성하며 원작이 지닌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와 전개 방식을 영화팬들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세계관을 재설정했다. 방대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호드(오크)와 얼라이언스(인간) 종족의 대결 방식으로 설정해 두 종족을 오가는 시점으로 전쟁의 당위성을 높여주는 대목을 통해 서사시 특유의 긴박감, 웅장함을 담아내려 한 것은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워크래프트]는 이 부분에 너무 큰 욕심을 고집하며 좋은 재료(소재)를 엎어버리는 자충수를 둔다. 전쟁의 당위성을 두는 전개를 유지한 만큼 오크와 인간의 두 영웅 로서와 듀로탄에 각각 초점을 두며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관계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만다. 물론, 전쟁을 하는데 있어 수많은 이해 관계와 그로인한 정서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주인공이 아닌 인물들에게까지 동등한 비중을 주는 것은 이야기를 산만하게 만드는 행위다.
[워크래프트]는 원작에 대한 지나친 애정 탓에 수많은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 심리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며 정작 핵심적인 전쟁에 대한 전개를 생략한다. 이야기에 등장한 모두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 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앞으로의 장기적인 프랜차이즈를 기대했다면, 로서와 듀로탄을 영웅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1편에 많은 걸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드러내지만, 아직 이 세계에 익숙지 않은 일반 영화팬의 입장에서는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은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이 원작의 거대한 이야기를 절대 반지 파괴의 여정과 오크와의 전투로 나뉘어, 어드벤처와 전쟁 물의 형태가 분명한 오락성이 강조된 반면 [워크래프트]는 어떤 장르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할지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인간과 오크족의 인물들을 나열하고 심각한 드라마를 완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오크의 도끼날과 마법사의 마법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일반 관객들에게도 이해시켜줄 볼거리와 핵심적인 관람포인트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것이다.
영화의 초반까지는 그 부분이 이해가 갔지만, 이후 지속해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인물의 부재로 비핵심적인 인물들까지 주목받게 된다. 전쟁을 막으려는 자, 실행하는 자의 대립이 분명해야 하지만 핵심을 벗어난 겉도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장점이었던 시각효과와 영상은 전쟁 장면에 대한 묘사에서만 빛날 뿐, '워크래프트'의 광대한 세계를 표현하는 디테일한 배경에서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얼라이언스의 왕국인 아제로스와 오크의 땅 드레노어는 전체적인 배경만 표현될 뿐, 배경이 지닌 면모와 광활함을 느낄 수 있는 표현방식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빠른 전개에 의존하는 간략한 편집은 영상의 세밀함과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뜨리며 [워크래프트]의 중후반부를 지루하게 만들어 버린다.
기대감이 총체적인 산만함으로 아쉽게 마무리되려 할 때, 영화의 후반부 전투신과 대미를 장식하는 영웅들의 드라마가 어느정도 분명해 지면서 [워크래프트]는 본연의 장점과 특유의 재미를 회복한다.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격돌하는 치열한 전투와 인물들의 처절한 싸움과 희생이 부각되며, 뒤늦게나마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약한 편집과 이야기의 단점을 덮어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후반부의 뒷심이 바로 영화 [워크래프트]가 추구해야 했던 핵심이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확인시켜 준다.
원작의 형태를 해치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것도 중요하지만, 원작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새로운 작품을 완성하는것이 실사화의 핵심이다. 적어도 [워크래프트]의 지속적인 영화 프랜차이즈화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원작의 특징을 강조하고 싶은 고집을 버리고,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싶어하는 창작자들을 신뢰하고 그들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면 어떨까 싶다. 그것이 바로 게임 원작 영화들이 앞으로 참고해야 할 중점 사항 아닐까?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은 6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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