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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2]리뷰:'은밀하게 사악하게…' 성숙해진 제임스 완의 공포★★★☆

16.06.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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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2,2016]
감독:제임스 완
출연:베리 파미가, 패트릭 윌슨, 메디슨 호프

줄거리
1977년 영국 엔필드. 엄마 페기와 네 남매가 살고 있는 가족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난다. 일명 폴터가이스트 유령. 벽을 두드리는 소리, 사악한 목소리, 유령은 밤마다 가구와 물건들, 심지어 아이들까지 공중에 띄우는 등 기이한 일들을 일으킨다. 결국 교회의 요청을 받은 워렌 부부가 영국 엔필드의 집을 찾아가 사건을 조사한다. 그러나 워렌 부부는 그 집에서 예상보다 더욱 엄청난 상대를 만나게 되고, 워렌 부부의 목숨까지 위협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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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제왕' 제임스 완의 명성을 확인시켜준 무난한 귀환이었다. [컨저링 2]는 제임스 완이 추구한 공포 공식과 호러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잘 묻어나 있는 작품으로 최근 성공적인 행보를 달리고 있는 그의 위치와 연출 관을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사실 냉정한 시각에서 보자면 2편은 2013년 작품인 [컨저링] 1편과 비교해 공포의 강도는 다소 덜해진 편이다. [컨저링]의 인상적인 공포 공식(단계를 거듭하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악령)과 묘사 방식이 이번 시리즈에서도 같이 사용된 탓에 전편의 공식에 익숙한 관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진부하게 느껴질 장면들이 많다.

호러적인 측면을 놓고 봤을 때 전작의 섬뜩하고 기괴한 제임스 완의 공포를 좋아했다면, 드라마의 성향이 높아진 이번 시리즈의 에피소드는 심심하게 여겨질 것이다. 1편이 악령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스펜서 적인 설정(박수 귀신)을 도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 2편의 공포 공식을 완성해줄 수녀 귀신의 존재감은 전작에 비해 덜한 편이며, 런던의 폴터가이스트 악령과 연계시키려는 설정은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악령의 존재에 대한 진실 여부를 다루는 대립도 비중 있게 그려지지 않아 차라리 도입하지 않은 편이 더 나았을 정도였다. 드라마적인 분위기 연출과 세부적인 스토리의 비중을 높이려 한 탓에 악령들에 대한 묘사 방식과 표현이 자연스럽게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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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컨저링 2]는 여전히 볼만한 호러인 동시에 제임스 완 감독의 새로운 가능성과 장점을 보여준 작품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가 완성한 또 다른 호러시리즈 [인시디어스]가 익숙한 설정과 공식을 반복해도 나름의 참신한 시도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했듯이, [컨저링 2] 또 한 그러한 장점이 돋보였다.   

일상의 환경, 물건, 배경이 되는 집안의 구조를 활용한 독특한 방식은 예상을 뛰어넘는 공포를 선사한다. 섬세하면서도 세밀한 묘사와 공포의 강도는 느리지만 숨죽이게 하는 긴장감과 섬뜩함을 가져온다. 무엇보다 섬뜩한 영상과 비주얼을 통해 소름 돋는 공포를 만들었던 그의 연출 방식이 분위기와 감성 같은 내적인 요소를 건드리는 성숙한 형태의 공포를 선사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엑소시즘' 영화에서 볼법한 종교(기독교)를 모독하는 악령의 도발, B급 호러 영화에서 볼법한 비주얼, 가장의 부재를 겪고 있는 아이들과 성인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심리적,시대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제임스 완의 공포의 진화와도 같다. [쏘우][데드 사일런스][인시디어스]에서 보여준 참신함과 충격적인 표현은 덜해진 반면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진정시키려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드라마는 공포의 강도를 조금 떨어뜨리는 대신 호러에 치우칠 수 있는 분위기를 강약조절 해주는 역할을 하며 안정적인 이야기 전개를 끌어낸다. 이번 영화를 이끄는 아역 배우는 표정, 심리 연기를 유연하게 이끌며 따뜻한 감성과 섬뜩함 공포를 완성시킨다. 이같은 연출력을 전작인 [분노의 질주:더 세븐]에 비춰 본다면 액션, 유머,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만큼 제임스 완은 한 단계 성숙한연출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어쩌면 그가 DC 히어로 영화 [아쿠아맨]의 메가폰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다양한 감성을 연출할 수 있는 발전적인 재능을 선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컨저링] 1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가족애로 대변되는 대중적인 드라마가 배경으로 있어 단순한 공포물로 볼 수 없었다. 

전편을 능가했던 강도 높은 공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담길 수 있지만, 공포와 드라마를 적절히 섞으며 완성도 높은 호러 드라마를 추구한 점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오락 영화다. 이제는 제임스 완을 더 이상 '공포의 제왕'으로 정의하기보다는 상업 영화계의 '장인'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볼 때인 것 같다.

[컨저링 2]는 6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연출력,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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