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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현충일 연휴에 뭐볼까?" 6월 1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06.03 10:07


박찬욱의 레즈비언 로맨스 OR B급 에로물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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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2016]
감독:박찬욱
출연:김민희,하정우,김태리,조진웅

줄거리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김민희). 그녀에게 백작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가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김태리).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 드디어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간단평
[아가씨]는 지구 반대편 세상의 이야기를 강점기 시대와 박찬욱 감독만의 개성으로 완벽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그만의 전매특허와 같은 개성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일종의 '경고' 신호처럼 느껴졌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영상미와 시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시선에서 영화를 본다면 눈이 즐거운 작품이다. [아가씨]의 장소는 강점기 시대를 대변했던 '경성'을 떠나 노골적인 왜색이 짙은 일본식 건물, 정원, 일본 현지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그만큼 한국 영화를 모르는 해외 관객의 시선에서 이 영화를 보려 한다면 일본 영화로 오인하기 쉬울 정도로 일본적인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 있다. 

[아가씨]는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하려 한 성인영화로 착각하기 쉽지만, 박찬욱 감독 특유의 연출관과 만나면서 매혹적인 레즈비언 영화의 특성을 드러낸다. 지나치게 성적인 묘사가 강한 에로 영화로 볼 수 있는 [아가씨]의 레즈비언 로맨스는 군국주의와 강점기 시대로 대변되는 억압을 벗어나려 한 독립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강점기 시대의 표상을 은유적으로 비꼰 남성 캐릭터들에 대한 설정이 대표적이다. 야설 낭독을 통해 성적 욕망을 채우는 신사들,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본능을 키우는 코우즈키(조진웅), 우월감에 찌든 채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은 당시의 시대상에 가려진 남성우월주의의 추악한 이면에 대한 적나라한 풍자와도 같다. [아가씨]의 두 여성은 이러한 남성들에게 수탈당하다싶피 한 존재들로(이모부에 이용당하는 아가씨, 사기꾼의 계획에 사용되는 숙희) 서로에 대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끌림'을 느끼며 은밀한 연인으로 발전된다. 그리고 이는 곧 둘의 자유를 위한 갈구로 이어지게 된다. 

[아가씨]와 박찬욱 감독의 장기는 바로 이 두 여성의 '끌림'을 표현하는 대목에서 빛나게 된다. 서로의 신체를 만지고, 알몸을 바라보며, 의상을 빌려 입고 은밀한 감정을 교류하는 섬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포착하며 이 모든 것을 의미심장하게 담으려 하는 과정은 [아가씨]만의 세밀함이 돋보이는 장면들이다. 관심, 질투, 애정으로 이어지는 감정적인 과정은 서로의 욕망을 드러내는 베드신에서 감정의 분출로 이어진다. 내면의 묘사에 그칠 뻔한 영화가 이를 통해 본모습을 드러낸 결정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 세계관에 대한 과시 때문이었을까? 144분의 상영시간에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장면과 묘사에만 맞춰졌다는 것은 이 영화가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과 설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가씨]는 매혹적인 묘사만 담겨 있을 뿐 그러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반전의 반전이 등장하지만, 예측 가능한 과정으로 이어지며 그다음 이어질 극적인 전개 과정 또한 진행되지 않아 이야기의 심심함을 느끼게 한다.

그 이유는 아마 대립구도의 부제에 있다. [박쥐]가 흡혈귀가 된 두 사람의 윤리적인 갈등, [스토커]가 가족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대립관계로 삼은 반면 [아가씨]의 대립 구도는 불분명하다. 사기꾼 백작과 두 여성이 대립하는 관계가 되는듯 싶었지만, 이 대립이 허무하게 끝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아가씨]는 박찬욱의 영화팬이라면 그가 완성한 숨겨둔 코드같은 은유와 상징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만한 로맨스지만, 장르적 재미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만한 작품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발랄함과 극단적 슬픔이 공존한 로맨스 [미 비포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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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2016]
감독:테아 샤록
출연:에밀리아 클라크, 샘 클라플린, 매튜 루이스, 찰스 댄스

줄거리
6년 동안이나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는 바람에 백수가 된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새 직장을 찾던 중 촉망 받던 젊은 사업가였던 전신마비 환자 윌(샘 클라플린)의 6개월 임시 간병인이 된다. 루이자의 우스꽝스러운 옷, 썰렁한 농담들,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얼굴 표정이 신경 쓰이는 윌. 말만 하면 멍청이 보듯 두 살짜리처럼 취급하고 개망나니처럼 구는 윌이 치사하기만 한 루이자. 그렇게 둘은 서로의 인생을 향해 차츰 걸어 들어가는데…

간단평
[미 비포 유]는 존엄사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에밀리아 클라크로 대변되는 소녀 감성이 더 묻어난 발랄한 분위기의 로맨스에 더 가깝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젊은 청년과 보잘것없는 여성의 티격태격하는 관계는 로맨스 코미디의 흔한 소재다. 그 때문인지 [미 비포 유]는 장단점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동명의 원작이 유머, 인생에 대한 고찰, 애틋한 로맨스의 장점을 소설 특유의 문체로 잘 표현할 수 있었지만, 영화는 에밀리아 클라크와 샘 클라플린의 스타성과 개성에 기댄 모습이 강하게 느껴진다. 에밀리아가 연기한 루이자의 발랄한 모습이 부각된 에피소드와 유머러스한 연기가 극의 활기를 불어 넣어주며 영화 전체를 밝은 분위기로 이끌게 되고, 샘 클라플린의 감성 연기가 진지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편이다. 존엄사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나누기에는 극의 분위기상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며, 애절함 보다는 전개상 슬픈 분위기를 적용하는 데 사용된다.

존엄사에 대한 관점보다는 [왕좌의 게임] 시리즈 [터미네이터] 영화를 통해 진지한 연기 색채를 보여준 에밀리아 클라크의 발랄한 변신에 초첨을 맞춰 감상한다면 장르 영화 특유의 재미와 소소한 감동을 느낄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어떤 에피소드가 무섭나? [무서운 이야기 3:화성에서 온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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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3:화성에서 온 소녀,2016]
감독:김곡, 김선, 백승빈, 민규동
출연:임슬옹, 경수진, 박정민, 홍은희, 차지연

줄거리
머나먼 미래, 기계들이 지배한 행성에 불시착한 한 소녀. 소녀는 기계에게 자신이 인간들을 피해 화성에서 이 곳으로 오게 된 이유를 알려주며 인간에 대한 공포의 기록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하는데…
 
과거를 마친 후 고향으로 내려가던 선비 이생(임슬옹). 갑작스레 나타난 도적떼에게 쫓겨 간신히 인적이 드문 외딴 마을로 도망치게 된 이생은 정체 불명의 여인과 노인이 기거하고 있는 집에서 하루 묵기로 한다. 하지만, 그가 머물게 된 곳은 바로 인간들은 살아서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여우골! 이생은 살기 위해 여우골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한밤중 인적이 드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동근(박정민)과 수진(경수진) 앞에 나타난 수상한 덤프트럭. 계속해서 앞으로 끼어들며 길을 막는 덤프트럭에 화가 난 동근은 더욱 난폭하게 운전하며 추월을 시도한다. 하지만 덤프트럭은 끈질기게 쫓아오며 동근과 수진을 위협하는데…

엄마 예선(홍은희)을 대신해 어린 아들 진구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인공지능 로봇 둔코, 10년이 넘도록 서로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던 진구와 둔코는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둔코가 갑작스런 오류 증상을 보이며 진구에게 상처를 입히자 예선은 진구를 위해 몰래 둔코를 없애고 새 로봇을 구입한다. 하지만 새 로봇 역시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예선과 진구의 눈 앞에는 자꾸만 둔코가 나타나는데…

간단평
참신한 소재들의 나열로 주목받는 [무서운 이야기]가 어느덧 세 번째 시리즈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리즈를 더할수록 영화의 제목을 무색하게 만드는 무섭지 않은 에피소드들의 나열은 이 시리즈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만든다. 독립영화계에서 나름의 개성을 인정받은 연출자들을 포진시켜 참신한 소재와 파격적인 영상미를 구축하는 데에는 성공한 편이지만, 호러 장르 특유의 분위기와 흥미를 유발하는데 있어서는 빈약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여우골]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스토리 전개, 산만한 편집의 난립을 보여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이게 되고, 두 번째 이야기인 [로드 레이지]가 어느 정도 호러 영화의 분위기가 잘 담긴 모습을 보여주지만, [기계령]에서 부터 개연성이 떨어지는 구성과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며 이도 저도 아닌 산만한 호러 옴니버스 영화로 종결된다. 

각 에피소드가 다른 개성을 지닌 연출자들과 주제관을 유지한 탓에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이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 흔한 호러 공식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답답한 전개와 편집은 아쉬움만 더한다. 저예산으로 완성되었지만, 기술적으로 부족한 특수효과를 고집하는 대목과 개성과 참신함으로 단점을 극복하기 보다는 [전설의 고향], 헐리웃 B급 호러물의 전형적인 색체로 덮으려는 진부한 설정들은 영화의 흥미만 떨어뜨린다. 참신한 소재를 다룬 만큼 그에 해당되는 기본적인 완성도와 개성을 보여줘야 했지만, [무서운 이야기 3]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연출력과 빈약한 이야기 구성으로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의 아쉬움만 산 이상한 결과물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잘 나가다 자신감을 잃어버린 호러 [더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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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이,2016]
감독:윌리엄 브렌트 벨
출연:로렌 코핸, 루퍼트 에반스

줄거리
그레타(로렌 코핸)는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외딴 마을의 대저택에 유모로 들어간다.  그러나 노부부(짐 노튼&다이아나 하드캐슬)가 아들 브람스라며 소개한 건 소년 인형. 장난이라는 의심과 달리 부부는 너무나 진지한 태도로 인형을 대하고, 심지어 10가지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한 후 여행을 떠난다. 대저택에 인형 브람스와 단둘이 남게 된 그레타는 자꾸만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겪으며 점점 인형이 살아있다고 믿게 되는데…

간단평
[더 보이]는 기본적인 설정과 분위기만으로 충분히 무서운 영화라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고전적인 저택에 인형과 단둘이 남아있는 데다가, 죽은 소년의 영혼이 들어있는 듯한 인형은 종종 이상한 모습을 보여 섬뜩함을 자아내고 있다. 하우스 호러와 심리극 그리고 스릴러적인 요소까지 모두 갖춘 [더 보이]는 종종 인형과 주인공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호러적 상황을 잘 연출하며 중반까지 이러한 공포적 분위기를 잘 연출하는 편이다. 하지만 다소 전형적이다 싶은 뻔한 공포 공식을 보여주다가 이야기와 관련 없는 주인공의 과거 회상과 환상을 보여주는 장면은 지루함을 더해주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어느정도 안정된 심리극의 요인을 잘 갖추고 있었던 영화였기에 마지막 반전이 들어서는 후반부도 깔끔한 편이었다.

하지만 맺고 끊음이 정확해야 했던 것이 이 영화의 생명이었다. 반전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어야 했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부분은 호러와 다소 거리가 먼 호러 액션으로 이어지면서, 신비로움으로 긴장감을 유지했던 이 영화의 장점과 기본적인 이야기의 개연성마저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초심만 잘 지키고 욕심을 더 부렸다면 어땠을까 싶은 영화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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