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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볼까?" 5월 11, 12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05.13 09:35


이 영화… 기이하다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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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2016]
감독:나홍진
주연:곽도원, 쿠니무라 준, 황정민, 천우희

줄거리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경찰 ‘종구’(곽도원)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아파오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종구’. 외지인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이는데…

간단평
[곡성]은 나홍진 감독 특유의 색채와 공식이 기본적으로 깔린 작품이란 점에서 그의 전작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전작 [추격자]와 [황해]가 투박한 정서 속에 치밀한 전개와 분명한 캐릭터 간의 대립을 구축했던 것처럼, [곡성]은 그러한 기본적인 공식에 충실한 스릴러이자 또 하나의 광기를 느낄 수 있는 추격 물이다. 

하지만 이번 추격전은 전작의 형태와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의 추격전이 인물 간의 대립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번 영화는 영적인 세계, 종교적 색채가 묻어난 초자연적 미스터리 장르를 선택해 무게감을 더하려 한다. 스릴러 장르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미스터리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을 더해 심오한 긴장감까지 더하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곡성]은 그동안의 나홍진 감독의 영화 중 심도 높은 긴장감을 유지한 작품이자, 그 어느 때 보다 강렬한 여운을 지니고 있다. 

배경이 되는 곡성은 현대 문명과 지역적인 전통성이 결합한 밀폐된 지역으로 외지인과 외래문화에 대한 이질감과 두려움을 지닌 공간으로 해석된다. [곡성]이 지닌 공간적인 압박감과 불길한 영상미는 바로 그러한 심리적 요인을 동반하고 있어, 영화만이 지닌 미스터리와 공포의 강도를 배가시킨다.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는 미스터리한 현상에 현대 문명이 지닌 과학적인 방식과 치안은 이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방치만 하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곡성]이 의도하는 공포와 섬뜩함은 현대문명이 해결할 수 없는 '절망감'에 기인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종교와 영적인 세계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강조한다.

이로인해 [곡성]은 스릴러에서 오컬트 영화의 본성을 드러내며 악의 존재와 근원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려 한다. 기독교로 대변되는 서구 종교의 요소와 굿과 무당의 요소로 대변되는 전통신앙의 기반이 결합해 미스터리한 현상을 보다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곡성]이 이러한 악과 두려움을 부각하는 방식은 나홍진 감독의 전작에서 다뤄진 '광기'의 초점에 의해 달리 해석된다. [추격자]가 하정우의 잔혹함에 초점을, [황해]가 김윤석 캐릭터의 폭력과 끈질긴 잔혹함에 초점을 두었다면, [곡성]은 나약한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둔다.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절대 악과 마주한 나약한 개인의 초상은 [추격자]와 [황해]의 살인범 보다 더한 광기를 드러내고 이는 곧 악의 근원에 대한 해답이 된다. 

[곡성]이 다루는 추격 스릴러는 오컬트 장르와 자연스럽게 결합돼 그 어느 때 보다 기이한 장르 영화의 특색과 심오한 메시지와 주제관을 지니고 있어, 장르 영화의 공식에 길들여진 일반 관객에게 특별한 체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특히, 영화 중후반 등장하는 황정민과 쿠니무라 준의 굿은 영적인 싸움을 소재로 한 어느 오컬트 영화에서 보기 힘든 광기와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을 선사하고 있어, [곡성]이 지닌 기이한 특성을 대변해 준다.

의지력 없는 무능한 경찰이지만,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광기를 드러낸 곽도원의 '종구'는 절대 악에 끌려다닐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자 억울한 피해자의 시선을 훌륭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공포를 처절하게 표현했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연급이라 볼 수 있는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펼치는 외지인의 존재는 이 영화의 미스터리를 대변한 동시에 다양한 표정 연기로 선과 악을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혼돈을 선사한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표정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황정민과 천우희는 분량상 조연이자 특별 출연에 불과했지만, 존재감만큼은 주연급 못지않은 영향력과 여운을 선사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갈수록 매력이 떨어지는 영어덜트 시리즈 [다이버전트 시리즈:얼리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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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전트 시리즈:얼리전트,2016]
감독:로베르트 슈벤트케
출연:쉐일린 우들리, 테오 제임스, 마일즈 텔러, 나오미 왓츠, 매기 큐, 조 크라비츠

줄거리
장벽 너머의 새로운 미래에 당도한 다이버전트 군단.  진실을 숨긴 채 인류를 실험대상으로 삼으려는 감시자들에 맞선 최후의 생존전쟁이 시작된다!

간단평
[얼리전트]는 전편인 [다이버전트][인서전트]를 관람했느냐에 따라 이해가 다를 것이다. 전편인 [인서전트]에 이어 바로 시작되는 이야기인 만큼 그 전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들은 현재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사실 [다이버전트] 시리즈들은 [헝거게임][트와일라잇]과 같은 영 어덜트 물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되었지만, 전자의 시리즈들 만큼의 강렬하고 매력 있는 요소들을 찾기 힘들었다.  

1편이 주인공들의 개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이야기 전개의 흥미를 놓쳤다면, 2편은 캐릭터의 영향력을 낮추는 대신 빠른 전개와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각각의 장,단점을 나란히 가지고 있는 시리즈이기에 3편인 [얼리전트]에서는 이러한 장점들을 합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했다. 하지만 [얼리전트]는 전편인 [인서전트]를 연출한 로베르트 슈벤트케 감독이 그대로 연출한 탓인지 인물들에 대한 설명 보다는 빠른 전개에 강점을 두고 있다.

물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흥미를 높여주는 요소가 되지만, 캐릭터에 대한 매력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전개는 공감하기 힘들다. 이러한 부족함을 주인공 트리스(쉐일린 우들리)를 통해 매꾸려 하지만 전작에서 보여준 자주적인 모습보다 히어로적인 면모를 더 강조하려는 모습은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기에 장점으로 여겨진 빠른 전개도 영어덜트 물의 전형성에 빠져 큰 흥미와 긴장감을 불러오지 못한다. 음모가 부각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삼각관계 로맨스 분위기가 형성돼 긴장감을 떨어뜨리기 일수다. 장벽 넘어 세계의 인물들이 왜 배신을 하고, 이 세상에 어떤 위협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영화는 그것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주연인 쉐일리 우들리를 제외한 테오 제임스, 마일즈 텔러, 나오미 왓츠, 매기 큐, 조 크라비츠는 그야말로 조연에 불과하다. 이는 주조연 모두가 동등한 매력을 지닌 영어덜트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례다. 전편보다 큰 매력과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얼리전트]는 마지막 시리즈인 [어센던트]를 위한 절차를 위해 봐야 하는 장점 하나만 지니고 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엽기적인 총체적 난국 [엽기적인 그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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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2,2016]
감독:조근식
출연:차태현, 빅토리아, 배성우, 후지이 미나

줄거리
운명인 줄만 알았던 긴 생머리의 ‘그녀’(전지현)가 돌연 비구니가 되어 사라진 후, 실연+백수+돈, 3고에 시달리던 ‘견우’(차태현) 그에게 어린 시절 첫사랑이자, 중국으로 떠났던 ‘그녀’(빅토리아)가 나타났다!  그것도 더 살벌해지고, 더 엽기적인 모습으로. 

간단평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작품이 과연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엽기녀'를 비구니로 만들어 버린 설정부터 원작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지만 이는 1편의 여운과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한 몸부림이었다. 곽재용 감독이 구축한 정서와 유머를 이어갈 수 없다 하더라도, 신선한 흥밋거리로 이를 대처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엽기적인 그녀]를 사랑했던 관객들에 대한 배신이자 배려 없는 행동이다. 편의 타이틀을 이어갔다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전편에 대한 연결 고리와 시리즈가 지닌 색채와 특징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었다. 아무리 원작의 남자 주인공 차태현이 고군분투 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만의 정서를 구축한 전지현 캐릭터를 대처할 존재가 없다면 차라리 만들지를 말았어야 했다.

그러한 정서를 무시한 건 둘째 치더라도 [엽기적인 그녀 2]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다. 웃음은 지나치게 과장되었으며,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를 비롯해 지나치게 중국 쪽 정서에 맞춰진 배경 설정이 전작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차태현과 빅토리아 커플에 대한 친근함과 공감적인 정서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엽기녀'를 젖혀두고 먼 과거로 가버린 두 연인의 사연에 집중해 두 사람의 현재에 공감하기란 쉽지가 않은 상태다. 이들의 로맨틱한 관계를 어떻게라도 연결하고자 한 이야기와 노력이 보여야 했지만, 그것마저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결혼으로 넘어가 버린다.  

웃음과 공감에 대한 포인트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전지현을 대처하려고 투입된 빅토리아와 후지이 미나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과 과장된 연기는 캐릭터에 대한 반감까지 만들어 '엽기녀'에 대한 기대를 꺾어버리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취업난, 갑을 관계, 비정규직과 같은 풍자를 소재로 삼는 것은 어색함 그 자체이자 본질을 잊어버린 채 자멸의 길을 택하고 만다.  

총체적 난국이 가득한 상황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임을 자처하고 있는 이 영화는 원작을 사랑한 영화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겨줄 엽기적인 속편이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의외로 볼만한 분노 공포물 [캄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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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포스,2016]
감독:알베르토 마리니
출연:조셀린 도나휴, 디에고 보네타, 자비에 캡뎃, 메이애라 월시

줄거리
영어 캠프의 선발대로 스페인의 외딴 마을을 찾은 4명의 남녀는 어딘지 모르게 스산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다. 그 날 밤, 낡은 저택의 지하실에서 무언가를 찾던 안토니오는 급작스런 광기와 분노를 일으키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공격하고 당황한 일행들은 황급히 저택에서 도망쳐 나온다. 한 숨 돌리려는 순간, 일행 중 한 명인 미셸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분노에 가득 찬 무차별 공격을 시작한다. 별다른 이상징후 없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분노 바이러스는 곧 마을 전체로 퍼지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크리스티와 윌은 저택으로 돌아와 출입문을 폐쇄하는데… 

간단평
'분노 바이러스'라는 설정 탓에 [캄포스]는 자연스럽게 [28일 후]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그 때문에 [캄포스]는 좀비물, 캠핑장에서 벌어지는 공포물의 전형성을 가지고고 있어 익숙한 설정들이 눈에 띄어서 공포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호불호의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너무나 식상한 전개 때문에 충분히 그다음을 예측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 점을 이해한다면 [캄포스]는 공포 영화 팬이라면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불길한 분위기를 지닌 시골 마을과 저녁이 되면서 밀폐된 공간으로 변해버린 캠핑장,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인해 분노 바이러스에 노출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폭력을 저지르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밀폐형 공포물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다음 이어질 전개 방식이 예상되고 잔인한 비주얼의 향연이 지속되지만, 분노로 인해 치밀어 오르는 폭력과 그로인해 통제 불능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의외의 긴장감을 연출한다.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돼 시간이 지나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는 규칙적인 설정도 유머와 공포의 강도를 적절하게 조성하며 몰입도를 높여주는 편이다. 

전형적인 설정을 지닌 영화지만, 강점을 강조하는 요소(절묘한 편집, 역동적인 영상미) 같은, 영화만의 장점이 돋보인다면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두 얼굴의 아버지, 두 얼굴의 현대사 [클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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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랜,2016]
감독:파블로 트라페로
출연:길예르모 프라넬라, 피터 란자니, 릴리 포포비크, 기셀레 모타

줄거리
80년대 초반의 위태로운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한다. 모범적인 부부와 사이 좋은 다섯 자녀의 단란한 푸치오 가족은 결코 입 밖으로 뱉어서는 안 될 끔찍한 비밀을 품고 사는데…

간단평
[클랜]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아르헨티나 사회를 대변한 끔찍했던 실화를 조명하려 한다. 하지만 영화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사실적인 사건에 대한 묘사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아버지와 가족의 애정과 가정을 담은 드라마다. 그 중심에 놓인 인물은 가장인 푸치오다. 푸치오는 존재 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지닌 이야기의 중심적인 캐릭터로 단란한 가정을 이끄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납치를 주도하는 범죄자가 그의 본 모습을 지닌 이중적인 인물이다. 

[클랜]은 푸치오의 가정과 일상에서의 서로 다른 모습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며, 흥미로운 드라마를 형성시킨다. 아버지의 범죄를 목격하는 그의 자녀들은 혼란을 느끼며, 아버지의 범죄를 암묵적으로 돕거나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안을 나온다. 영화는 푸치오의 둘째 아들인 알렉스의 시선에 주목하면서, 아버지의 범죄에 암묵적으로 가담할 수밖에 없는 그의 내적 갈등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 냉혈한과 아버지의 모습을 오가는 길예르모 프라넬라의 명연기는 [대부]의 꼴리오네(말론 브란도)를 연상시켜 [클랜]을 잔인한 범죄 가족 드라마로 완성한다. 악행으로 꾸며진 단란한 가정의 이면은, 부폐와 음모가 만연한 당시 아르헨티나의 암울한 현대사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가슴 아프지만 우아한 45년 간의 '슬픈 사랑 [45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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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후,2016]
감독:앤드류 헤이
출연:샬롯 램플링, 톰 커트니

줄거리
로맨틱한 결혼 45주년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던 케이트(샬롯 램플링)와 제프(톰 커트니) 부부에게 남편 첫사랑의 시신이 알프스에서 발견되었다는 편지가 도착한다. 그날 이후, 제프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다락방에서 그녀의 사진을 찾아내며 온종일 과거를 추억한다. 첫사랑 소식에 흔들리는 남편을 보며 불안해지는 케이트. 하지만 제프는 오래전 첫사랑 이야기에 민감한 아내를 이해하기 어렵다. 45년을 함께 살았지만 서로가 낯설게 느껴지는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는데… 

간단평
[45년 후]는 한 평생을 같이 한 노 부부가 겪게되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통해 사랑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로 시종일관 애처롭지만 우아하다 못해 아름답게 느껴질 순간을 선사하며 사랑에 대한 깊은 공감과 교훈을 전달한다.

45년 된 노부부의 갈등이라는 설정은 자칫 물리적 충돌과 극단적인 감정의 기복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 있다.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한 채 자신들의 내면에 담긴 감정을 최대한 억누른 채 대사, 표정과 같은 간접적인 행동으로 내면의 감정을 표출하려 한다. 

그러한 간접 행동에는 남녀 간 감정적 차이, 과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비애, 지나간 시간에 대한 허무와 같은 인생에 대한 깊은 의미와 교훈이 내포돼 있다. 이러한 행동은 노부부의 지나온 세월에 의해 형성된 품격을 느끼게 해주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랑에 대한 아픔과 여운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는 케이트의 시선에 초점을 맞춘 형식을 유지하려 한다. 여성 특유의 미묘한 감정과 섬세함을 지니면서 지나간 사랑에 대한 추억을 들키려 하지 않으려는 남편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냉철하게 꿰뚫는 심리를 부드러우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내려 한다.   

[45년 후]의 묘미는 바로 이러한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때로는 그것이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 영상미와 극의 절제된 분위기는 앤드류 헤이 감독의 냉철한 연출력이 아니었으면 완성되기 힘든 장면들이다. 

두 배우의 관록의 연기를 토대로 서정적인 자연 풍경이 담긴 영상, 정적인 흐름과 전개, 단조롭지만 감성적인 대사는 극의 분위기를 정서적으로 형성해 케이트와 제프의 지나온 삶에 대한 회상을 깊이 있게 담아내며 [45년 후]를 우아함과 절제미가 담긴 감성 영화로 완성한다. 

[45년 후]는 가슴 아픈 장면과 순간이 담긴 영화지만 현재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설령 영화의 주인공 처럼 가슴 아픈 순간을 맞이한다 한들 그로인해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샬롯 램플링, 톰 커트니의 우아하면서도 품격있는 연기가 바로 그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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