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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2]리뷰:엽기적인 총체적 난국★☆

16.05.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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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2, 2016]
감독:조근식
출연:차태현, 빅토리아, 배성우, 후지이 미나

줄거리
운명인 줄만 알았던 긴 생머리의 ‘그녀’(전지현)가 돌연 비구니가 되어 사라진 후, 실연+백수+돈, 3고에 시달리던 ‘견우’(차태현) 그에게 어린 시절 첫사랑이자, 중국으로 떠났던 ‘그녀’(빅토리아)가 나타났다!  그것도 더 살벌해지고, 더 엽기적인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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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라는 점에서 [엽기적인 그녀 2]는 기대와 의미 면에서 분명 남다른 작품이다. 2000년 초반 유행한 엽기 코드와 곽재용 감독 특유의 순수한 정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유머러스한 로맨스는 [엽기적인 그녀]만이 지닌 독보적인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영화의 관건은 원조 시리즈가 지닌 정서를 현세대의 관객들과 과거의 추억을 간직한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하느냐에 있다. [엽기적인 그녀 2]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온 만큼 분명 그것에 누가 되지 않는 완성도를 선보여야 하는 것은 큰 부담감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민이 가득 담길 거라 생각한 영화는 이상하리만큼 그러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작품이 과연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엽기녀'를 비구니로 만들어 버린 설정부터 원작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지만 이는 1편의 여운과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한 몸부림이었다. 곽재용 감독이 구축한 정서와 유머를 이어갈 수 없다 하더라도, 신선한 흥밋거리로 이를 대처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엽기적인 그녀]를 사랑했던 관객들에 대한 배신이자 배려 없는 행동이다. 

속편의 타이틀을 이어갔다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전편에 대한 연결 고리와 시리즈가 지닌 색채와 특징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었다. 아무리 원작의 남자 주인공 차태현이 고군분투 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만의 정서를 구축한 전지현 캐릭터를 대처할 존재가 없다면 차라리 만들지를 말았어야 했다. (혹은 [엽기적인 그녀]라는 제목을 달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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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정서를 무시한 건 둘째 치더라도 [엽기적인 그녀 2]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다. 

웃음은 지나치게 과장되었으며,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를 비롯해 지나치게 중국 쪽 정서에 맞춰진 배경 설정이 전작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차태현과 빅토리아 커플에 대한 친근함과 공감적인 정서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엽기녀'를 젖혀두고 먼 과거로 가버린 두 연인의 사연에 집중해 두 사람의 현재에 공감하기란 쉽지가 않은 상태다. 이들의 로맨틱한 관계를 어떻게라도 연결하고자 한 이야기와 노력이 보여야 했지만, 그것마저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결혼으로 넘어가 버린다.  

웃음과 공감에 대한 포인트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전지현을 대처하려고 투입된 빅토리아와 후지이 미나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과 과장된 연기는 캐릭터에 대한 반감까지 만들어 '엽기녀'에 대한 기대를 꺾어버리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취업난, 갑을 관계, 비정규직과 같은 풍자를 소재로 삼는 것은 어색함 그 자체이자 본질을 잊어버린 채 자멸의 길을 택하고 만다.  

총체적 난국이 가득한 상황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임을 자처하고 있는 이 영화는 원작을 사랑한 영화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겨줄 엽기적인 속편이었다. 

[엽기적인 그녀 2]는 5월 1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영상=씬씨네/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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