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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볼까?" 4월 13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04.15 15:32


어쩌다가 경성 막장 드라마가 되었나? [해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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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화,2016]
감독:박흥식
출연: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장영남, 박성웅, 이한위

줄거리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최고의 예인으로 불리는 소율(한효주)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는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와 동기들의 부러움을 받는 둘도 없는 친구.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유연석)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작곡하려 하고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율은 예인이 아닌 가수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윤우는 우연히 듣게 된 연희의 목소리에 점차 빠져들고 소율과 연희는 노래 ‘조선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엇갈린 선택을 하게 되는데…

간단평
[해어화]는 아름답게 꾸며진 세트, 영상, 의상으로 보는 이들의 감성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창비'의 개념이 강했던 기생들의 세계를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깃든 매력적인 세계로 만들어 내었다. 이를 토대로 특유의 감성 연기를 이끌어내는 한효주와 천우희의 열연도 돋보였다. 부러움과 질투 사이에 놓여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외면 받으며 무너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소율의 존재는 먹먹한 슬픔과 상처에 대한 공감을 불러온다. 천우희는 이번 작품에서 1940년대 유행한 가요의 감성을 완벽하게 재연한데 이어, 오랫동안 감춰둔 듯한 발군의 노래 실력을 뽐내며 [해어화]의 감성을 절실하게 이끌어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아름다움과 열연은 각본과 연출 같은 기본기의 부재로 묻히고 만다. 음악은 분명 인물들의 애절한 감성을 자극하지만, 그 안에 움직이는 이들의 행위에는 개연성이 살아있지 않다.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한 이야기는 '경성 막장극'에 가까운 볼썽사나운 이야기로 연결된다. 음악, 꿈, 사랑 등 아름다운 영상 속에 진행된 이야기가 전형적인 치정극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누구나 예측가능한 전개 방식을 이어가게 돼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 마저 들지않게 한다. 자극적 이면서 지나친 급전개로 장점이었던 화면에는 엉성한 편집까지 드러내고 만다. [협녀:칼의 기억]에서도 인물과 이야기의 동떨어진 전개를 보여준 박흥식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동일한 실수를 저질러 [해어화]를 인물들의 감정 기복만 가득한 '막장극'으로 만들어 버렸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애틋함이 더해진 [시그널]의 로맨스 버전 [시간이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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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탈자,2016]
감독:곽재용
출연:임수정,조정석,이진욱

줄거리
1983년 1월 1일,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은 같은 학교 동료이자 연인인 윤정(임수정)에게 청혼을 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다. 2015년 1월 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역시 뒤쫓던 범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30여 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병원으로 실려간 지환과 건우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나게 되고,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한다. 두 남자는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서로가 다른 시간대에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건우는 꿈 속에서 본 지환의 약혼녀 윤정과 놀랍도록 닮은 소은(임수정)을 만나게 되면서 운명처럼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어느 날, 건우는 1980년대 미제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윤정이 30년 전에 살해 당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지환 역시 건우를 통해 약혼녀 윤정이 곧 죽을 운명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남자는 윤정의 예정된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는 추적을 함께 시작하는데…

간단평
[시간이탈자]는 단점이 분명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감성 로맨스와 스릴러의 만남부터가 모험인데, '타임슬립' 이라는 SF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전개는 산만해지고 이야기는 엉키게 된다. 감성을 강조하려 한 나머지 인물 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루려다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을 드러낸 일부 설정도 눈에 띈다. 헐리웃 영화에서는 치밀하게 쓰이는 물리적인 법칙과 요소를 쉽게 무시하고, 개연성을 높여줘야 할 보조적인 이야기는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채 편집되거나 넘어간다. 거기다 [해어화]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인물간의 관계 형성과 느닷없는 급전개도 등장한다. 치밀함과 완벽함을 가진 타임슬립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기대치를 내려놓는 게 좋다.

하지만 시선을 바꿔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는 있다. 아마도 그것은 큰 반향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시그널]에 대한 영향 때문일 것이다. [시그널]이 치밀함 속에 빠른 전개를 이어나간 것처럼 [시간이탈자]는 상세 설명을 생략한 단점을 빠른 전개로 메꾼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 방식과 시간대가 영향을 받게 되는 설정도 [시그널]의 그것과 비슷하다. 산만한 이야기 속에서도 범인과 사건 만큼은 분명하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완성된 [시간이탈자]의 유일한 흥미 포인트는 범인 추적에 있다. 범인에 대한 신비감을 부각해 추적극의 흥미를 높여주며, 숨쉴틈 없이 발생하는 사건을 통해 긴장감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작위적이면서 느닷없는 설정으로 완성된 결과가 긴장감 있었던 전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조금 아쉽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배우들의 카리스마를 감당하기에는 비약했던 이야기 [헌츠맨:윈터스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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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츠맨:윈터스 워,2016]
감독:세딕 니콜라스 트로얀
출연:크리스 헴스워스, 샤롤린즈 테론, 에밀리 블런트, 제시카 차스테인

줄거리
세상을 지배하려는 ‘아이스 퀸’(에밀리 블런트)은 죽은 언니 ‘이블 퀸’(샤를리즈 테론)의 거울을 차지하기 위해 최강의 군대 ‘헌츠맨’을 불러모은다. 가장 뛰어난 헌츠맨이었던 ‘에릭’(크리스 헴스워스)은 아이스 퀸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먼저 거울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 죽은 줄 알았던 연인 ‘사라’(제시카 차스테인)를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사라는 에릭을 배신하고 아이스 퀸에게 거울을 바친다. 마침내 아이스 퀸은 거울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려 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강력한 힘은 절대악 이블 퀸을 부활시켜 버리는데… 
  
간단평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후속작인 [헌츠맨:윈터스 워](이하:헌츠맨)는 전작의 주인공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부제를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네 명의 남녀 배우로 메꾸려 한다. 각자 만의 대표작과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그들인 만큼 [헌츠맨]에서 보여주는 연기 또 한 이들의 대표작에서 보여준 장면들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그 때문에 [헌츠맨]은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더라도 익숙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흥미로운 판타지 드라마로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이들의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해줄 보조적인 장치들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연 배우들에 의존해 존재감이 비약해진 조연진들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아무리 주연급의 매력 있는 매인 케릭터들이 모였다 한들 그들에 대한 소비 감이 지나치다면 금새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매력 있는 조연들을 활용하는 설정이 부재한다는 것은 결국 각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츠맨]은 이야기의 전개와 서사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사건과 설정이 빈약하다. 주연 배우들의 밀당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만 전개될 뿐 긴장감을 더해줄 보조적인 사건이나 반전도 없다. 이야기가 약하면 볼거리라고 있어야 하지만 [헌츠맨]은 스케일 또 한 제한적이며, 액션과 비주얼은 판타지 영화의 기준에서 평범한 편이다. 강렬한 네 명의 주인공이 모였지만 이를 빛나게 해줄 '감초'들의 존재와 매력적인 이야기와 볼거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1등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4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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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2016]
감독:정지우
출연:박해준, 이항나, 유재상, 최무성

줄거리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만 나갔다 하면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영 선수 '준호' 하지만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의 닦달에 새로운 수영 코치 ‘광수’를 만난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회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 가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한 광수는 '엄마'에게 연습 기간 동안 수영장 출입금지 명령까지 내린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도 연습은 커녕 항상 PC방 마우스나 소주잔을 손에 쥔 못 미더운 모습의 광수. 이래봬도 16년 전 아시아 신기록까지 달성한 국가대표 출신이다. 의심 반, 기대 반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수영 대회에 출전한 ‘준호’의 기록은 '거의' 1등! 1등과 0.02초 차이로 생에 첫 은메달을 목에 건다.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 ‘준호’네 집. 그런데 그때, 신이 난 동생 ‘기호’가 해맑게 질문을 던지는데…! “정말 맞고 하니까 잘 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맨날 4등 했던 거야, 형?”동생의 말에 시퍼렇게 질린 얼굴처럼 멍투성이인 열두 살 ‘준호’의 몸. '준호'는 좋아하는 수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 

간단평
정지우 감독의 [4등]은 1등만을 고집하는 한국 사회를 비롯해 정상을 향한 욕망에 집착한 광기를 강렬하게 탐구한 작품인 점은 틀림없다. 수영 천재이자 소년 준호를 지도할 광수가 스스로 파멸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이야기를 유심 있게 다룬 오프닝은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한 1등 위주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부실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수영을 좋아서 시작했지만, 부모의 욕심, 스승의 욕심 그리고 그로 인한 영향으로 개인의 집착으로 변질해 억압적인 압박에 방황하게 되는 모습은 사회의 영화가 말하고자 한 1등 만능주의의 슬픈 이면이다. 

정상을 향한 욕망과 잘못된 이상을 잘 풀어낸 작품이었지만, 욕망과 광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심 탓인지 후반부로 전개되면서 스승, 제작, 부모의 갈등 까지 담으려는 부분에서는 산만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다양함을 이야기한 것은 좋았지만, [위플래쉬]가 스승과 제자의 대립이라는 분명한 갈등 구도를 보여준 것처럼 [4등] 또한 그런 모습이 분명했다면 좀 더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1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풍자했다는 점과 그에 대한 대안을 교훈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4등]은 오랫동안 화자 될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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