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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화]리뷰:어쩌다 경성 막장 드라마가 되었나?★★

최재필 ㅣ 16.04.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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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화,2016]
감독:박흥식
출연: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장영남, 박성웅, 이한위

줄거리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최고의 예인으로 불리는 소율(한효주)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는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와 동기들의 부러움을 받는 둘도 없는 친구.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유연석)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작곡하려 하고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율은 예인이 아닌 가수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윤우는 우연히 듣게 된 연희의 목소리에 점차 빠져들고 소율과 연희는 노래 ‘조선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엇갈린 선택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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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화]의 예고편을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가장 기대를 걸고 보는 부분은 당연 '음악'이었을 것이다. 그동안의 정보를 통해 공개된 [해어화]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1940년대 강점기 시대의 음악을 다뤘다는 점에서 특별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음악이 인물의 감정과 극의 흐름을 대변하며, 배우들의 감성 어린 연기가 이를 채워준다면 [해어화]는 인상적인 경성 감성 영화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해어화]는 영화 속에 잊힌 '조선의 마음'이라는 앨범처럼 소재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스스로 땅속에 묻히기를 선택한 영화였다. 음악을 소재로 두고 있는 작품인 만큼 음악이 메인에 있어야 했지만,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욕망이라는 광기에 깃든 인물들이었다. 

[해어화]는 아름답게 꾸며진 세트, 영상, 의상으로 보는 이들의 감성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대중들에게 인식된 '창비'의 개념이 강했던 기생들의 세계를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깃든 매력적인 세계로 만들어 내었다. 이를 토대로 특유의 감성 연기를 이끌어내는 한효주와 천우희의 열연도 돋보였다. 

부러움과 질투 사이에 놓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외면 받으며 무너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소율의 존재는 먹먹한 슬픔과 상처에 대한 공감을 불러온다. 천우희는 이번 작품에서 1940년대 유행한 가요의 감성을 완벽하게 재연한데 이어, 오랫동안 감춰둔 듯한 발군의 노래 실력을 뽐내며 [해어화]의 감성을 절실하게 이끌어낸다.  

아름다운 외형과 여배우들의 열연으로 빛난 이 영화를 묻히게 만든 것은 각본과 연출 같은 기본적인 부분들이었다. 대개 음악영화들이 극 중 노래를 활용하는 방식은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이야기의 애틋함을 더 해주려 한다. 즉, 음악과 각본이 어느 정도 상극을 이뤄내며 공존해야 하는데 [해어화]는 이 둘이 분리된 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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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분명 인물들의 애절한 감성을 자극하지만, 그 안에 움직이는 이들의 행위에는 개연성이 살아있지 않다. 오랫동안 소율을 사랑했지만, 한순간에 연희로 마음을 돌변하는 윤우의 행동은 개연성보다는 충동적인 행위에 가까우며 이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연희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한 이야기는 '경성 막장극'에 가까운 볼썽사나운 이야기로 연결된다. 음악, 꿈, 사랑 등 아름다운 영상 속에 진행된 이야기가 전형적인 치정극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누구나 예측가능한 전개 방식을 이어가게 돼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 마저 들지않게 한다. 자극적 이면서 지나친 급전개로 장점이었던 화면에는 엉성한 편집까지 드러내고 만다. 

배역들의 설정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엉성한 편집탓인지 류혜영의 옥향은 존재가 무의미한 캐릭터로 전락했으며, 박성웅의 경무국장 캐릭터 또 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시종일관 일본어 연기만 하고 있어 굳이 이 배역에 캐스팅했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두 여자 사이에 놓인 유연석의 윤우 캐릭터가 큰 존재감과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쉽다.

[협녀:칼의 기억]에서도 인물과 이야기의 동떨어진 전개를 보여준 박흥식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며, 전작의 아쉬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좋은 소재, 연기, 배경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정점을 찍지 못한 각본과 연출이 아쉽게 느껴진다. 

[해어화]는 4월 1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더 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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