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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볼까?" 3월 17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03.18 15:13


보는 사람마저 고통을 느끼게 하는 [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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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2008]
감독:스티브 맥퀸
출연:마이클 패스벤더, 리암 커닝햄, 스투어트 그레이엄

줄거리
메이즈 교도소에서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죄수복 착용과 샤워를 거부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IRA(영국으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목표로 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의 조직원들. IRA의 핵심인물인 ‘보비 샌즈’ (마이클 패스벤더)는 자신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마가렛 대처 수상에 맞서 마지막 저항을 시작한다.

간단평
[세임][노예 12년]으로 최고의 호흡을 선보인 스티브 맥퀸과 마이클 패스벤더 콤비가 최초로 만난 작품. 마이클 패스벤더의 존재감을 전 세계로 알린 의미 있는 작품인 만큼 뒤늦게 개봉한 [헝거]는 투쟁의 역사를 경험한 국가별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올 만 한 영화다.   

[헝거]는 보비 샌즈의 처절한 옥중 투쟁에 초점을 맞춰, 신념을 위해 싸우는 비폭력적인 그의 투쟁 방식에 대해 직접적인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질문을 유도하는 여운을 남긴다. 옥중에서 행하는 그의 투쟁 방식(목욕, 이발, 죄수복 거부, 단식 투쟁)은 인간이 기본으로 누려야 할 가치를 스스로 거부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신념에 대한 가치를 대비시킨다. 

영화는 보비 샌즈와 함께 기본권을 거부하는 제소자와 이를 강제적으로 집행하려는 교도관들의 대립을 각자의 시각에서 보여주며, '영웅'이나 '희생자'와 같은 감성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다. 오로지 신념과 임무 속에 대립하는 두 대립 관계를 보여주며 개인과 정부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영화의 중반 보비 샌즈가 도미니크 신부 앞에서 16분간 자신의 투쟁 철학과 의지를 롱테이크로 설명하는 대목은 아일랜드와 개인의 굳은 신념과 가치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정의한 의미 있는 순간이다. 이어서 그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거는 장기간의 단식을 하는 장면은 보는 이마저 괴롭게 만드는 생생한 고통의 순간이다. 

정적인 전개, 적은 분량의 대사, 암묵적으로 처리되는 장면 전환, 배우들의 내면 연기에 초점을 맞춘 장면에 의존하는 [헝거]는 오락 영화로 보기에는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강렬한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영화가 의도한 강렬한 메시지와 질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인턴]의 자상한 할배, 음란 할배로 돌아오다 [오 마이 그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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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그랜파,2016]
감독:댄 마저
출연:로버트 드니로, 잭 에프론, 

줄거리
72살 나이가 무색한 품격(?)넘치는 뇌섹 할배 딕(로버트 드 니로)은 결혼은 물론 모든 인생을 아빠의 성공 공식에 따르려는 무사안일 손자 제이슨(잭 에프론)이 안타깝기만 하다.  운전 면허 정지를 핑계 삼아 자신의 플로리다 여행에 제이슨을 동행시키는 딕. 열정과다 거침없는 할아버지와 고지식한 허당 손자의 여행은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제이슨의 결혼식 마저 무산될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이런 엉뚱한 사건의 연속 뒤에는 할아버지의 특별한 의도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간단평
[오 마이 그랜파]는 [데드풀]이후 화제가 되다싶이 한 강력한 '섹드립'(성적인 언행) 유머를 기본으로 두고있다. 여기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하는 가족적인 주제를 넣어 훈훈한 가족 코미디 영화를 지향하려 한다. 극과 극의 좋은 점을 갖다 붙이려 한 욕심이 과한 탓이었는지 [오 마이 그랜파]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로버트 드니로가 분한 주인공 딕은 아내가 죽은 이후 벌써부터 '과도한 밝힘' 증상을 보이는 인물. 단순히 캐릭터의 특징상 그렇다고 볼법한 캐릭터지만, 영화는 왜 이 인물이 이렇게 과도한 '밝힘'에 집착한 인물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단지, 인물의 성향이 자유롭고 밝히는 걸 좋아해서라고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아무리 유머를 불러오는 농담, 온갖 저질스럽고 과장된 슬랩스틱한 요소가 등장한다 한들 이를 진행하는 캐릭터가 어느 정도 설득력 있어야 관객들도 수긍하고 그가 보여주는 개인기를 즐거워 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인턴]을 통해 자상한 모습을 보여준 로버트 드니로의 변신이 특별해 보였지만, 선뜻 웃을 수 없는 것은 이 캐릭터의 '섹드립'만큼 친근한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캐릭터의 설득력 부재속에 [오 마이 그랜파]는 성인 유머, 가족 드라마, 과장된 유머, 슬랩스틱의 산만함 구조를 더 하며 어느 부분에 웃어야 하고, 감동 받아야 하는지조차 찾기 힘들다. 

화제작인 [데드풀]이 단순히 잔인, 성인 유머로 뜬 작품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록 원작이 있는 캐릭터여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웠다 하겠지만, 캐릭터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설명과 그에 부합하는 섹드립이 있었기에 공감하며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인물에 대한 구성, 영화에 대한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과도한 '드립'의 향연만 유지하려 한 영화의 설정이 다소 아쉽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반전' 없다고 생각하시고 보세요 [이니시에이션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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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2015]
감독:츠츠미 유키히코
출연:마츠다 쇼타, 마에다 아츠코, 키무라 후미노

줄거리
Side A 
80년대 후반, 수줍음 많고 순수한 모태솔로 대학생 ‘스즈키’는 마지못해 나간 미팅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여학생 ‘마유’에게 첫 눈에 반한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려는 노력이 조금씩 ‘스즈키’를 바꾸어 놓고, 그들은 결국 세상에서 가장 풋풋한 연인이 된다.
 
Side B
그들의 달콤한 한 때는 ‘스즈키’가 도쿄에 취직하게 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스즈키’는 주말마다 ‘마유’가 있는 곳을 오가지만, 지쳐가는 몸만큼 마음도 점점 멀어져 간다. 설상가상 ‘스즈키’가 매력적인 동료 ‘미야코’와 ‘마유’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첫사랑에도 결국 빨간 불이 켜진다.

*혹시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감상하려 하신다면 줄거리까지 읽으시길 바랍니다. 간단평에는 스포는 없지만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간단평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기본 구조는 평범한 로맨스 이야기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만남, 권태기, 이별, 재회 등 로맨스 영화의 흔한 전개와 구조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된다. 적어도 기본적인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완성도와 특별함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것은 마케팅을 통해서 지속 강조되고 있는 마지막 반전이다. 허술하고 단순해 보였던 이 구조가 그동안 복선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이 하나를 위해 그동안의 이야기 전개가 이뤄진 거나 다를 바 없다. 이 반전은 그동안 전개된 방식의 시각마저 뒤집으며 이야기의 주체인 타인의 시각을 통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정의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문제는 이 반전에 지나치게 의존한 이야기 전개 방식에도 있지만, 마케팅과 영화 초반 자막을 통해서도 이 부분을 강조한 것이 조금 지나쳤다. 반전을 지나치게 강조한 내외부 환경탓에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보게되는 로맨스의 전개 보다는 영화의 반전이 무엇인지 추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물론 그때문에 이 영화를 '로맨스릴러'라고 정의하며 긴장감 있게 감상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로 인해 핵심적인 이야기를 놓치게 되고, 영화가 강조하는 반전도 중후반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 영화가 반전 마케팅과 강조를 숨기며 전개 방식과 설정에 약간의 변화만 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야기 입소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화의 장점이 알려졌을 것이다. 적어도 이 영화의 반전이 강점이라 여겨진다면 그 부분은 최대한 숨기는 게 좋은 것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설정인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에 대한 특징도 부각되지 못한 것도 다소 아쉽다.

오락적인 로맨스 영화로 즐기기에는 부담 없는 작품으로 쉽게 예측되는 반전도 애교로 이해해 주자.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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