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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리뷰:순수 무협의 정서속에 담긴 대만의 운명★★★

최재필 ㅣ 16.02.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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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2015]
감독:허우 샤오시엔
출연:서기, 장첸, 주운, 츠마부키 사토시

줄거리
고위관료의 딸로 태어났지만, 정혼자였던 전계안과의 이별 후 부패한 관리를 살해하는 암살자로 키워진 섭은낭. 어느 날, 스승으로 부터 위박 지역의 절도사이자 자신이 과거 사랑했던 전계안을 암살하라는 명을 받는다. 자객의 정도와 사랑, 일생일대의 선택 기로 앞에서 은낭은 흔들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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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을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가 아닌 보통의 무협 영화의 시각에서 감상하려 했다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무협 특유의 날렵하고 강한 액션과 화려한 비주얼과 스케일이 가득한 영상미와 비주얼을 기대했다면 [자객 섭은낭]은 그와 반대되는 길을 걷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협의 순수함을 지향하는 듯 하지만, 허우 샤오시엔은 자신이 추구한 영화적 특성으로 이 시대에 보기 흔한 서정적인 무협 영화를 완성했다.   

당나라 시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자객 섭은낭]은 '원수''출생의 비밀' 같은 복잡한 인과관계가 등장하는 무협 영화의 전형적인 스토리에 기대기 보다는 인간의 기본 본질인 '선(善)'과'정(精)'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살인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실행하는 냉혹한 자객이지만, 어린 아이 앞에서의 살인과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을 죽이는 임무에서는 갈등하고 주저하는 특별한 인물이다. 그러한 인간에 대한 연민이 그녀의 약점이란 사실을 깨달은 스승은 섭은낭의 정혼자 였던 전계안을 암살해 그러한 연민을 버리게 하려 한다.

[자객 섭은낭]은 바로 이러한 '연민'을 버리는 것에 갈등하는 개인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자신의 스승과 관련한 과거에 슬퍼하고 전계안에 대한 인간적인 정에 그가 사랑하는 사람조차 죽이지 못하는 여린 마음씨를 지닌 섭은낭의 심리를 관조적인 시점에서 조명해 인간의 내면에 담겨진 '선(善)'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가족, 친족으로 얽힌 혈연적 인물 관계를 통해 운명 공동체 속에 살고있는 인간 집단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인간애(愛)'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복수와 같은 성취를 통해 정의를 강조하는 무협과 달리 그러한 자극적인 요소를 탈피하며 자연주의와 같은 운명성과 허무주의 같은 전통 무협물이 추구한 순수 철학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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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적이면서 서정적인 주제를 내포한 작품답게 절제된 대사, 여백이 담긴 영상미, 고정된 화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묵직한 롱테이크 신 그리고 표정으로 모든것을 이야기하는 배우들의 내면 연기를 통해 [자객 섭은낭]은 독특한 서정성을 완성한다. 

그 때문에 빠르고 역동적이면서 개성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무협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지루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을 것이며, 느린 전개탓에 오락적인 요소를 조금이라도 기대했다면 실망한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신 당나라 시대의 배경과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 영상, 연기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디테일한 비주얼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일반 무협 영화와 다른 색다른 가치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자객 섭은낭]은 분명 신비로우 면서도 신선한 감성을 줄만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인간성과 같은 내면을 이야기하는 데 그친 영화 같지만 방황과 갈등을 반복하다 자신만의 신념을 발견하고 홀로 묵묵하게 앞길을 걸어가는 섭은낭의 외로운 모습을 통해 허우 샤오시엔은 정치적인 복잡한 관계속에 놓인 오늘날 대만의 운명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자객 섭은낭]은 2월 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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