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지금처럼 오락거리가 많지 않았던 그 시절 최고의 오락거리였으며 액션,드라마,멜로,에로,모험물과 같은 다양한 장르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그 어느 때 보다 풍성한 작품들이 등장하던 80년대 후반이었던, 1988년. 그 시절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열광했던 작품들은 무엇이었을까?
1988년 당시 극장 흥행 성적을 기준으로 10위에서 1위까지의 순위를 선정했다.
*당시 영화 흥행 집계 기준이 서울 관객을 중심으로 집계된 탓에 순위 선정 또 한 이 기준에 맞췄습니다.
10위.[접시꽃 당신]-1988년 3월 19일 개봉
감독:박철수
출연:이보희, 이덕화, 문창길, 정혜선
관람객:237,744명
줄거리
교사 발령을 기다리며 시를 쓰는 종환(이덕화)은 친구를 만나러 카페에 갔다가 주인인 수경(이보희)을 만난다. 서로에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곧 결혼을 한다. 장남인 남편을 따라 내려간 시골에서 시부
모와 시동생을 돌보기란 쉽지 않고 남편은 자기 세계에 빠져 바쁘기만 하다. 수경은 소외감을 느끼지만 불평하지 않고 집안 살림을 돌본다. 그러던 중 그녀는 갑자기 암에 걸리게 되는데…
특징
1985년 불치의 병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도종환 시인의 작품 '접시꽃 당신'을 영상으로 그려낸 영화. 80년대 최고의 스타인 이덕화, 이보희가 출연했다. 유명한 시에 두 스타의 출연만으로도 화제가 되었고, 당시 기준으로는 무난한 흥행 성적인 20만명 이상의 관객들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한다. 최루성 감성이 짙은 영화지만, 그 당시 관객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멜로 드라마 였다. 가부장중심의 정서가 강한 당시 가정에 대한 묘사는 지금의 영화팬들의 시각에서는 생소하게 보여질 것이다.
9위.[지젤] - 1988년 1월 1일 개봉
감독:허버트 로스
출연: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알레산드라 페리, 레슬리 브로
관람객:241,353명
줄거리
발레의 대스타 토니는 발레의 명작 지젤을 영화할 야심을 갖고 맹연습 중이다. 그는 타고난 바람기로 아름다운 여자 단원과 숱한 염문을 뿌리며 그와의 연인이 된 단원은 주연으로 뽑히는 행운을 안게 되는게 정석이었다. 한편 젊고 순수한 미모의 발레리나 리자가 이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이태리로 온다. 그녀는 무대에서만 보았던 대스타 토니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감동을 느낀다. 토니 또한 그녀의 맑고 깨끗한 영혼에 매혹되어 그녀를 가까이하려 한다. 토니만 원한다면 그녀는 모든 걸 줄 결심을 한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남긴 순수한 사랑의 향기에 토니는 삶의 용기를 되찾는다.
특징
발레를 소재로 한 영화. [백야](1985년)로 잘 알려진 소련 출신의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출연과 아름다운 발레 장면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어느 정도 볼만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흥행에도 성공한편 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호불호는 많은 편이다.
8위.[영웅본색 2] - 1988년 7월 22일 개봉
감독:오우삼
출연:주윤발,장국영,석천,적룡,관산
관람객:260,486명
줄거리
아버지의 죽음이 형 때문이었다고 믿었던 강직한 성격의 경찰 송자걸(장국영 분)과 동생을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동생에게 늘 떳떳하지 못했던 암흑가의 보스 송자호(적룡 분). 결국 두 사람은 친구 소마
의 죽음으로 형제애를 되찾고 송자호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복역 중인 송자호에게 당국은 위조지폐 용의자로 송자호의 사부였던 용사(석천 분)의 뒷조사를 석방의 조건으로 부탁한다. 동생이 이 일에 개입되어 수사하고 있음 알게 된 송자호는 동생을 위해 조건을 받아들이고 가석방된다. 한편 용사는 용씨 선박회사를 차려 합법적인 사업을 하나, 또 다른 위조지폐 범죄단이 위조지폐 사업을 위해 용씨 선박회사를 노리는데…
특징
[영웅본색] 1편과 함께 느와르 영화의 전설로 남겨진 후속편. 1편에 사망한 주윤발을 재출연시키기위해 알고보니 쌍둥이 동생 켄(주윤발)이 있었다는 설정은 지금의 기준에서 막장으로 볼 수 있지만, 사나이의 우정을 강조하는 영화의 주제에 관객들은 이마저도 용서했다.
송자걸이 켄의 품에 안긴 채 수화기를 통해 아내와 갓 태어난 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전화박스에서 죽어가는 장면은 [응답하라 1988] 주인공들이 가장 숨죽여 봤던 장면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남성 영화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마지막 복수를 끝내고 소파에 앉은 채 쾌감을 느끼는 켄 일행의 모습은 [영웅본색] 시리즈 특유의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명장면이다.
7위.[모던 타임즈] - 1988년 7월 2일
감독:찰리 채플린
출연:찰리 채플린,폴레트 고다르,헨리 베키만,티니 샌드포드
관람객:265,590명
줄거리
공장에서 하루 종일 나사못 조이는 일을 하는 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조여버리는 강박 관념에 빠지고만 그는 급기야 정신 병원에 가게 되고, 거리를 방황하다 시위 군중에 휩쓸려 감옥살이까지 하게 된다. 몇 년 후 감옥에서 풀려난 찰리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한 아름다운 소녀를 도와주게 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카페에서 일하게 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거리로 내몰리고 만다.
특징
1936년 무성 영화 시대의 한 획을 그은 찰리 채플린의 명작. 하지만 국내에 개봉하기까지에 무려 5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다름 아닌 1950년대 '메카시즘 열풍'으로 인해 찰리 채플린은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지녔어야 했고, 그의 모든 작품은 상영 금지상태였다. 1988년 민주화가 되어서야 빛을 본 [모던 타임즈]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은 예상을 초월했으며, 한국에는 뒤늦은 채플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6위.[투 문 정션] - 1988년 7월 23일 개봉
감독:잘만 킹
출연:쉐릴린 펜,리처드 타이슨,루이스 플레처
관람객:269,108명
줄거리
휘경 마카파 여대의 졸업 마지막 신촌 무도회, 여왕 에이프릴(April: 셔릴리 펜 분)과 약혼자인 알파램다차이 대학의 학생회장 처드 더글라스 페어차일드는 졸업과 동시에 결혼식을 앞두게 된다. 미국 남부에 있는 부모의 집에 돌아온 그녀는 두 여동생과 서커스단이 와 있는 곳으로 놀러갔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인디언 혼혈인 테드를 보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어느날 부모님과 동생들이 여행을 가고 혼자집을 비운 사이에 그가 욕실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에이프릴은 나가라고 소리치나 두사람은 관계를 갖고, 밤이면 서커스에 테드를 보러 나간다. 어느날 서커스의 놀이 기구가 고장이 나서 타고있던 사람들이 위험할 뻔해 테드는 쫓겨나게 되는데…
특징
에로티시즘의 거장 잘만 킹의 명작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 자극적인 '청불'딱지에 입소문으로 퍼진 화제의 베드신은 26만명의 서울시민들을 극장가로 인도하게 만들었다.
'에로'라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된 영화 같지만, [투 문 정션]은 지금의 에로 영화에서는 느끼기 힘든 특별한 정서와 감성을 지닌 작품이었다. 애틋한 멜로와 아슬아슬한 에로티시즘을 조화시킨 설정, 자극적이지 않고 아름답게 묘사한 베드신, 인상적인 음악 그리고 쉐릴린 펜의 미모는 에로 영화의 품격을 높여주었다는 평을 불러왔다.
잘만 킹의 역대 작품 중 걸작으로 불리고 있으며, 80년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에로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어린 나이의 밀라 요보비치가 이 영화를 통해 연기 데뷔를 했다.
5위.[지옥의 묵시록] - 1988년 6월 4일 개봉
감독: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로버트 듀발,마틴 쉰,프레더릭 포레스트,말론 브란도,해리슨 포드
관람객:305,029명
줄거리
미 특수부대의 윌라드 대위(마틴 쉰 분)는 정부로부터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 분)을 제거하라는 비밀지령을 받는다. 커츠 대령은 한때 가장 뛰어난 군인으로 인정받았으나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 캄보디아에서 독자적인 왕국을 거느리고 있다. 윌라드 대위는 4명의 병사들과 함께 커츠 대령을 찾아 나선다. 거대한 폭염과 광기로 가득한 전투를 겪으면서 점차 두려움과 공포로 이성을 잃어가던 그들은 마침내 커츠 대령의 왕국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윌라드 대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특징
전쟁영화의 길이 남을 명작 [지옥의 묵시록]이 무려 9년 만에 개봉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전쟁에 대한 공포, 부정적 장면, 그리고 반전적인 요소탓에 한동안 상영이 금지되었었다.[모던 타임즈]가 그랬덧 것처럼 뒤늦게 개봉한 명작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뒤늦은 흥행 이후 [지옥의 묵시록 2][정글 묵시록]…등의 제목을 따라 한 여러 괴작이 국내 비디오 시장에 출시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물론 [지옥의 묵시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영화들이다.)
4위.[피라미드의 공포] - 1988년 7월 16일 개봉
감독:베리 레빈슨
출연:니콜라스 로우,앨런 콕스
관람객:374,680명
줄거리
1세기전, 크리스마스를 앞둔 런던 시골에서 전학온 왓슨(John Watson: 알란 콕스 분)은 뛰어나 관찰 능력을 가진 홈즈(Sherlock Holmes: 니콜라스 로우 분)를 만난다. 그들은 홈즈의 여자 친구인 엘리벳(Elizabeth: 소피 워드 분)과 함께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에 관여하게 된다. 홈즈의 스승인 왁스 교수의 살해 현장에서 발견한 독침 파이프를 단서로 런던의 우범지대로 잠입한 세 사람은 드디어 지하에서 피라미드를 발견한다.
특징
영화의 원제는 [영 셜록 홈즈].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인기 어드벤처 영화의 성향을 강조하기 위해 국내 제목은 [피라미드의 공포]로 변경되었다.
셜록 홈즈의 소년 버전으로 기획된 작품으로 홈즈가 어떻게 탐정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소년 왓슨, 모리어티의 등장도 흥미로워서 추리소설에 열광했던 당시의 독서광들을 극장가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영화가 어드벤처 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아동 관객들의 성향에 맞추다 보니 완성도 면에서는 조악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럼에도 추리, 어드벤처가 합친 소년 버전의 [셜록]은 나름 괜찮았으며 젊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크리스 콜럼버스가 완성한 이야기도 재미있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영화팬들에게 이 영화가 조금 특별해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영상, 세트, 특수효과, 분장, 연기 등에 있어서 영화 [해리포터]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각본을 쓴 크리스 콜럼버스가 훗날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연출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3위.[로보캅] - 1987년 12월 25일 개봉
감독:폴 버호벤
출연:피터 웰러, 낸시 알렌, 댄 오헐리히, 로니 콕스, 커트우드 스미스
관람객:380,060명
줄거리
멀지 않은 미래, 범죄 집단이 디트로이트시를 장악해 감에 따라 시 경찰은 그들을 제거할 강력한 힘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그러던 때에 유능한 경찰관 머피(Murphy/Robocop: 피터 웰러 분)가 범인들을 쫓다 무참히 살해된다. 방위산업체의 과학자들은 즉각적으로 머피의 몸을 티타늄으로 보강하고 지워진 기억 위에 정교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을 집어넣어 극비리에 최첨단의 사이보그를 탄생시킨다.
특징
어두운 디스토피아 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SF, 액션,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국내 관객의 성향탓인지 [로보캅]은 서울 관객 38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이 되었다. 마초적 성향이 유행한 80년대 액션의 분위기도 잘 살아있는 편이었다. 기술에 대한 우려적인 메시지와 감성적인 요인이 합쳐진 당시의 2014년 리메이크된 영화도 따라 할 수 없는 고유의 정서였다.
2위.[매춘] - 1988년 9월 24일 개봉
감독:유진선
출연:나영희, 김문희, 마흥식
관람객:432,609명
줄거리
꿈 많던 소녀 시절 너무도 친했던 나영과 문희는 같은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나영은 수준높은 쾌락주의 여성이고, 문희는 악덕 조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련한 순정파 여성으로 살아간다. 대학시절 나영은 중한이라는 건달에게 무참히 짓밟혀서 결국 직업 여성으로 전락하고, 문희 역시 평탄치 못한 가정환경 때문에 창녀라는 천한 낙네임이 붙어있지만, 학구파 영민과 뜨거운 정을 느끼며 그의 뒷 일을 도와준다.
특징
지금은 주로 브라운관 드라마에서 도시적인 '시어머니'로 출연하는 나영희의 신인 시절 작품. 당시 유행한 에로 영화의 열풍과 올림픽 개막으로 인한 지유 분위기 조성 탓에 운 좋게 심의를 통과하게 되었다.
대중 앞에선 에로 영화라는 점에서 수많은 성인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 모은 것은 물론이며, 이 영화를 몰래 보기 위한 청소년들의 불법행위가 여러 번 적발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다소 신파적인 이야기와 전혀 에로틱 하지 않은 베드신 탓에 실망한 관객들의 반응이 허다했다. 오히려 지나친 강간, 폭력 장면이 난무해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한 부정적 반응이 입소문으로 퍼지게 되었고 의외의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응답하라 1988] 2화에서 삼총사가 군복을 입고 몰래 들어간 극장에서는 [투 문 정션]과 [매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주인공들은 아마 이 영화들을 보려 했을 것이다.)
1위.[다이하드] - 1988년 9월 24일 개봉
감독:존 맥티어난
출연:브루스 윌리스,앨런 릭맨
관람객:459,413명
줄거리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아내와 자식이 있는 로스엔젤레스로 날아온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분). 그가 아내 홀리(보니 델리아 분)의 직장이 있는 나카토미 빌딩으로 찾아 갔을 때, 사무실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창이다. 그러나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한스 그루버(Hans Gruber: 알란 릭맨 분)가 이끄는 일단의 테러리스트들이 침입, 사장을 비롯한 파티 참석자 30여 명을 인질로 삼고 건물 금고에 소장하고 있는 돈과 보물을 손에 넣으려 한다. 최첨단 하이테크에 의해 관리되던 34층짜리 나카토미 빌딩은 통채로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으로 넘어가 폐쇄되고 고층 빌딩은 살벌한 생존 게임의 전쟁터로 변해 가공할 병기가 복도를 휘젖는다. 존 맥클레인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최첨단 장비로 무장된 12명의 테러리스트들을 한명씩 처치해 간다.
특징
80년대 액션 영화의 모든 성향을 전부 담고 있는 1988년 최고의 흥행작. 힌국인들에게도 '브루스 윌리스=액션' 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작품이었다.
화려한 폭파신, 긴박한 전개, 공간을 활용한 긴장감, 거친 총격신 등의 혁신적인 비주얼이 흥행에 한몫 했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타 스텔론과 같은 묵직한 히어로들과 달리 거침없는 입담으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 '존 맥클라인'이라는 소시민적인 캐릭터가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불러온 것이 흥행의 주 원인 이었다.
이러한 불멸의 캐릭터의 등장으로 [다이하드]는 20여 년이 넘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액션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다음 이 시간에는 흥행 성적에 의해 묻혀진 1988년 걸작 영화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